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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는 때로 현실보다 정확하다.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의 '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 유치원 교사 편은 글자 그대로 다큐멘터리다. '울면서 봤다', '현실은 더 심하다'는 현직 보육교사들의 댓글이 차고 넘친다.

지난 4월 7일 <핫이슈지> 유치원 선생님 1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4월 29일 2편이 공개됐다. 이 시리즈는 단순히 '어딘가 잘못된 거 아닌가?' 하는 사회적 질문을 넘어,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보육교사 노동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호대를 감은 손목과 쉰 목소리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 핫이슈지

영상 첫머리부터 햇님유치원 윤슬반 보육교사 이민지(개그우면 이수지 분)는 왼 손목에 보호대를 감는다. 코믹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보육교사의 돌봄노동을 시각화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16~22kg 체중(만4~5세 유아의 평균 몸무게, 출처 : 2017 질병관리청 소아청소년 성장도표)의 아이들을 한 손으로 반복해서 들거나 안고, 때로 안정적이지 않은 자세에서 무리한 힘을 써야 하는 보육교사의 업무는 전형적인 신체 부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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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육교사의 업무상 질병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근골격계질환이다(백경흔·정진주(2020), 「보육교사 건강 문제와 대안을 찾아서」). 흔히 말하는 골병이다. 보육교사의 절반가량이 허리·어깨·손목 등의 근골격계통증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도 존재한다(이경미(2016), 「보육교사의 근골격계 질환 실태 연구」).

근골격계질환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병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다(백경흔·정진주(2020), 「보육교사 건강 문제와 대안을 찾아서」). 2024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22.6%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한다.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 핫이슈지

1편 영상 초반, 이민지 교사는 학부모들의 목소리 텐션을 높여달라는 요구에 따라 한 옥타브를 올리는 발성 연습을 한다. 줄곧 하이톤으로 아이들을 어르고 달랜 이민지 교사의 목소리는 퇴근 무렵 완전히 쉰 상태가 되어 있다.

이 역시 과장이 아니다. 보육교사의 성대 폴립(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쉬는 병) 등 이비인후과 질병은 보육교사가 겪는 업무상 질병 중 산재 인정률이 75%로 가장 높은 질병이다(백경흔·정진주,(2020), 「보육교사 건강 문제와 대안을 찾아서」).

점심 휴게시간도 없는 직업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맛있는 점심밥 한 끼를 먹는 시간은 유일한 숨구멍이다. 하지만 보육교사에게 이 시간은 가장 정신없는 노동시간이다. 본인의 식사와 함께 아이들 급식 지도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보육교사의 점심시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휴게시간으로 볼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54조제2항).

법원도 유치원 교사는 점심식사 시간에도 배식, 식사 지도, 양치 지도, 도시락 정리 등을 수행한다며 이 시간을 휴게시간이 아닌 노동시간으로 인정한 바 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0. 7. 10. 선고 2018가단13373 판결).

 유뷰트 <핫이슈지> 캡처화면
유뷰트 <핫이슈지> 캡처화면 ⓒ 핫이슈지

이에 보육교사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 중 점심시간 외 별도의 휴게시간을 지정해두지만, 그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키즈노트'(스마트 알림장) 작성 같은 돌봄 외 업무들이 퇴근시간 후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한 점을 보면, 보육교사가 근무 중 1시간의 온전한 휴게시간을 부여받을 거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2015년 전국보육실태조사 2편 영상에서 이민지 교사가 마음 놓고 화장실을 갈 수 없어 방광염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하는 장면 역시 흔한 사례에 속한다(이주연·조경욱·최지훈, 「전라북도 보육교사 근로환경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2018).

노동시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꼭두새벽 돌봄과 야간 돌봄이 시행되는 유치원, 어린이집도 많다. 꼭두새벽과 야간 시간에 소수의 원생만 있다 해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보육교사의 돌봄노동이 이뤄지는 것이므로 이 시간도 당연히 노동시간이다(근로기준법 제50조제3항).

1일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노동에 대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은 통상시급의 1.5배를 가산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56조제1항). 하지만 43% 이상의 보육교사들이 초과근로에 대해 정당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2024년 전국보육실태조사). 임금체불, 아니 '임금절도'이다.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 핫이슈지

보육교사 절반이 2년을 채우지 못하는 현장

2023년 유치원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근속 2년 미만 보육교사의 비율은 48.7%에 달한다. 보육교사 절반이 2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높은 노동강도와 감정노동,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불안정한 고용구조가 결합된 결과이다.

기간제 계약도 널리 퍼져있다. 실제로 필자가 지자체 노동복지센터에 근무할 때, 유치원에서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학기가 시작하는 3월 1일이 아닌, 3월 2일부터 익년 2월 28일까지 364일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는 하소연도 들었다.

<핫이슈지> 유치원 선생님 2편은 CCTV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학부모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CCTV 보자!'고 으름장을 놓는다. 보육교사는 이를 거절할 재량이 없다. 학부모가 휴대폰 앱을 통해 유치원 상황을 CCTV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유치원, 어린이집도 있다.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 핫이슈지

CCTV는 직장 내 괴롭힘과 노동 통제, 징계의 수단으로도 이어진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가 발표한 <2020 상반기 보육교사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봤다고 응답한 보육교사의 비율은 무려 70.3%였다. 이 중 가장 높은 괴롭힘 유형은 'CCTV 감시로 인한 괴롭힘'으로 42.1%가 응답했다. 이렇듯 CCTV는 보육교사들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수집 목적 범위를 초과한 CCTV 이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집 내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시청하여 보육교사의 근무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 내역을 파악하고 보육교사를 징계한 건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선고했다(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3도18539 판결).

이렇듯 부조리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많은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만큼 보육노동은 더욱 존중받아야 하지만,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유치원 선생님 편의 댓글들을 보면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다.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유튜브 <핫이슈지> 캡처화면 ⓒ 핫이슈지

<핫이슈지> 유치원 선생님 1편의 에피소드 하나. 밤 10시가 되어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가 아이에게 황급히 달려가 아이를 안으며 "미안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크서클이 눈 밑까지 내려온 채 그 시간까지도 퇴근하지 못하고 있는 보육노동자에게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거나 '고맙다'는 인사는 전하지 않는다. 영상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영상의 배경이 된 햇님유치원 한구석에는 "서로서로 배려해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사실 어른들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메시지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공인노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시민#이수지#핫이슈지#유치원선생님#보육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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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의 미디어로 보는 노동

공인노무사. 노동자의 산재와 해고 사건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매일노동뉴스'에 드라마와 영화를 노동의 관점에서 리뷰한 [조영훈의 미디어×노동]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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