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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막상 선거 과정에선 지역의 중요한 의제와 이슈들이 간과되곤 합니다. [우리 동네 진짜 이슈] 기획은 각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불편함을 지적하고, '정치'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제안합니다. 한 표 한 표가 지역을 바꿔줄 것을 기대하는 시민기자들의 목소리를,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이 경청하기를 바랍니다.
"아빠! 제주는 버스가 공짠데 부산은 엄청 비싸."

올해 제주특별자치도를 떠나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한 말입니다. 아이의 말대로 제주도에서 지급한 청소년용 교통복지카드를 단말기에 찍으면 하루에 몇 번을 타든 버스 요금이 무료였습니다. 지난해부터 제주는 전국 최초로 버스 무료 탑승대상을 만 13세~18세의 중·고교생과 학교 밖 청소년까지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모두의 기본적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며 제주도와 교육청이 예산을 분담했습니다.

딸은 지난 2025년 8월 정책이 시행된 이후 올해 부산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5개월가량 정책의 수혜를 받았습니다. 반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번 부모에게 버스비를 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돼 무척 편했다고 합니다. 방과 후나 주말에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가거나 쇼핑을 갈 때도 교통비가 들지 않으니 "아빠, 나 다녀올게"라며 자유롭게 외출했습니다.

그랬던 딸이 부산에서는 매번 버스비를 달라고 해야 하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닌가 봅니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청소년의 이동권이 다르게 보장 받고 있는 셈입니다.

부산의 버스 요금

 부산 시내버스
부산 시내버스 ⓒ 임병도

제주도 통계(4월 5일 기준)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이 카드를 사용합니다. 도내 대상자 8만 6000여명 가운데 5만 9421명(68.6%)이 카드를 등록해 실제 이용했다고 합니다. 학기 중 일평균 이용 건수가 3만 건을 넘었고, 방학 기간에도 일평균 2만 건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교통비 부담이 사라지자 방학 중에도 자유롭게 다닌 것입니다. 학생 이동권 보장과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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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중교통 현실은 청소년에게 조금 가혹합니다. 부산시는 지난 2023년 10월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당시 12세 이하 어린이 요금은 전면 무료화했지만, 13세 이상 청소년 요금은 동결했습니다. 타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청소년 무상교통이나 100원 버스를 도입하는 추세와 비교하면 부산 청소년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은 큽니다.

청소년 요금은 동결됐다고 하지만, 청소년용 카드를 등록해 쓰지 않으면 성인 기준 일반 요금인 1700원(교통카드 1550원)을 고스란히 내야 합니다. 부산시도 청소년 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해 '청소년 동백패스'를 도입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 달에 2만 5000원 이상을 써야 초과분을 돌려주는 '선결제 후환급'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수만 원의 교통비를 낼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 청소년에게는 초기 비용이 진입 장벽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면 청소년의 활동 반경이 좁아지고, 이는 곧 교육 기회와 사회 참여 축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합니다. 학생들은 성인처럼 후불 교통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당장 카드에 잔액이 없으면 이동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1000~2000원 정도만 충전해서 아껴 쓰는 청소년도 허다합니다. 버스비가 부담스러워 걸어 다녀야만 하는 일이 부산 어딘가에서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청소년 무상교통 공약

 2월 개통된 대심도 만덕IC 부근. 대심도 통과 차량은 드물지만 주변 도로는 정체 . 26.3.12
2월 개통된 대심도 만덕IC 부근. 대심도 통과 차량은 드물지만 주변 도로는 정체 . 26.3.12 ⓒ 임병도

앞서 부산시는 지난 2022년 '부산 대중교통 비전 2030'을 발표했습니다. 노선 조정, 복합환승센터 등 도시 개발, 친환경 트램 구축 등이 주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대중교통 정책의 초점이 대부분 시설 투자와 건설에 맞춰져 있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외면당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2023년 부산시가 버스 요금을 인상할 당시,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도로, 다리, 터널을 위해서는 몇 조 원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대중교통 재정적자 1600억 원을 아끼려고 요금을 최대 29%나 올렸다"라며 "이는 부산시가 어디에 중심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는지 보여주는 근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부산시는 2007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고, 2023년 2710억원을 지원하는 등 매년 버스조합에 2000억원이 넘는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내버스 업계는 지난해 282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2019년 이후 6년 만에 시내버스가 파업으로 멈춰 서기도 했습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됨에도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부산시 대중교통 정책이나 버스 준공영제 혁신에 대한 공약이 반드시 나와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박형준(왼쪽) 부산시장, 전재수(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형준(왼쪽) 부산시장, 전재수(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연합뉴스

현재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교통 정책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각 당의 후보도 하나둘, 공약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3선 도전 슬로건으로 '세계도시 부산'을 내세운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대중교통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그는 지난 17일 동백패스,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빅버스(BIG BUS) 등 대중교통 혁신 성과를 직접 점검하며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대중교통은 시민의 발이자, 관광 문화 도시 부산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얼굴"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쾌적하고 편리한 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하는 전재수(북구갑) 국회의원은 지난 27일 의원 사퇴와 예비후보 등록에 앞서 주민들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그는 ▲해사전문법원 부산 설치 ▲HMM 부산 이전 ▲북극항로 특별법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 등을 강조하며 '해양수도 부산'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시민을 위한 공약 발굴과 정책 활동을 약속했습니다.

이제 막 부산시장 출정식을 열고(박형준 시장), 의원 사퇴를 공식화(전재수 의원)한 상황에서 대중교통과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은 아직 발표된 게 없습니다. 본격적인 선거전을 펼치며 또다시 도로를 개통한다, 터널을 뚫겠다, 비싼 트램을 도입하겠다고 말하는 후보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천억 원이 드는 대규모 토목 사업이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지는 의문입니다.

각 후보가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 승차와 관련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교통 정책이 아닌, 가계 부담을 줄여 인구 유출을 막는 '교육·복지 정책'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현재 '선결제 후환급' 정책은 교통복지를 이뤄내기에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부산은 엄청 비싸"라는 청소년의 말 한마디가 부산시의 씁쓸한 정책 우선순위를 보여줍니다. 차기 부산시장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외형적 토목 중심의 교통 정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시민에게 재정 적자의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미래 세대의 이동권을 배려하는 혁신적인 무상교통 정책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지방선거#부산#제주#버스요금#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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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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