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범정부 자살예방 대책 추진 현황을 보고 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자살 문제를 두고 "대한민국의 현재 위상으로 볼 때 자살자가 이렇게 많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 예방 정책을 '주요 국가 과제'라고 규정하며 취약계층과 정신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자살예방대책 추진 현황'을 보고받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 시절 자살 고위험군인 정신질환자 관련 예방 적극 대응 정책이 직권남용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사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제 개인적인 아픔, 경험도 있는데 우울증 환자들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충분하느냐"면서 "정신보건 분야에 대해서는 제 행정 경험으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그냥 개인한테 맡겨져 있다. 그래서 그게 아주 슬픈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신보건 분야에 대한 정부 정책을 별도로 한번 논의를 하면 좋겠다"면서 "(내가) 여태까지 바빠서 그 얘기를 못했는데, 보건에 나름 대응 시스템이 있는데, 내가 그 법에 있는 대응 시스템을 적용하려다 포기한 것 때문에 재판을 몇 년 받았다. 황당무계하죠"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짚은 보건대응 시스템은 성남시장 시절 정신질환이 의심되던 친형의 강제진단 의혹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돼 재판을 받았고, 결국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극행정 필요성을 사법부가 인정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일선 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절대로 (자살예방 정책 적극행정)안 하려고 그런다"며 "법에 있는 것이지만 다 도망가고, 심지어 그걸 갖다가 무슨 직권남용이라고 기소해서 재판하고 이런 짓을 하니까 누가 하려고 그러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자살예방 및 적극행정 정책)도 언젠가는 공론화해서 한번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이게 다 나 몰라라 내버려 둬서, 개인에게 맡겨져 있지 않나. 국가적 불행이고 가족의 불행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살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 누군가 태어나서 무언가 외부 요인 때문에 인생을 스스로 그만 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라며 "주요 국가과제니까 지방정부들이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수탁기관들이 뭘 어떻게 하는지는 (복지부 장관이) 직접 챙겨보시라"고 주문했다.
보건복지부, 자살 고위험군 대응 '24시간 대응체계 구축'
이날 보건복지부의 보고 내용은 자살 고위험군 대응의 성과와 한계를 짚는 동시에 '24시간 대응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한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 장관은 먼저 범부처 연계 확대 성과를 강조했다. 취약계층 지원기관 간 연계가 지난해 3곳에서 올해 16개 기관으로 늘었고, 고용·가정·복지 문제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다만 자살예방센터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센터당 평균 인력이 2024년 2.5명에서 2026년 5명 수준으로 늘었지만, 실제 필요 인력(최소 10명)에는 크게 못 미친다. 지원기관 간 시스템화 역시 미흡해 단계적 구축(2025년 3개 → 2026년 5개 기관)이 진행 중이다.
자살 상담 체계도 수요 증가에 비해 대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상담번호 '109' 도입과 상담센터 확충으로 상담 건수는 2023년 21만9000건에서 2025년 35만2000건으로 급증했지만, 응대율은 오히려 56.9%(2024년)에서 47.3%(2025년)로 하락했다. 단순 반복 상담과 장시간 통화가 늘어난 영향이란 것이 복지부의 분석이다.
현장 대응의 한계도 있었다. 위기개입팀(20개 팀)과 경찰 합동대응팀(10개 팀)이 지난해 7000건의 긴급출동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살예방센터에 의뢰 연평균 5만4000건 자살시도자 중 지속 관리에 동의하는 비율은 27.9%(1만5000명)에 그쳤다. 상당수는 단순 관찰 후 귀가 조치되며 사후 관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치료비 지원 확대에서는 일부 성과를 냈다. 올해 1월 내원자 치료비 소득 조건을 폐지한 이후 응급치료 참여자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퇴원 이후 지역사회 연계와 지속 관리 동의를 확보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모든 자살 관련 긴급상황에 초기부터 개입하는 24시간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우선 고위험군 발굴을 위해 취약계층 지원기관 연계를 지속 확대하고, 금융감독원 등과 협력해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상담 인력 확충(현재 150명 정원)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상담 지원도 도입해 응대율과 상담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현장 대응도 확대된다. 경찰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합동대응팀을 현재 10개에서 18개로 늘리고, 응급실 기반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도 92곳에서 98곳으로 확대해 모든 자살시도자에게 즉각 상담을 제공한다. 아울러 자살 사건을 실시간으로 관리·조정하는 24시간 총괄 기능을 신설해 대응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사후 관리 체계 역시 강화된다. 정부는 당사자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구조 이후 최대 24시간 보호·지원이 가능한 일시보호센터 도입을 추진한다. 유족 지원도 전국 단위로 확대해 법률·주거·학자금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관련 예산을 두고 관계 부처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