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또한 차 석좌의 발언을 전한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또 다시 '가짜뉴스'였다. CSIS는 그런 정보를 올린 적이 없다고 한다"라며 "정동영 장관은 어디서 들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무엇을 믿는 걸까?"라고 힐난했다. ⓒ 장동혁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참고로 말씀드린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북한 구성시의 핵 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전혀 없다(CSIS has never done a report on nuke facilities at Kusong).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
지난 21일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차 석좌는 "북한 구성 지역에서 핵개발 활동이 있다는 것은 2016년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보고서와 국내 KBS뉴스 보도를 시작으로 작년 미국 CSIS 보고서까지 그동안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라는 내용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 글을 인용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여러 언론은 차 석좌의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관계자가 우리 정부 장관급 인사의 주장을 직접 반박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또한 차 석좌의 발언을 전한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또 다시 '가짜뉴스'였다. CSIS는 그런 정보를 올린 적이 없다고 한다"라며 "정동영 장관은 어디서 들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무엇을 믿는 걸까?"라고 힐난했다.
문제는 차 석좌의 발언 시점 등이 다소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2016년 CSIS가 북한 전문 누리집으로 개설한 '분단을 넘어서(Beyond Parallel)'에 구성시(Kusong)를 영어로 검색하면 작년 4월과 5월, 3부에 나눠서 공개한 "용덕동 고폭발 핵실험 시설(Yongdok-tong Nuclear High Explosive Test Facility)"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다. 용덕동은 평안북도 구성시에 위치한 곳이다.
차 석좌가 작성자 3인 중 한 명으로 확인되는 해당 보고서엔 "용덕동 핵시설은 핵무기 고폭발 실험에 사용되는 설계 및 부품 시험을 수행하는 북한 유일의 가동 시설이다. 이 보고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기밀 해제 자료 중 이 비밀 시설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보고서"라고 설명돼 있다.
CSIS "구성시 용덕동 고폭발 핵실험 시설, 2025년 1월 기준 여전히 가동 중"

▲문제는 차 석좌의 주장이 틀렸다는 점이다. 2016년 CSIS가 북한 전문 누리집으로 개설한 '분단을 넘어서(Beyond Parallel)'에 구성시(Kusong)를 영어로 검색하면 작년 4월과 5월, 3부에 나눠서 공개한 "용덕동 고폭발 핵실험 시설(Yongdok-tong Nuclear High Explosive Test Facility)"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다. 용덕동은 평안북도 구성시에 위치한 곳이다. ⓒ '분단을 넘어서' 누리집 갈무리
해당 보고서는 위성 사진을 통해 용덕동 핵시설 주변 건축물들이 2010년대에 걸쳐 확장되어 왔다고 분석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시설 입구 서쪽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막사 건물이 추가 확장되었다며 2025년 1월 10일 촬영된 위성사진에 따르면 시설은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봤다.
또한 "수년 동안 여러 보고에서 용덕동 핵시설은 '북한의 유일한 핵무기 비축 장소'로 지목되었다"며 "기존 보고들을 검증하고 미확인 지하 시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미확인 지하 시설 입구로 추정되는 세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시설에서 실시한 고폭발 실험 횟수에 대해선 "2015년 한국 국방부 발표와 그 이후 다른 발표들을 종합하면 북한이 현재까지 실시한 고폭발 핵실험의 총 횟수는 총 150회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적었다. 해당 보고서 내용을 보면, 차 석좌의 주장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해당 주장 이후 6시간 뒤, 차 석좌는 X에 "CSIS는 정동영 장관의 주장과 달리 농축 활동(enrichment activities)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 우리가 보고한 것은 고폭 실험 기폭 장치(high explosive test triggers)에 관한 것이고, 이는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의문이 들게 한다. 정동영 장관은 CSIS가 구성시의 핵 농축 활동을 보고했다고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 구성 지역에서 핵개발 활동이 있다는 것은 작년 CSIS 보고서에서도 제기된 문제"라고 말했고, CSIS 보고서는 "2025년 1월 기준 용덕동 핵시설은 여전히 가동 중(Remains operational)"임을 확실히 명시했다.
한편 22일 <조선일보>는 '정부 안보 라인서 불거지는 대미 관계 불협화음'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에서 기존의 영변과 강선 외에 평북 구성에 핵시설이 있다고 언급했다"며 "그러나 CSIS 빅터 차 한국 석좌는 "구성 핵 시설 보고서를 단 한 번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고 지적할 뿐 실제로 CSIS가 구성 핵 시설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 3일 "북한의 핵무기용 고폭 실험장인 평안북도 구성시의 '용덕동 핵시설'이 최근까지 가동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며 CSIS의 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조선일보> 보도 화면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