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어요."
지난 1일 자연산 미역이 올라올 시기를 맞아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기대가 아닌 깊은 우려였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정상록 어부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이면 한창 미역을 채취해야 할 시기지만, 올해 바다에서는 미역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미역이 자라야 할 암반이 모래에 덮여버리면서 더 이상 생장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예년 같으면 바다를 채웠을 푸른 미역밭이, 지금은 텅 빈 바닥만 드러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항구에 도착했을 때, 정상록 어부는 때배를 묶어둔 채 뱃머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채취 작업에 나섰다가 결국 미역 한 줄기 건지지 못한 채 돌아온 직후였다. 그의 표정에는 당혹감과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미역채취하러 나갔다가 돌아온 어선, 그 옆에는 창경바리와 때배가 나란히 있다 ⓒ 진재중
암반을 덮은 모래, 사라지는 미역의 자리
그는 안목해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세요. 모래가 바위를 다 덮어버렸습니다."
암반 가까이 다가가 확인했다.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바다 속 암반은 두껍게 쌓인 모래에 완전히 덮여 있었고, 해조류가 붙어 자랄 공간 자체가 사라진 상태였다. 겨우 남아 있는 해조류들조차 모래에 눌린 채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과거에는 암반으로 가득했던 해변이 현재는 두꺼운 모래층에 덮여 그 흔적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 진재중

▲모래에 덮인 암반 위, 해조류가 빛을 잃어가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생명의 터전이었던 바다는 지금 침묵 속에 잠겨 있다. ⓒ 진재중
정상록 어부는 문제의 원인을 이렇게 짚었다.
"안인 화력발전소 해상 공사와 방파제 건설 이후부터 이런 현상이 시작됐습니다."
그의 주장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바다를 지켜본 경험에서 나온 확신에 가까웠다. 그는 이어 지난해 상황을 떠올렸다.
"작년에는 모래가 항 입구를 막아 어선이 아예 출항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영향이 해변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
강원동해안 어민 울리는 모래산... 정말 방법이 없을까' 기사에서도 항구를 막아선 모래 퇴적으로 어선 출항이 어려워진 현실을 지적한 바 있는데, 현재는 그 문제가 해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항구를 막아섰던 모래의 이동이 점차 바깥으로 확산되며, 결국 미역이 자라야 할 바다까지 덮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그는 "해변에 모래가 계속 쌓이면서 해조류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지 못하고 있어요. 예전과 바다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해마다 모래 퇴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라 미역의 개체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해변에 국한되지 않고, 등명해변을 넘어 멀리 떨어진 정동진 아래 심곡해변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오염된 모래에 파묻힌 채, 해조류가 힘겹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흐려진 바닷속에서 그들의 성장은 점점 더 버거워지고 있다. ⓒ 진재중
"바다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 어민들의 절규
"미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다 생물 자체가 거의 사라졌어요. 한창 생물이 올라와야 할 시기인데, 지금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온 이원규 어촌계장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단순한 어획량 감소를 넘어, 바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가 내민 그물망에는 겨우 몇 마리의 생선이 힘없이 걸려 있을 뿐이었다. 생기를 잃어가는 바다 앞에서, 어민들의 한숨과 불안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목소리는 더욱 격해졌다.
"이러다가는 황금어장이었던 등명해변이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옆에서 그물 손질을 하던 어민도 한마디 거들었다.
"오늘도 빈손입니다."
그는 고기는커녕 살아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가 내민 그물망에는 원래 고기가 가득해야 했지만, 한 마리도 잡히지 않은 채 미역 한 줄기만 매달려 있었다.

▲어장 붕괴의 위기를 앞에 두고, 이원규 어촌계장과 정상록 어부가 바다를 바라보며 심각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 진재중

▲그물을 손질하는 어민의 손길 위로 깊은 근심이 드리워져 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어획에 대한 걱정이 그의 표정과 몸짓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 진재중
모래가 덮은 바다, 흔들리는 생태계의 균열
이곳에서 약 10km 떨어진 심곡항으로 이동해 미역 실태를 확인했다. 항구에 도착하자, 원도식 심곡어촌계장이 입구를 가로막은 모래를 퍼내는 준설 작업을 지켜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퇴적된 모래로 인해 어선조차 자유롭게 드나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는 작업 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4년 만에 하는 준설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원인을 짚듯 덧붙였다. "안인화력발전소 공사 이후부터입니다. 그 뒤로 모래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항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조류가 붙어 자라야 할 암반까지 모래가 덮여버렸어요."
그는 조금 떨어진 부채길 방향을 가리켰다. 한때 고르매가 자생하던 그곳은 이제 모래로 뒤덮여,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미역은 물론이고, 이 지역을 대표하던 고르매도 곧 보기 힘들어질 겁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어획량 감소를 넘어, 바다 생태계 전반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심곡항 입구에 쌓인 모래를 제거하기 위한 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항로를 막은 퇴적물로 인해 어선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바다 환경 변화의 심각성이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 진재중
이 바다의 변화는 더 이상 단순한 어획량 감소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암반을 뒤덮은 모래는 해조류의 터전을 빼앗고, 그 위에 기대어 살아가던 생명들까지 함께 밀어내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균열은 이제 어장을 흔들고 바다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흐름으로 번지고 있다.
보이지 않던 변화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지금 이 안인 앞바다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무너지고 있다.

▲바다 모래가 퇴적되며 미역이 급격히 줄어든 등명해변을 가리키는 정상록 어부. 변화한 바다를 바라보는 그의 손끝에 위기의 징후가 담겨 있다. ⓒ 진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