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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린이날에는 왜 쉬어?"
달력을 보던 아이가 물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려고 방정환 선생님에 대해 찾다가, 책장에 꽂힌 어린이 위인전을 함께 읽게 되었다. 1899년에 태어나 암울한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도, 방정환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희망이 오직 어린이에게 있다고 굳게 믿었다. 당시 아이들은 '애'라고 불리며 고된 노동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몹시 낮은 존재로 여겨졌다고 한다.

▲방정환 선생님 위인전에서 ⓒ 한국삐아제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방정환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한 잡지와 동화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높여 부르는 '어린이'라는 단어를 널리 알리고, 동명의 잡지를 창간해 아이들에 대한 세상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어 가기 위해 헌신한 그의 삶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번역 동화집 <사랑의 선물> 머리말에 적힌 '괴롭힘을 당하며 어두운 곳에서 자라는 불쌍한 어린 영들을 위하여, 사랑의 첫 선물로 이 책을 엮었습니다'라는 글귀를 읽다가, 아이들을 향한 방정환 선생님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뭉클했다.
그 후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색동회'를 조직하고, '어린이날', '어린이 잔치', '세계 아동 예술 전람회' 등을 열어갔던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한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저 '어린이날을 만드신 분'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토록 다양한 일들을 하셨다니. 늘 그렇듯 아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다 도리어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책장을 덮고, 몇 년 전 한 서점의 벽에 전시되어 있던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이 떠올라 다시 찾아보았다.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 ⓒ 이정현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추어 하도록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산보와 원족(소풍) 같은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 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100여 년 전, 이처럼 깨어있는 생각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들에게 당부를 남기신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의 나를 깨우는 듯했다. 엄마로서, 또 선생님으로서 나는 어떤 눈과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말투와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온전한 돌봄과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둘러보게 된다. 어릴 때부터 공부와 입시의 스트레스에 짓눌려있는 모습과 최근 여러 이슈들로 운동장에서도 제대로 뛰어 놀지도 못하는 모습 등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노키즈존', '잼민이', '초딩', '급식충' 등의 단어들에서는, 우리가 어린이들을 성가시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함께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곳곳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희망인 어린이가 꿈을 키워 가며, 즐겁게 뛰어놀아야 합니다"라는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처럼, 어린이들이 더 넓은 품 안에서 안전하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어린이라는 고유한 세계를 존중하고 지켜주려고 하는 따스한 눈과 마음 속에서 어린이들은 어린이답게, 5월의 나무들처럼 푸르게 자라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