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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가 된 여자들>은 '여성 범죄자'라는 이름 아래 지워진 맥락을 다시 묻는다.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젠더·계급·장애·국적·연령 등이 교차하는 사회적 조건과 보호의 실패 속에서 발생한 결과로 바라본다. 보호받지 못한 삶이 '처벌의 언어'로만 호명되는 현실 속에서 폭력과 책임, 정의의 경계를 다시 사유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면, 한 쪽에서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혐오 피켓을 든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그 피켓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활짝 웃고, 품위 있게 악기를 연주하며 함께 행진하는 이들 역시 볼 수 있다. 여전히 퀴어퍼레이드 주변에선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난무하지만, 퍼레이드에 참여한 많은 이들 또한 그 혐오에 쉽게 움츠러들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퍼레이드에서 마주했던 혐오 문구가 피켓이 아닌 법전과 판결문에 새겨지고, 모호한 조항을 내세워 범죄자라며 체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는 사형 선고를 내린다.

이란 청년들의 롤모델인 사레가 체포되던 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이란 당국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던 사레.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나서 제3국으로 망명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이란 당국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던 사레.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나서 제3국으로 망명했다 ⓒ 국제엠네스티

이란 출신의 사레(Zahra Sedighi-Hamadani, 이하 Sareh)는 이라크 에르빌에 정착해 살고 있었다. 이란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에르빌은 이란의 성소수자들이 터키를 통해 제3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임시로 머무는 지역이기도 했다. 두 자녀의 엄마인 사레는 첫 번째 결혼 후 이혼하고, 사랑하는 한 여성과 연인이 되어 함께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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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레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 플랫폼과 자신이 출연한 BBC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성소수자가 안전하게 살아가기 힘든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했다. 이러한 사레의 행보는 많은 이란의 청년에게 힘이 되었고, 그런 사레를 롤모델로 삼는 이들 또한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사레는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이란에서 도피해야 하는, 위험에 처한 이들을 이라크 인근 지역의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보내는 활동도 하였다.

그러던 2021년 10월, 사레는 이란 국경에서 체포되었다. BBC 다큐멘터리 출연 이후, 이란 당국의 표적이 된 것을 직감한 사레는 제3국으로 망명하려 했다. 그러나 사레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이슬람 혁명수비대였다.

당시 사레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가족도, 변호사도, 지인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53일이 흘렀다. 나중에야 밝혀진 사실은, 그 시간 동안 사레가 반복적으로 고문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변호사 접견이 차단된 상태에서 가혹한 심문이 이어졌고, 동성애 혐오적인 모욕과 살해 협박, 그리고 자녀 양육권을 박탈하겠다는 협박을 견뎌야만 했다.

교도소에서 사레는 철저히 고립되었다. 교도소 내에서 사레와 가깝게 지내는 수감자들은 몇 주간 면회권을 박탈당하는 방식으로 처벌받았다. 교도소 측은 여성 수감자인 사레와 다른 수감자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성적 관계'로 간주하며, 그 관계를 끊는 데 급급했다. 그 사이 사레가 운영하던 텔레그램 채널의 프로필 사진은 이란의 정보기관 로고로 변경되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사형 선고의 이유라면

2022년 9월, 사레는 법원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다. 혐의는 '지구상에 부패를 퍼뜨렸다'는 것이었다. 이란에서 '지구상의 부패'란 사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로, 그 내용은 광범위하고 모호하다. 국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사레의 구체적인 혐의는 '동성애를 조장하고', '부패 및 성매매 조직을 결성했다'는 것이었다. '성매매 조직'은 사레가 젊은 여성들을 인신매매했다는 혐의였고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통신사 타스님(Tasnim)은 사레에게 착취당했다고 진술한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였다.

