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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사 맞고, 약 먹으면 됩니다. 운동도 하고 싶으면 하세요."

최근 손 저림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습니다. 목과 손바닥에 주사를 여러 차례 맞고 약도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치료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통증 완화에 좋다는 신전 운동도 꾸준히 했습니다. 의사는 복싱을 살살 해도 된다고 했지만,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 도장에서는 걷기와 스트레칭, 신전 운동(허리를 뒤로 젖혀 요추 전만(C자 곡선)을 회복하고, 튀어나온 디스크(수핵)를 밀어 넣어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완화하는 운동)에 더 집중했습니다. 보통 2~3주 정도면 조금씩 차도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목과 어깨는 여전히 뻐근하고, 심하지는 않았지만 팔 저림 증상도 지속되었습니다.

 AI생성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불편함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습니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서 있으면 팔 저림이 종종 올라왔습니다. 전철에서 스마트폰이나 책을 볼 때 눈 높이에 맞추다 보니 팔도 아프고 목도 금세 뻐근해졌습니다. 출근길 책을 읽던 일상에서 멀어지면서 꾸벅꾸벅 조는 날만 늘어갔습니다. 목에 가하는 부담을 줄이려고 전철에서 고개를 들고 자려니, 잠도 제대로 들지 않고 더 뻐근했습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다 보니 마음도 무거워졌고, '만사 귀찮다'가 일상이 되어갔습니다.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별 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말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점점 악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운동도 아예 못 하고, 건강에 점점 더 악영향을 끼칠 거 같아서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는 디스크 전문 병원을 찾았습니다. 평일에는 시간이 안 나서 지난 1일, 노동절에 예약을 하고 방문했습니다.

MRI 통 안에서 무너진 평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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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를 다시 찍고 목 디스크 확인을 했습니다. 이곳 병원 의사 선생님은 제 목을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통증을 확인하고, 손가락도 꼼꼼하게 살피면서 팔 저림 증상의 진행 정도를 확인했습니다. 이후 정밀 검사를 권했습니다.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 방법을 정하기 위해서는 MRI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첫 방문 날에는 MRI 예약이 모두 차있어 다음 날 오전에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MRI 검사는 20~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습니다. 귀마개를 착용하고 머리를 고정한 채 좁은 통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검사대에 누웠는데, 기계 소음이 시작되자마자 심리 상태가 급변했습니다. 감았던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사방이 막힌 좁은 공간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밀려왔고,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식은땀까지 배어 났고, 더는 버틸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기요! 못 하겠어요. 저기요!"

여러 번 검사하는 분을 불렀지만, 소음 때문인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극도의 공포심에 발까지 들어 흔들며 SOS를 보내니 관계자가 들어왔습니다.

"못 하시겠어요?"
"네… 못 하겠어요. 죄송합니다."

사실 MRI 검사가 처음이 아닙니다. 재작년 건강 검진을 할 때 뇌 MRI 검사를 한 적 있습니다. 문제 없이 10~15분 가량 진행했는데, 제가 몸을 움직여 검사가 잘 안됐다고 하여 다시 통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연속해서 통 안에 들어가니 갑자기 답답함과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느낀 순간 검사가 끝났던 기억. 그때 일을 잊고 있었는데, 동일한 환경에 노출되니 기억이 되살아난 것입니다.

"그럼, 수면 MRI로 예약 하시지 그러셨어요."
"이럴 줄 몰랐죠. 수면으로 하는 방법이 있는 줄도 몰랐고요."

 MRI 통 안에서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MRI 통 안에서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 Pixabay

검사는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식은땀을 식히며 차 안에서 멍하게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목 디스크 치료하러 왔다가 폐소공포증이라는 뜻밖의 체험만 한 셈입니다. 황금 같은 연휴 기간,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문제가 있나? 나만 이런가?'

관련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관련 기사와 사례들을 살펴보니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MRI 검사 받다가 진짜 죽을 뻔했습니다"라는 후기도 있어 일단은 제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 했습니다. 검사 도중 중단하는 사례도 흔하게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의료진들은 특히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불안감이 높은 경우 증상이 더 쉽게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딱 제가 겪은 상황이었습니다.

대표적인 해결 방법은 수면 MRI였습니다. 검사에 실패한 날은 토요일이라 수면 MRI 예약이 이미 마감된 상태였습니다. 다시 수면 MRI 검진 일정을 잡았습니다.

과신해선 안 되는 건강 상태

4월 초 목 디스크 진단을 받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셈입니다. 며칠 동안 검사도 치료도 받지 못하고 연휴 기간 내내 병원에만 들락거리는 신세가 참 처량했습니다.

폐소공포가 나이가 들어 생기는 증상은 아니지만, 병원을 찾는 일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니 검진과 검사, 치료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마주할 가능성도 커지는 거겠지요. 하지만 이 역시 치료 과정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삼성헬스 앱 인증을 통해 과거 건강검진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7년 동안의 변화가 한눈에 보였고, 지난해 12월 검진 결과에는 '건강 나이 40'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실제 나이보다 9살이나 젊은 숫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때는 안도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목 디스크로 투병 하는 신세입니다.

"건강 나이는 제일 젊은데, 너만 병원에 다니네?"

친구들과의 단체대화방에 남긴 건강 자랑에 절친이 남긴 말입니다. 건강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며, 과신 하거나 자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오른팔 저림 증상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강 나이 40세라는 숫자는 '괜찮다'라는 신호가 아니라, 지금부터 더 열심히 관리하라는 경고였습니다.

이후 수면 MRI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진정제를 맞고 큰 어려움 없이 검사를 마쳤습니다. 목 디스크라는 병보다 검사 과정에서 느꼈던 불안과 공포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검사 과정은 험난했지만,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니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왼쪽, 오른쪽 디스크가 일부 튀어나왔고, 오른쪽만 방사통(손저림)이 발생했습니다. 의사는 입원을 권했고, 시술을 두 차례 진행하자고 했습니다. 검사 비용과는 별도로 약 320만 원의 시술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른손 저림 증상은 있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잠시 고민하다 입원을 했습니다. 시술 시간도 고지 받지 못하고 병실에서 대기하다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조언도 구했습니다. 일상에 큰 지장이 없는 상태에서 굳이 시술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퇴원을 요청했습니다. 병원에서도 한 달 안에 증상이 심해질 경우 다시 내원 하면 추가 검사 없이 바로 시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친구에게 "병원에서 MRI CD랑 판독지 받아 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치료를 받은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완치를 향한 지름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제 지금 상태에 맞는 속도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분간 복싱을 쉬기로 했습니다. 대신 평소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그동안 꾸준히 해오던 신전운동을 더 성실하게 이어갈 생각입니다. 조급하게 회복을 기대하기보다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관리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목디스크#MRI#폐소공포증#폐쇄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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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 (hani1977) 내방

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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