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아 산문집 <끝내주는 인생> 책 표지 ⓒ 이혁진
독서에 취미가 붙은 나에게 '우군'이 생겼다. '작은도서관' 사서들이 평소 눈여겨본 책을 내게 가끔 추천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열심히 읽고 책에 대한 소회와 감사를 그들에게 전하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 됐다.
이슬아 산문집 <끝내주는 인생>(2023년 7월 출간)도 얼마 전에 추천받은 책으로, 30대 젊은 '전업작가'의 다양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글을 쓰는 그의 산문집을 처음 접하지만 그의 인생을 함축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글감과 소재를 주로 일상에서 찾고 있다.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가족들이 그의 글에 자주 등장한다. 사실 나도 그런 글을 중시하고 있다. '그랜드도터'라는 제하의 글은 고순남(1919년생) 증조 할머니에서 작가 자신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집안 내력에 대한 이야기인데 흥미롭게 읽었다.
내 뿌리를 찾아가는 스토리는 늘 재미있다. 글 중에 작가 자신의 타고난 재주가 무당이었던 증조할머니에게 물려받은 것 같다는 자기 진단에 빵 웃었지만 그랜드도터는 작가의 가족애가 빛나는 작품이다. 그의 글에는 남동생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음악 하는 동생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작가는 '그랜드도터' 제목의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작가는 요가와 태권도 등 운동도 즐긴다. 체력을 단련하고 스트레스를 다스리려고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가원 수업의 상세한 설명은 마치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일상에서 생각을 길어 올리고 글을 쓰다 생각이 고갈되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글 쓰는 전업 작가라도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가 있는 모양이다. 그때 그는 '끝'이라는 단어를 쓰고 글을 시작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 끝'이 첫 문장인 셈이다. 그런데 이 습관은 나도 종종 있는데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원고나 기사에서 마감이라는 '데드라인'에 시달리는 스트레스도 언급했다. 글 쓰는 사람은 마감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처럼 '마감 인생"은 아니지만 지난해 한번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오마이뉴스>에서 처음 기사 요청을 받았는데 그때 일주일 마감일이 주어졌다. 청탁을 받은 후 글이 써지지 않았다. 결국 마감일에 쫓겨 제출한 기사는 중구난방의 글과 완성도 미흡 등으로 반려됐다. 마감의 압박을 모르고 덜컥 기사 청탁을 수락한 결과이다.
이때 '마감 기사'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기사를 요청한 분에게 면목이 없었다. 구제 불능인 시민기자를 보고 얼마나 실망했을까,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다음부터는 의뢰가 오면 아니 그럴 가능성도 없겠지만 마감 기사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제 산문집 제목인 '끝내주는 인생'이 무슨 뜻인지 이야기 할 시간이다. 작가는 전업작가 직업의 장래가 불투명해 내심 다른 직업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그중 요가 지도자 자격증으로 출장 요가 강사로도 나설 수 있지만 진정 그가 바라는 ' 끝내주는 인생'은 역시 전업작가라고 고백했다.
"전업작가라는, 마법 같고 신기루 같은 이 시점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 문장을 쓰게 하는 건 언제나 독자다. 독자가 글을 완성시킨다는 진실을 작가만큼 사무치게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들이 기다려주기 때문에, 그들을 두려워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날마다 겨우 글을 완성한다."(219쪽)
이 산문집은 전업작가의 고통과 번민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 하면서 글 쓰는 이유와 태도에 대한 성찰이 가득하다. 사실 이러한 것들이 글 쓰는 테크닉보다 더욱 중요할지 모른다. 작가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나는 한 뼘 젊어진 기분이다. 그가 겪는 고민과 걱정들이 내 것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더욱 공감할 것 같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독자들에게 더욱 감동을 전하는 글을 쓸 것으로 기대한다. 이슬아 작가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