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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01 19:23최종 업데이트 26.05.02 18:26

가짜 등단 유혹 이겨낸 늦깎이 대학생입니다

낙방 거듭하던 60대, 문학상을 받기까지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0년의 직장 생활과 6년 간의 손주 돌봄을 지나 오롯이 저를 위해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해를 넘겼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를 알게 되어 글을 발행한 지도 14개월이 지났습니다. 많은 작가님을 알게 되고 도움을 받으며 지금까지 잘 지내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사는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글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제 심장을 뛰게 하고,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글은 조용한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냥 글을 쓰는 자체가 좋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이버대 문예 창작학과에서 공부하며 글을 써 오는 시간 속에서 어딘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꿈틀거렸습니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공모전 문을 두드렸습니다. 예상대로 결과는 번번이 '낙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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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포기하는 대신 모래를 뿌린 듯 더 잘 미끄러지는 그 미끄럼틀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미끄러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만 해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또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언젠가는 미끄러지지 않고 멈출 날도 있을 거라는 긍정 에너지를 갖고서 말이죠.

지난 4월 9일, 한 문학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응모한 수필이 당선되었다는 겁니다. 순간 너무 좋아 가슴이 벌렁거렸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힘차게 두근대던 제 마음이 멈춰버렸습니다. 등단하려면 책을 구매하는 조건과 심사비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뭔가 이상해서 좀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곤 바로 평소 의지해 온 등단 선배께 전화를 드려 여쭤봤습니다.

아무래도 저보다 많이 아실 것 같아서였지요. 작가님께서는 돈을 내고 등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거절하는 게 옳다고 하셨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글을 처음 쓰시는 분들이나 저처럼 공모전을 처음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런 유혹도 있으니 조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응모한 다른 문학상 원고도 혹시나 그런 제안을 하는 곳일까 봐 아예 파일을 삭제해 버렸습니다. 다른 공모전에 원고를 제출하려고 다시 글을 써서 응모하였습니다.

시험 기간과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그동안 온라인 글쓰기는 접어두었습니다. 해야 할 학교 공부와 과제, 시험, 그리고 수필과 동화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지난 4월 28일이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황 선생님..."
"어디이신가요?"
"삼강문학상입니다. 황 선생님의 수필이 신인상에 당선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심장이 뛰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소리부터 가다듬었습니다. 미심쩍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혹시 책을 강매하는 그런 문학상이라면 거절하겠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흰 절대 그런 곳이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믿을 수가 없어 염치없지만, 선배 작가에게 조언을 구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이상한 점은 없으니 불편한 조건만 없으면 수상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삼강문학상 편집 주간님과 통화하여 당선 소감과 프로필 사진을 보내드렸습니다.

계속 두드리니 어느 한 곳에서는 문을 열어주기도 하더군요. 수차례 공모전에서 떨어지며 배운 점은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마음은 없다는 것입니다. 마감 전날까지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완성된 원고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퇴고에 공을 들여도 부족하다는 뜻이겠지요.

어린 손주들의 재잘거림을 뒤로하고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모니터 속 교수님과 마주하는 시간은 고단한 일상을 설렘으로 바꿔놓는 마법 같았습니다. '덕업일치'를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경우를 말합니다. 한 분야에 깊이 심취한 사람을 '덕후'라고 합니다. 덕후로서의 삶을 실천하는 것을 '덕질'이라고 합니다. 드라마와 배우를 좋아하다가 연예부 기자가 되는 사람도 있고, 나이키 조던 운동화 덕후였던 사람이 '조던 복원 전문가'가 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덕질이 밥 먹여 주냐?'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그 일이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면 그게 바로 덕업일치 되는 삶이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일이 곧 잘하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냥 꾸준히 글을 써 왔습니다. 공모전에 한 번 당선되었다고 해서 '덕질'이 직업이 되지는 않겠지만 기초 다지기는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남아있는 꿈을 위해 저는 또 글을 쓰고 공모전의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큰 그릇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는 뜻의 '대기만성 大器晩成'이 있습니다. 원래 <노자>에 실린 '대기면성 大器免成'을 잘못 표기하면서 생긴 말이라고 합니다. 원문에 실린 '면免'을 옮겨적는 과정에서 '만晩'으로 잘못 표기해 오늘날 '대기만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기면성'은 '진정 큰 그릇에는 완성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큰 그릇이 되는 과정은 마침표를 찍는 '완료형'이 아니라, 끊임없이 채우고 다듬어가는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 모두 지금을 사랑하며 계속해서 완성해 나가는 '대기면성'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삼강문학상#돈내고상받는일은안돼#신인상#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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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좋아서 세종사이버대 문예 창작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다해 정성껏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브런치 작가입니다. 사는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가끔 음식 이야기도 씁니다. 삼강 문학상 수필 부문 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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