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 멤버이자 김윤주 와우산레코드 대표의 음악 에세이. 김윤주의 일상과 이야기를 담아 당신의 오늘에 위로가 될 곡을 전달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한 편 한 편 감상해 주세요.
강아솔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2012년 봄, 자신의 첫 앨범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을 제주의 스튜디오에서 완성했다. 담담한 듯 하지만 깊은 그만의 색채가 잘 담긴 음반이었다. 이후 서울에서 3개의 정규 앨범을 더 만들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아는 강아솔은 만화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한다. 누워있는 걸 좋아하고 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갖고 있다. 강아솔은 수줍음이 많지만 적극적이다. 강아솔은 눈부시게 밝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도 있다. 강아솔은 역사 유머를 좋아하고 지금도 여전히 키가 자라는 거 같다. 강아솔은 모르는 사람이 없고 모르는 가십이 없다.
강아솔은 공연 때 노래를 못하는 것보다 관객을 웃기지 못할 때 많이 긁힌다. 강아솔은 칭찬을 잘하고 내 사람이다 싶으면 그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강아솔은 운전을 좋아해서 집이 먼 친구들을 늘 데려다준다. 그 사람의 귀갓길이 걱정되는 거면서 그냥 운전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담 듀오를 위협한 이름, 강아솔

▲싱어송라이터 강아솔. ⓒ 와우산레코드
2010년 데뷔한 옥상달빛은 만담 듀오로 불렸다. 클럽 공연 당시 다른 가수들은 보통 노래는 크게 불렀지만, 음악을 소개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멘트는 소곤거리며 했다. 앞줄에 앉은 사람에게만 겨우 들릴 정도로 작게 이야기 하는 가수들 사이에서 옥상달빛은 노래보다 멘트를 더 크고 씩씩하게 하는 듀오였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신기해하면서도 재밌게 봤다.
몇 년 후, 옥상달빛의 앨범 프로듀서가 "음악은 진지한데 멘트를 너네만큼 재밌게 하는 여자 싱어송라이터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게 강아솔이었다. 세진이(옥상달빛 멤버)와 나는 대체 그게 누구냐며 장난스레 발끈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노래를 잘 부른 날보다 재미있는 멘트로 사람들의 피식피식 웃음소리가 더 많은 날 뿌듯함을 느끼기에 강아솔을 조금 견제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강아솔의 음악을 듣는 순간, 이 사람은 고독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움과 고독을 잘 알기에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가사와 멜로디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만났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강아솔을 2021년에 처음 만났다. 그는 수줍어하면서도 말이 많았다. 말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남의 말은 잘 듣지 못하는 병에 걸렸는데 강아솔은 듣는 것도 잘했다. 그때나 세월이 흘러 '와우산레코드'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지금이나 내게 강아솔은 사람을 좋아하는 대형견 같다.
"그래도 우리 그래도 우리
힘껏 서로를 사랑해 줄래.
이 모진 세상에서"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시기지만, 강아솔의 3집 앨범에 수록된 곡 '그래도 우리' 를 재생하는 순간 계절이 바뀌는 느낌이 든다. 창밖으로는 눈이 펄펄 내리고 따뜻한 집 안에서 담요를 덮고 기대앉아 핫초코를 후후 불며 "아- 좋다"는 말을 내뱉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마음에 미움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좋은 음악은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강아솔의 노래를 듣는 4분 28초 동안 나는 내 기억 어딘가에 머문다. 그래서 노래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는 그 기분이 너무 묘하고 아쉬워 하루 종일 한 곡 반복 재생을 해놓고 그 기억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감당할 수 없어 버거웠던 일을 잠시 잊을 수 있다.
미움이 자라날 때
평소라면 적당한 타격감으로 넘길 수 있는 일들도 어쩐지 지금은 마음과 몸 이곳저곳이 잘 견뎌주지를 못한다. 요즘 유독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걱정할 일도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기도 했는데, 요즘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여기에 고민이라도 더해지면 머릿속 불을 끄는 스위치가 고장 난다. 아침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나면 고민을 준 사람도 싫고 그 상황도 싫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싫은 건 생각을 끊어내지 못하는 무력한 나다. 그 모습이 너무 한심해 자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들이 점점 많아진다.
얼마 전, '사랑은 결단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듣고 메모장에 저장했다.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사랑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좋아서 생겨버린 상처는 더 깊고 아파,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곳에 미움이 자라나기도 한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고 성경에도 쓰여 있는데 정말 생각보다 사랑은 크고 힘이 강하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어두운 힘으로 서서히 나를 갉아먹을 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가벼운 게 아니기에 내 마음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다시 "그래도 우리 그래도 우리, 힘껏 서로를 사랑해 줄래"라고 노래하는 강아솔의 목소리를 듣는다. 힘들고 밉고 싫어도 그래도 우리. 서툴고 무심해도 그래도 우리. 내가 마음에 두는 표현은 '그래도 우리'라는 부분이다. 그래서도 아니고 그리고도 아닌, 무언가 맘에 들지 않아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그래도 우리'는 품어주자는 것처럼 들린다. 하나의 숙어처럼 외워도 될 만큼 따뜻한 말이다.
이왕이면 미움보다 사랑으로 채워진 시선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 마음, 우리의 마음도 지금보다 훨씬 평화롭지 않을까. 우리의 마음에 더 커다란 사랑이 흘러넘쳐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도 스며들 수 있기를. 그래서 모두가 지금보다 조금 더 서로를 힘껏 사랑하며 이 모진 세상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