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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차를 운전하고 다니면서 길에서 교통사고를 낸 차량들을 보고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며칠 전 교통사고를 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게 아니고 내가 냈다. 천 번도 넘게 간 길인데 그 길에서 사고를 냈다.
그날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운전을 해서 출근하는 평범한 하루였다. '이 신호가 바뀌면 저 신호도 파란불로 바뀌니깐'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차를 몰았는데 갑자기 앞차가 내 눈앞에 크게 보이면서 "꽝!!!!"
마치 에버랜드에서 범버카를 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고는 순간이었고 정신이 없었던 것도 찰나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차에서 운전자가 내려 내 차로 오고 있었다. 다행히도 괜찮아 보였고, 손발이 동시에 덜덜 떨리는 것 외에 나도 괜찮았다.
그 와중에 출근 시간이 늦어져서 오늘 하루 계획했던 일이 다 뒤틀리는 게 짜증이 났다. 차는 폐차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4년 정도 탄 차와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레커차에 질질 끌려가는 내 차를 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
졸지에 나는 '뚜벅이' 신세가 되었다. 요즘 기름값이 많이 올라서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본의 아니게 나도 그 유행에 탑승하게 되었다.
사고 당일부터 버스를 탔다. 오랜만의 탄 퇴근시간의 버스는 장난 아니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선 곳에 내 몸도 함께 구겨 넣는다. 자차로 다닐 때는 버스보다는 지름길로 가서 20분이면 가는데 버스는 동네를 모두 다 돌아가기 때문에 60분이나 걸렸다.
'하루 이틀 버스를 타면서 이거 타고 다닐 수 있는 거야?'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당장 차를 사던지 해야지 도저히 이럴 순 없다 싶었다. 하지만 사고 나고 이주일이 지난 지금은 운전하면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자차로 빠르게 지름길만 오가던 때에는 스쳐 지나갔던 풍경들이, 버스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는 시간 속에서 '아, 우리 동네가 이랬구나' 하는 새삼스러움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운전할 때는 하루하루 올라가는 주유소 기름값에 한숨을 쉬곤 했는데 지금은 꽃나무들이 먼저 들어온다. 늘 저 신호 다음 빨리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조급했는데 운전대를 잡지 않으니 여유로움까지 느끼는 중이다.

▲꽃나무와 커피출근길 여유로움 ⓒ 송미정
게다가 요즘에는 날씨까지 한몫한다. 춥지 않아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걷기도 하며 뜻밖의 운동까지 하는 중이다. 시간은 더 들고 불편한 것도 있지만 버스 타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차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니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데, 그러다 보니 여유가 생겨 버스 정류장 앞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도 한 잔 사서 사무실에 올라가는 행복함도 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불편함만 붙잡고 있으면 끝도 없이 힘들어지지만,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그 안에서도 예상치 못한 여유와 작은 기쁨이 스며든다. 사고는 분명 반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 덕분에 나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놓치고 살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