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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월), 서울에서 지인 모임이 있었다. 설날 연휴에 주차 블록에 걸려 넘어진 사고로 치아를 다친 후 처음으로 모임에 나갔다. 부러진 앞니와 흔들리는 이 모두 세 개를 빼고 치아 치료 중이다. 치과에서 임시 치아를 만들어 주었으나 식사할 때는 임시 치아를 빼고 먹어야 하기에 정말 불편하다.
앞니 빠진 모습은 왠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싫어서 식사하는 모임에는 사고 이후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모임은 만난 지 20년 정도 되었고, 사고 난 것을 말할 정도로 친하고, 흉허물이 없는 편한 사이이기 때문에 용기 내어서 나가게 되었다.
모임은 모두 네 명인데 지인 중 한 분이 서울에서 살다가 퇴직 후 남편과 충북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에 모임 때마다 시외버스를 타고 올라온다. 시외버스 종점이 남부터미널이기 때문에 오늘은 남부터미널로 우리가 가기로 했다.
이날은 비 예보도 있고 흐려서인지 전날보다 낮 기온이 10도 정도 내려간다고 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우산도 챙겨서 출발했다. 나는 인천 서구에 사는데 남부터미널역까지는 지도 검색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와 조금 일찍 2시간 전에 출발했다. 늦는 것보다는 조금 일찍 도착하는 것이 평소 습관이다.
보행 약자도 걷기 좋은 무장애 데크길
남부터미널역 근처에서 식사하고 근처에 있는 서초 우면산 무장애 숲길로 향했다. 남부터미널역 3번 출구 쪽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5분 정도 걸으니 횡단보도가 나왔다. 앞쪽에는 육교도 보였으나 횡단보도로 건너서 바로 우면산 무장애 숲길로 들어섰다.

▲서초 아쿠아아트 육교남부터미널 방향에서 육교를 건너도 바로 무장애 숲길로 연결된다. ⓒ 유영숙
2024년에 완공된 우면산 무장애 숲길은 서초 약수터에서 국립국악원까지 약 3km 구간과 방배동 불교 TV 맞은편까지 약 1km 구간, 총 2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 우리는 국립국악원까지의 구간을 걷기로 했다. 서초 아쿠아아트 육교에서 시작해서 국립국악원 쪽으로 내려왔으니 2km 정도 걸은 것 같다.

▲서울 서초 우면산 무장애 숲길숲길이 완만한 데크길로 연결되어 있어서 보행 약자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다. ⓒ 유영숙
우면산 무장애 숲길 산책로는 완만한 경사도와 계단 등 장애물이 없는 목재 데크로 연결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아차를 이용하는 보행 약자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데크길 폭도 좁지 않아서 휠체어를 타고도 충분히 산책을 즐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무장애 숲길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 장치산책로 중간중간에 휠체어 안전 표시와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었다. ⓒ 유영숙
무장애 숲길이라서 중간중간에 비상벨도 설치되어 있고, 휠체어 안전 표시도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오늘 함께 온 지인 중 한 명이 다리가 아파서 등산은 엄두도 못 내는데 우면산 무장애 숲길은 경사도가 정말 완만해서 걷는데 힘들지 않다고 했다. 이름 그대로 무장애 숲길이 맞았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있는 쉼터와 전망대에서 바라본 예술의 전당 전경 ⓒ 유영숙
데크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에 쉼터와 전망대가 많았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것 같아 감사했다. 건강한 사람은 쉬지 않고도 계속 걸을 수 있겠지만, 다리가 불편하신 보행 약자나 유아, 노인들은 산책 중간에 쉼이 필요하다. 전망대에서는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었고, 산책로 아래에 있는 국립국악원과 예술의 전당도 잘 보였다.
우리도 식사 후에 카페에 가지 않고, 집에서 조금씩 가져온 간식과 한 분이 요즘 남편이 커피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로스팅까지 한 커피를 가지고 와서 잠시 숲속 쉼터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유명한 카페가 부럽지 않은 숲속 쉼터 카페였다.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산책로

▲서초 우면산 무장애 숲길초록이 예뻐서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 유영숙
요즘 벚꽃이 떨어진 자리에 철쭉과 라일락, 황매화, 박태기나무 등 어딜 가나 꽃 잔치다. 오늘 온 지인이 "이제 벚꽃이 지겨워요"라고 말해서 모두 웃었다. 우리나라는 요즘 벚꽃 명소에 가지 않아도 사는 동네에서도 벚꽃을 실컷 볼 수 있다.
"저는 나이가 들어서 인지 꽃보다 초록 잎이 예쁘네요."
"어머, 선생님도 그러시군요. 저도 이맘때 싹이 올라오는 연둣빛 잎이 정말 예뻐요."
"제가 책에서 읽었는데 꽃보다 잎이 예쁘면 나이 든 거라고 했어요."
"우리가 나이가 들긴 했지요, 하하하."
오늘 모인 지인은 모두 60대 후반과 70대 초반이니 나이 든 것이 맞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니 비가 조금씩 내렸다. 산책길 가장자리에 있는 싱그러운 초록 잎을 보며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정말 좋았고, 초록 잎을 보며 숲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우면산 무장애 맨발길우면산 무장애 숲길 중간에 무장애 맨발길이 있어서 맨발 걷기를 할 수 있었다. ⓒ 유영숙
걷다 보니 무장애 맨발 길이 나왔다. 요즘 맨발 걷기도 유행이니 잠시 신발을 벗고 흙길을 걷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고 또 다른 경험이 될 거다. 중간에 발을 씻을 수 있었는데 우리는 수건을 준비해오지 않았고, 비도 내려서 맨발 걷기는 하지 못했다. 오늘만 날이 아니니 다음에 와서 맨발 걷기도 하자고 했다.
초록 잎을 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국립국악원이 나왔다. 한 분이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다시 내려가야 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걷기로 했다. 남부터미널역 방향으로 걷다가 예술의 전당 1층에 있는 카페에 들러 화장실에도 가고 차도 마시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여기 정말 좋네요. 여름에도 숲이 우거져 덥지 않겠어요."
"무릎이 조금 아파서 언덕길은 어려운데 데크길이 경사가 완만해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걸을 만하네요."
"우리 다음 모임에도 여기 올까요?"
"좋지요. 다음 모임 때는 여름이겠지만 여긴 시원할 것 같아요. 제가 아이스커피 타올게요."
"저야 감사하지요. 시외버스 타고 내리면 되니까요."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어딜 가도 좋지만, 오늘처럼 모두가 좋아하는 곳에 오면 행복이 배가 된다. 서초 우면산 무장애 숲길은 서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내리면 5분 정도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접근성도 좋고 경사도가 완만해서 누구나 걸을 수 있고, 숲길이라 낮에도 그리 뜨겁지 않겠다.
그래서인지 직장인으로 보이는 분들도 가벼운 복장으로 걷고, 노인들도 많이 보였다.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좋은 무장애 숲길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산책로가 될 거다. 다음에 우리가 갈 때는 초록 잎이 좀 더 짙어져서 신록이 우거지겠지. 벌써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