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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풀꽃문학관24일, 나태주 시인이 방문객들에게 직접 해설하는 모습. 2014년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건물을 개조해 문을 연 풀꽃문학관이 지난 2025년 7월 새롭게 개관했다. ⓒ 김은진
24일, 안양도서관 수필동호회 문우들과 함께 나태주 풀꽃문학관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안양역에 모여 조치원행 기차를 탔다. 조치원부터는 일반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기차와 버스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에 초록빛이 가득했다.
특별히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유는 두 가지다. 이동하는 동안 봄의 경치를 마음껏 즐기고 다음에 언제든 가볍게 다녀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문학관을 가면 좋은 점이 많다. 우선 작가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다. 연대별로 작가의 인생이 정리되어 있고 시기별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작가의 상황과 작품을 맞물려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일상의 공간이 아닌 문학으로 채워진 공간을 거닐다 보면 깊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덧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적기 위해 펜을 들게 된다. 생각을 정리하며 다니기엔 자가운전보다 대중교통이 장점이 많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고 필사했던 시간
몇 해 전 나는 많이 아파서 남은 시간 동안 틈틈이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며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주변에 나태주 시인의 필사책을 사서 하루에 한 편씩 따라 쓰는 환우도 있었다. 나도 책을 사서 필사했다. 꽃송이와 풀들이 그려져 있는 시집에 적힌 시를 따라 적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내 나름의 시와 글도 썼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핑크스토리 창작시 공모전'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는 일이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하는 것 외에는 달리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 노력 중에 느꼈던 감정을 시로 써서 응모했다.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대상을 받게 되었다. 정말 많이 기뻤지만 시상식장에 가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시로 대상까지 받았는데 사망했다고 하면 다른 환우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게 될까 봐 우려되었다. 대신 꼭 시도 쓰고 글도 쓰며 회복해서 보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몇 해가 지난 지금 나는 아주 건강하게 지낸다. 시상식장에 참석하지 못해 많이 죄송하고 가끔 민망하기도 하다. 당시 심사위원이 나태주 시인, 유자효 시인, 이혜인 수녀님이셨다.
나태주 문학관에서
공주 중동사거리 버스정류장 입구에 내려 문학관까지 걸어갔다. 문학관 인근 골목에는 도자기 공방, 음식점, 카페, 여관, 옷 가게 등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1930년대 봉화산 자락에 지어진 일본식 건물을 공주시에서 사들여 2014년부터 문학관으로 운영했다. 2025년 새로운 문학관이 건립되고 예전 풀꽃 문학관은 시인의 집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문학관 신관 입구에 '풀꽃' 시가 적힌 시석이 놓여 있었다. 모나지 않고 둥근 시비가 듬직해 보였다.
1층 전시장으로 들어가 영상을 감상했다. 1945년에 충남 서천에 태어난 시인의 일생이 영상으로 나왔다. 함께 간 문우들은 나태주 시인의 말에 감동받아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다.
"세상에 무용한 일은 없어요. 실패도 길게 보면 성공입니다. 짧게 보면 그게 나쁜 거고 실패 같지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그 실패가 성공으로 갈 수 있어요."
영상으로 전하는 시인의 말이 다 좋았지만 위에 말이 특히 가슴에 와닿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노력하다 보면 기쁜 날이 찾아온다는 얘기였다. 실패도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다들 하는 거니까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한쪽 벽면에 나태주 시인의 시가 새겨진 컵과 접시, 사발 등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작은 접시에서부터 항아리까지 시가 적힌 매력적인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때 관람객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나태주 시인이 오셨다고 했다.
지난번 사전 답사에 왔을 때도 뵈었는데 다시 뵙게 되었다. 문학관에서 관람객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시는 듯했다.
1973년 결혼사진 앞에서 해설이 시작되었다. 사진 속에 젊은 나태주 시인과 아름다운 신부가 나란히 서있고 청노루 눈빛의 박목월 시인이 주례를 맡고 있었다. 책으로는 들을 수 없었던 재미난 이야기에 구수한 입담이 더해져 우리 일행은 마냥 신이 난 병아리처럼 따라다녔다.

▲나태주 시인24일, 방문객에게 소장품을 설명하는 나태주 시인의 모습 ⓒ 설보영
2층에는 스마트 기기로 시를 쓰고 체험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 풀꽃 편지함에서 적힌 글을 보고 나태주 시인은 감탄한다고 했다. 질문지의 물음은 모두 6가지다.
무엇이 가장 힘든가요? 그리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당신의 마음속 별은?
무엇이 당신에게 행복을 주나요?
당신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행 가고 싶은 곳과 그 이유는?
나태주 시인은 방문객과 반갑게 사진도 찍고 시간을 내어 일일이 시집에 사인과 '풀꽃' 시를 적어 주셨다. 오송에서 왔다는 한 대학생이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며 나에게 말을 건냈다.
"나태주 시인님이 이곳에 자주 오시나 봐요, 갑자기 다녀올 때가 없을까 해서 검색하고 문학관에 왔는데 직접 만나니 너무 좋네요."

▲나태주 시인24일, 문학관 해설 후 방문객에게 직접 사인과 시를 남겨주는 모습. ⓒ 김은진
불현듯 찾아와 마음을 위로받는 공간이고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뜻깊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 풀꽃이 핀 듯 뿌듯한 얼굴로 시집을 받아 들었다. 나태주 풀꽃문학관에는 시인의 시구절에서 따온 말로 시인의 얼굴을 만들어 놓은 작품이 있다. 그중에 '말 한 송이의 따뜻함'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따뜻한 말 한 송이를 피워 내기 좋은 계절이다.

▲나태주 풀꽃문학관24일, 안양도서관수필동호회에서 공주 나태주풀꽃문학관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 김은진
※ 나태주 문학관 이용시간
관람시간 : 매주 화~일 10:00~17:3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당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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