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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생명안전공원은 2025년 조성 공사를 시작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안전 사회의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에 대한 다양한 분들의 글을 연재합니다.

4.16 생명안전공원과 기억산책에 대하여

우리는 흔히 기억을 '간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기억이라는 것은 가만히 두면 희미해지고 잊혀진다. 기억은 오히려 움직일 때 살아난다. 사람이 한 장소를 찾고,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기억은 현재가 된다.

발걸음이 없는 기억은 결국 바래지고 만다. 그래서 4.16 생명안전공원은 여러 의미에서 중요하다. 이 공원이 완성되는 순간, 비로소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생긴다. 기억의 물리적 플랫폼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곳은 슬픔이 멈춰 있는 위령탑이 아니라 기억이 다시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다크투어리즘, 소비가 아닌 이해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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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분야에서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은 재난 현장이나 역사적 비극의 장소를 방문하여 교훈을 얻는 여행을 가리킨다. 다만 이 개념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비극을 관광자원으로 소비한다는 인상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은 전혀 다르다. 다크투어리즘은 소비가 아니라 이해의 과정이다.

독일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매년 100만 명 내외가 찾는 세계적 방문지이다. 그러나 그곳을 다녀온 사람 중 누구도 '구경하고 왔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과거 나치 수용소 형태의 프로토타입 역할을 한 곳으로 현재는 교육형 기념관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뉴욕의 9/11 메모리얼은 추모 공간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 시민들이 '우리는 이 사건을 기억한다'는 연대를 확인하는 장소다. 국내에서도 제주 4·3평화공원은 비극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지역 사회와 연결된 살아있는 기억 공간으로 자리잡았고,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국립 5·18민주묘지는 국내외 방문자들이 꾸준히 찾는 민주주의 교육의 현장이 되고 있다.

 독일 다하우 강제수용소 전경
독일 다하우 강제수용소 전경 ⓒ 정란수

이 공간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하나이다. 사람들은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우리는 무엇을 놓쳤는지,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기 위해, 그리고 기억을 하기 위해 그곳에 간다는 것이다. 4.16생명안전공원 역시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다. 아니,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미 시작된 기억의 여행

사실 우리는 이미 그 가능성을 경험한 바 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고잔동에서의 거리극 〈학교 가는 길〉은 단순한 연극이 아니다. 배우들이 직접 관객을 이끌며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공간 속에서 함께 걷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관객은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함께 건너는' 경험을 했다. 무대 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걸으며 듣는 이야기, 이것은 이미 훌륭한 여행 콘텐츠였다.

 고잔동에서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연극 '학교 가는 길' 포스터
고잔동에서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연극 '학교 가는 길' 포스터 ⓒ 4·16재단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필자 역시 시범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했던 〈기억산책 프로그램〉도 같은 방향의 시도였다. 참가자들은 걷고, 멈추고, 듣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기억의 공간들을 몸으로 체험했다. 길을 따라 이동하며 공간과 이야기와 감정이 연결되는 순간, 참여자는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기억의 참여자가 된다.

프로그램을 마친 이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다."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발로 걸어보는 것은 다르다. 이러한 경험들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기억은 전시가 아니라 경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기억산책 프로그램 시범 운영 당시 마을해설사가 고잔동의 기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모습
2020년 기억산책 프로그램 시범 운영 당시 마을해설사가 고잔동의 기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모습 ⓒ 정란수

생명안전공원, 기억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조성될 4.16 생명안전공원은 단일 추모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학교 가는 길'과 '기억 산책 프로그램'처럼 흩어져 있던 기억의 시도들이 이 공원을 중심으로 체계화되고 연결되어야 한다.

공원 안에서 시작된 경험이 마을로, 지역으로, 다시 다른 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 전국 각지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안산이라는 도시를 기억과 함께 경험하는 여행지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경험의 동선 설계이다. 단순 관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따라 이동하는 구조, 공원 내부와 주변 지역을 잇는 '기억의 루트'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는 프로그램의 지속성이다.

연극, 산책, 교육 프로그램은 일회성이 아니라 계절과 시기, 대상에 따라 반복되고 축적되어야 한다. 셋째는 참여의 확장성이다. 방문자가 보고 돌아가는 것을 넘어 기록하고 공유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깊이라 할 것이다.

공감의 마케팅, 조용한 초대

더 많은 사람의 방문을 이끌되, 유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가. 투어, 또는 관광이라는 용어가 갖는 부정적인 느낌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이것이 이 공간 운영의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오세요'라고 크게 외치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공간과 경험, 그리고 기억에 대한 마케팅은 '조용한 초대'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 경험한 사람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방식, 즉 방문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방문자 스스로 은은하게 퍼져나가도록 하는 구조가 유효하다.

자극적인 홍보 대신 문화 예술을 매개로 한 은유적 접근도 필요하다. 생명과 평화를 주제로 한 계절별 전시, 낭독회, 음악회처럼 예술적으로 승화된 방식은 유가족에게는 위로가 되고, 일반 방문자에게는 무겁지 않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치유라는 개념 안에서 유가족, 방문자 모두가 위안을 받는 경험이어야 한다.

채널의 다양화도 중요하다. 교육여행, 시민단체, 종교기관,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의미 있는 방문'의 통로를 넓히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편입될 수 있도록 교육 과정과 연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시민 해설사가 되어 방문객을 안내하는 구조는, 이 공간이 고립된 섬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따뜻하게 연대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을 찾는 이들이 지켜야 할 태도, 콘텐츠가 유지해야 할 무게감, 운영의 윤리성이 처음부터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방문자 수보다 방문의 질이 중요하다. 많이 오는 것보다, 제대로 느끼고 돌아가는 것이 이 공간의 존재 이유에 더 부합한다.

기억을 지키는 방법은 여럿 존재한다. 기념일도 있고, 기록도 있고, 교육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지속적인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이 계속 찾는 것이다. 방문은 기억을 현재로 만들고, 경험은 기억을 타인의 것으로 확장시킨다.

4.16생명안전공원이 그 기억에 대한 만남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이 공원을 다녀온 사람이 조금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공간이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일 것이다. 여행은 결국 '나'를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달라진 '나'들이 모여 사회를 바꾼다. 본디 관광이라는 말은 다른 지역의 빛(문화나 문물)을 본다는 뜻을 지녔다. 그런데 그 다른 지역을 본다는 것은 더 근원적으로 다른 지역의 거울을 통해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과 같다. 내가 변하게 되고 다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기억이 있는 장소에 방문하여 다시 기억을 살려 나가는 것, 그것이 4.16생명안전공원과 주변을 방문하고 산책해야 하는 이유이다. 세월호 12주기가 지나고 이제 내년까지 4.16생명안전공원이 만들어지기 전에 다시금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길 희망해본다.

[함께 만들어가는 4.16생명안전공원]
- 공원으로 남긴 기억은 어떻게 도시가 되는가 https://omn.kr/2gvwt
- 4.16생명안전공원 설계의 변 https://omn.kr/2h6ej
- 4월의 기억과 약속 https://omn.kr/2hj3e
- '기억의 수호자'로 '기억의 편'에 함께 해주세요 https://omn.kr/2hmtu

덧붙이는 글 | 생명존중·안전사회를 만들어 갈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월호참사#생명안전공원#다크투어리즘#기억산책#416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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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가는 '4.16생명안전공원'

정란수 (416woeks) 내방

재단법인 4·16재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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