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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토요걷기를 하는 회원들.
지리산둘레길지리산둘레길 토요걷기를 하는 회원들. ⓒ 정도길

걷기 운동이 일상이 된 지도 반년을 넘어서고 있다. 삼사십 분이나, 한 시간 정도 걷는 것이 아닌, 하루 두 시간 반 정도를 걷고 있다. 10km가 넘는 거리다.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고 있다. 50대 후반 첫 심장 시술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네 번의 심장 관련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 최종 시술을 받은 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큰마음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커피와 술도 끊었다. 음식도 심장에 도움이 되는 식단으로 꾸렸다. 더 중요한 것은 걷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걷기 운동의 효과는 육신과 정신에서 변화된 모습으로 감지되는 느낌이다. 심박과 혈압도 안정적이다. 특히 고질적으로 괴롭혀 왔던 두통도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어 마음의 안정을 유지함은 물론이다.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일상적인 걷기 운동에서 벗어난 것은, 지리산둘레길을 걸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지리산둘레길 걷기는 매주 토요일에 약 13~15km를 걷고 있다. 사단법인 숲길에서 관리하는 지리산둘레길은 21개 구간 약 289.4km로, 지리산 권역을 한 바퀴 도는 도보길이다.

지난 18일, 여섯 번째 지리산둘레길 토요걷기에 나섰다. 참여자는 매회 20명으로, 멀리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은 지리산권역에서 참가한다. 이번 걷기는 주천(남원시)~산동(구례군) 구간 약 15.9km에 주요 경유지는 지리산둘레길 주천센터, 지리산유스호스텔, 밤재, 계척마을, 현천마을 그리고 도착지인 산동면사무소까지 이어졌다. 이 구간은 지리산서북능선을 바라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산수유나무도 볼 수 있다. 편백나무 숲길에서 진한 향을 느낄 수 있고, 지리산 자생 야생화를 보는 것에서는, 눈이 즐거운 매력 있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쾌청한 날씨 속에서 출발한 지리산 둘레길 걷기

지리산 지난 밤 내린 비로 날씨는 맑고 쾌청하다.
지리산지난 밤 내린 비로 날씨는 맑고 쾌청하다. ⓒ 정도길

지난 밤 내린 비로 날씨는 쾌청하다. 흰 구름이 산 허리를 감싸 안은 풍경도 상쾌하다. 출발지인 외평마을을 지나 작은 저수지인 장안제에 이르니 감동이 밀려온다.

하얀색 구름, 연두색 나뭇잎, 미세한 물결이 이는 풍경은 환상적인 색깔 배합으로, 자연이 그려낸 수채화 그대로의 모습이다. 촉촉이 젖은 땅은 걷기에 편하다. 작은 계곡에서 물 한 컵 떠 마시니 속까지 시원하다. 주변에는 야생화가 만발이다. 매미꽃과 홀아비꽃대는 처음으로 마주한다. 노란색깔 매미 꽃은 매미를 닮은 모습이 전혀 없어 보인다. 홀아비꽃대는 홀로 쭉 뻗어 선 모습이 꼭 홀아비 같은 느낌이 들긴 하다.

장안제 장안제에 자연이 그려 낸 수채화 풍경.
장안제장안제에 자연이 그려 낸 수채화 풍경. ⓒ 정도길

숲길을 지나 밖으로 나오니 지리산유스캠프가 있는 곳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임도로 걸음은 계속된다. 숲 사이로 남원 시가지 풍경도 보인다. 이번 구간 난이도는 보통으로 어려운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인지라 오르막이 있고, 힘이 드는 것도 피할 수는 없는 일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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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은 지 두 시간 만에 밤재(해발 490m)에 도착했다. 밤재에는 극일과 평화의 새로운 다짐을 위한, '왜적침략길 불망비'가 세워져 있다. 비석은 갑오년(1894) 일본이 동학농민군의 토벌군으로 북에서 남으로 이 고개를 넘었고, 약탈과 지배의 수단으로 신작로를 냈다는 기록을 새겨 놓았다. 그러고 보니 밤재를 지나는 임도는 옛날부터 있었던 도로로, 대형버스가 다닐 정도로 폭이 넓다.

밤재에서 소풍 나온 기분으로 도시락을 풀었다. 사과 한 개도 깎았다. 걷는 시간도 즐겁지만 먹는 시간은 즐거움을 넘어선다. 이곳에는 지리산둘레길 스탬프가 있는 곳이라, 책자를 꺼내 도장을 찍었다. 6개가 채워졌다. 하나씩 늘어나는 도장, 소풍 때 보물을 찾은 기분과 같은 느낌이다.

큰구슬붕이 지리산 야생화 큰구슬붕이 꽃말은 '희소식'.
큰구슬붕이지리산 야생화 큰구슬붕이 꽃말은 '희소식'. ⓒ 정도길

밤재부터는 내리막길로, 편안한 임도는 한 동안 이어진다. 야생화를 또 만났다. 잘 아는 각시붓꽃이다. 또 다른 꽃은 몰라 센터 야생화 전문가에 물으니 큰구슬붕이란다. 큰구슬붕이 꽃말은 '기쁜 소식', '희소식'이라고 하는데, 희소식이 올까 기대된다. 지나온 길 밤재 1.9km, 앞으로 가야 할 길 산수유시목지 3.2km, 갈림길에는 스탬프 찍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울창한 편백나무 숲에 들어서니 은은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편백나무는 소나무보다 피톤치드가 5배 많다고 한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완화, 심신 안정, 항균 작용 그리고 아토피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편백나무 숲길을 걷는 것만 해도 이 같은 효능이 느껴져 오는 것만 같다.

