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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탈락이었다. 오늘 8일부터 12일까지 전주월드컵광장과 덕진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6 대한민국 전주정원산업박람회 참가업체 발표는 지난 3월 13일이었고, 나는 1차 선정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일본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취득해 온 행잉바스켓 기술을 한국에 꼭 소개하고 싶었다. 수많은 계획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던 터라 실망이 더 깊었다.

▲다양한 액자플랜터를 만들면서 식물재료뿐만 아니라 심는 화분도 작품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 유신준
다음 날, 나는 박람회 담당 스텝에게 전화를 걸었다. 올해가 어렵다면 내년 도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탈락 사유를 알아두고 싶었다. 담당 스텝은 박람회 준비 업무에 지쳐 병가 중이었다. 내가 가진 연락처가 개인 휴대폰이어서 다음에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끊으려 했는데, 괜찮다며 탈락 사유를 직접 설명해 줬다.
주최 측은 내가 제출한 신청서를 바탕으로 거의 CIA 수사급 정밀 심사를 벌인 것을 알게됐다. 먼저 우리 한국 행잉바스켓 연구소 카페를 샅샅이 살폈다. 신생 카페라서 가입 인원도 적고 회원 활동도 미미했으니, 운영자 혼자 들떠있는 분위기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잡혔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구글 지도로 사무실도 확인했다고 했다. 화면에 나타난 허접한 공방 사진으로는 박람회 참가업체로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스텝은 왜 전주 정원산업박람회에 참가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이어진 질문들은 대기업 신입사원 최종 면접 수준이었다. 내 참가 계획과 그것을 뒷받침할 전문 지식을 측정하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30분 넘게 이어졌다. 아는 대로 충실하게 답했고, 전화로 설명하기 어려운 행잉바스켓 식재 자료는 별도로 보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모아심기는 질서있는 어울림이다. 다른 것을 옆에 두면 서로 돋보이는 이종결합의 시너지다. ⓒ 유신준
병가를 내고 쉬는 날임에도 그토록 진지하게 업무에 임하는 그녀의 태도에 깊이 감명받았다. 이렇게 마음이 담긴 심사라면 탈락해도 여한이 없다 싶었다. 저런 열정이라면 전주 정원산업박람회는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믿음도 생겼고, 그래서 더 참가하고 싶어졌다.
추가 자료까지 제출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렸다. 오래 기다렸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거는 것은 모양이 빠지는 일이 될 것 같아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 있던 참에 전화가 왔다. 14일 만이었다. 박람회 상담 카페 코너 장식에 행잉바스켓을 활용하고 싶은데 참가해 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물론 한국 행잉바스켓 연구소 이름도 걸어주겠다고 했다. 부스가 아니면 어떤가. 이 땅에 행잉바스켓을 알리는 기회라면 어떤 형태든 반드시 참가하고 싶었다. 전화위복, 패자부활전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셈이었다.
바로 계획을 세우고 준비에 들어갔다. 1년 차 참가 컨셉은 '모아심기 알리기'다. 행잉바스켓의 핵심 기술인 모아심기란, 서로 다른 식물 여러 종을 한 화분에 함께 심는 방식이다. 단품 위주로 형성된 한국의 화훼 문화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이땅에 행잉바스켓을 정착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모아심기는 질서있는 어울림이다. 다른 것을 곁에 두면 서로 더 돋보이는 이종결합의 시너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커지는 마법의 아름다움이다. 아파트 거주자가 주 수요층임을 고려해 관엽식물 위주 화분 모아심기 견본 10여 점과 행잉바스켓 작품 몇 점을 준비하고 있다.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행잉바스켓의 형태를 보여주기 위해 트렐리스도 마련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을 부렸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화가처럼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거치면서 내 능력치가 부쩍 성장한 느낌이다. 모아심기는 기획하고 심는 일도 중요하지만, 잘 돌보고 손질하며 작품을 완성해 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 가꾸는 사람의 손길과 식물의 생명력이 매일 조금씩 새로운 버전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박람회장에서도 새로운 만남의 기대로 가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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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행잉바스켓 마스터 도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