하지만 공개된 인터뷰 영상은 구금자들이 강압적인 상황에서 석방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촬영된 것이었다. 이처럼 이란 당국은 사레를 범죄자로 만드는 데 있어 그의 활동을 재료로 유용하게 활용했다. 다른 여성을 '오염'시키고, '성적인 타락'을 이끄는 것으로서 성소수자 권리운동을 판단하였고, 국영매체는 사레를 악마화하고 범죄자로 묘사하여 동성애 혐오 영상을 지속적으로 방영하기도 하였다. 범죄 혐의 자체가 성소수자 편견으로 덧칠된 것이었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레에 대해 인권단체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압박이 거세졌다. 다행스럽게도 사형은 취소되었고 2023년 3월, 사레는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그렇게 사레는 제3국 망명에 성공하였고,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망명한 이후에도 감시는 지속되고, 가족을 위협하는 방식을 통해 추적을 계속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범죄자로 본다'

  6Rang의 보고서 '그들은 우리를 범죄자로 본다'
6Rang의 보고서 '그들은 우리를 범죄자로 본다' ⓒ 6Rang

이란 레즈비언 및 트랜스젠더 네트워크인 6Rang는 보고서 '그들은 우리를 범죄자로 본다'를 통해 이란은 성소수자를 범죄화하기에 퀴어 이란인들을 도망치게 하고, 국경 밖에서 또한 계속되는 위협과 차별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실제로 이란의 이슬람 형법은 동성 간 친밀감을 처벌하고, 성별 비순응적 표현(사회가 특정 성별에게 기대하는 외모, 행동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범죄화하였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이주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레는 망명을 고민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란 전문가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인 카림 사자드푸르(Karim Sadjadpour)는 "(이란에서는) 모든 정치가 성적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성은 정치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이란만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동성애처벌법을 없애고,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인 '76개 범죄를 지우자' 사이트에 따르면 반동성애법을 가진 국가가 총 65개국이라고 한다(2025년 9월 업데이트). 2000년대 초반에는 90개 이상이었다가 63개국으로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동성애 혐오 형법을 채택하며 변동이 있었다.

이성 간의 사랑만이 유효하고 가능하다고 보는 이성애 중심적인 가치와 가부장제는 하나의 모습이 아니다. 국가의 문화적 속성과 결합해 다양한 혐오와 차별의 방식을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취급하여 존재를 부정하거나, 타인에 대한 차별적 행위, 나아가 성폭력이 일어나도 '교정 강간'이라는 이름으로, 살인이 일어나도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간주되어 문제시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저는 항상 체포될 위험에 처해있었어요."
"언제든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사레를 비롯한 많은 성소수자가 했던 이 말 앞에 우리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뭐라고 답해야 할까.

5.17 성소수자 평등의 날을 마주하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을 비롯한 인권 활동가 및 시민들이 2024년 5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2024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을 비롯한 인권 활동가 및 시민들이 2024년 5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2024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란이 '지구상의 부패'라는 모호한 조항으로 성소수자를 표적으로 삼았던 것처럼 보호법의 공백은 언제든 혐오로 채워질 수 있다. 나아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 범죄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 한편 국가 권력의 성격과 판단에 따라 범죄가 재구성될 수 있다는 점은 성소수자라는 사실만으로 모두가 동일한 차별에 직면하지 않음 역시 보여준다.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고, 억압하는 다양한 체계의 교차점에서 또 다른 차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법적·사회적 규범에 대한 긴장을 우리는 조금 더 들여다보고, 그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5월 17일은 성소수자 평등의 날이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공식 삭제한 날로, 매년 이날은 전 세계에서 성소수자의 존엄성과 권리를 지지하고, 모든 형태의 혐오에 반대하고 맞서기 위해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에 따르면 올해부터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5.17 성소수자 평등의 날'이라 부르며 더 넓고 단단한 권리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올해의 슬로건은 '민주주의의 심장에서'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범죄화되는 세상을 넘어서는 것은 개인의 용기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의 책임으로, 제도의 언어로 답해져야 할 것이다.

#성소수자#범죄화#성소수자평등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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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가 된 여자들

야옹이 참깨, 땅콩이와 함께 살아가는 집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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