편백나무 숲길이 짧은 것이 아쉽기만 할 뿐이다. 또 건너게 되는 계곡 안내 표지판에는, 우천 시 계곡이 범람하고 미끄러워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쓰여 있다. 꼭 산행이 아니더라도, 우기 시 계곡 인근에 텐트를 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편백나무숲 지리산둘레길 주천~산동 구간에 있는 편백나무 숲길.
편백나무숲지리산둘레길 주천~산동 구간에 있는 편백나무 숲길. ⓒ 정도길

수령 1000년, 할머니 산수유나무의 유래

계척마을(산동면 계천리)에는 산수유시목지(할머니 산수유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중국 산동성에 살고 있던 한 처녀가 산동면으로 시집을 오면서, 고향의 풍경을 잊지 않기 위해, 산수유나무 한 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유래라고 한다. 보호수로 지정돼 있는 이 나무는 수고 7m 둘레 4.8m로, 수령이 1000년이라고 전해온다.

수령 약 300년 된 달전마을(산동면 원달리) 할아버지 산수유나무와 함께 전국으로 산수유나무가 보급되었다고 한다. 계척마을은 돌담장길이 마을 골목길을 장식하고 있다. 이끼 낀 담장은 고즈넉한 분위기로 산수유 꽃이 필 무렵이면 꽃담 길로 사랑받고 있다.

산수유시목 지리산둘레길 주천~산동 구간 계척마을에 있는 산수유시목지.
산수유시목지리산둘레길 주천~산동 구간 계척마을에 있는 산수유시목지. ⓒ 정도길

계척제를 지나 절넘어골로 넘어서니 언덕이 심하게 파헤쳐 있다. 멧돼지 무리가 판 흔적으로, 흙 수분이나 현장 상태를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모습이다. 산행 시 무섭기도 하고, 또 가장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가 멧돼지를 만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멧돼지 출몰이 가장 우려되는 시기는 봄철 이맘때로, 특히 새끼들과 함께 한 어미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멧돼지를 만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뛰는 행동으로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또 천천히 뒤로 걸으며 큰 나무나 바위 뒤에 숨는 것이 상책이다. 일반적으로 잘못 알려진, 우산을 펴거나 공격을 유도하는 행위는 피해야 할 것이다. 119 신고도 필수적이다.

멧돼지 흔적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언덕.
멧돼지 흔적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언덕. ⓒ 정도길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바래봉 철쭉제

지리산서북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장관이다. 지리산서북능선은 성삼재에서 고리봉, 만복대, 정령치, 세걸산, 철쭉군락지, 바래봉, 덕두산 그리고 인월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말한다. 거리는 약 14.4km 정도로 7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구간에는 바래봉 철쭉군락지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철쭉축제로 유명한 '제30회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제'는 오는 2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조만간 성삼재에서 인월까지 능선을 걸으며, 철쭉꽃에 푹 빠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지리산서북능선 가운데 푹 꺼진 곳이 성삼재로 오른쪽으로는 노고단, 왼쪽으로는 서북능선이 이어진다.
지리산서북능선가운데 푹 꺼진 곳이 성삼재로 오른쪽으로는 노고단, 왼쪽으로는 서북능선이 이어진다. ⓒ 정도길

현천마을에 이르니 걸음은 막바지다. 훤하게 트인 넓은 공터를 보니 마음도 넓어진다. 현천마을 종합 안내도에는, 집집마다 문패를 단 듯한 모습으로 이름을 적고 그림도 그려 놓았다. 작은 연못인 현천제 옆으로는 전인화 드림하우스와 김종민·은지원 세컨하우스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었다는 이유로, 2020년 모 방송국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이 마을은 돌담과 산수유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 때는 130여 호가 거주하는 큰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35호 80여명 주민이 살아가고 있다.

현천마을 종합안내도 현천마을 종합안내도에는 집집마다 문패를 걸어 놓았다.
현천마을 종합안내도현천마을 종합안내도에는 집집마다 문패를 걸어 놓았다. ⓒ 정도길

여섯 번째로 참가한 지리산둘레길 토요걷기는 15.9km에 5시간 45분을 걸어 산동면사무소에 도착했다. 주천~산동 구간은 전북에서 전남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지난 3월 시작한 걸음은 경남 산청에서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로 이어지며, 지금까지 3개도 4개 군을 넘어서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8월 초에 걸음은 멈출 것이다. 젊은이들의 직장이 출근지라면, 퇴직 후 내게 있어 지리산둘레길이 출근지가 돼 버렸다. 매일 같이 2시간 반을 걷는 것은 하루의 중요한 일과가 된 지 반년이 되었다. 나아가 토요일은 1주일 만에 출근 상태를 확인 받으러 가는 길로, 나머지 6일이 마냥 즐거운 이유는 이 토요일이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여행, 인생여정>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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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289.4km 한 바퀴 토요걷기

여행, 인생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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