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김건희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부쩍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권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백주대낮에 1억 원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라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2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백승엽·황승태·김영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1심 구형과 같이 "권 의원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억 원을 추징해달라"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종교단체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민주질서를 훼손하는 등 헌법 가치가 중대하게 침해되는 일이 발생했다"라며 "피고인은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 받은 것을 넘어 정교 분리라는 근간을 훼손하고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의 공정을 형해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5선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공적 위치에 있음에도 이를 악용해 특정 종교단체와 결탁했다"며 "피고인은 통일교로부터 1억 원의 거액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그 대가로 (2022년 치러 대선 이후) 통일교와 대통령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등 '통일교 창구'로 기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5선 중진 의원이라는 점을 악용해 통일교의 한학자 총재 등과 지속해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라며 "이는 국회의원의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검은 "피고인은 전성배(일명 건진법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부터 차명폰을 이용해 전씨와 연락하거나 윤영호를 만나 수사 상황을 확인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라며 "이 사건 범행 경위, 방법, 수수한 자금 등을 감안하면 죄질이 매우 무거워 중형이 불가피하다"라고 강조했다.
'불법 정치자금' '정교유착' 단어에 눈물 훔친 가족... 권 의원은 애써 외면
특검의 검사가 '불법 정치자금'과 '정교유착' 등 권 의원의 혐의 사실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자 방청석에 있던 권 의원의 가족 중 한 명은 눈물을 흘렸다. 서울구치소에서 다듬은 듯 짧은 머리를 하고 나타난 권 의원은 이날 방청석을 채운 자신의 가족과 의원실 보좌진, 지인을 보지 않으려는 듯 눈을 감거나 천장을 바라보며 피고인석을 지켰다.
권 의원은 이날 구형 전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1억 원 수수 사실을 부인하며 "그야말로 특검 주장에 불과하다"라며 "제가 윤 전 본부장을 계속 만난 것은 종교 단체가 표심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학자 총재의 의사가 통일교 구성원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선거운동의 기본이고, (저는) '표를 달라'거나 '우리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윤 전 본부장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면담하는 데 배석한 이유에 대해 "제가 주선한 면담이 아니"라며 "(대화 내용이) 오래돼 기억이 잘 안 날뿐더러 배석자는 대화에 잘 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 측 변호인은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오직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한 피고인은 종교단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오명을 썼다"라며 무죄 또는 공소 기각을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은 그 근거로 1억 수수 방법 등에 대한 윤 전 본부장의 특검 진술이 합리적이지 않고, 윤 전 본부장이 항소심 법정에서 공소 사실 핵심이 되는 부분에 대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해 실질적 반대신문이 이뤄지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다는 점 등을 짚었다.
권 의원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8일 "윤 전 본부장이 피고인에게 보낸 메시지와 진술을 볼 때 피고인이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라면서 징역 2년,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의 정책, 행사 등을 나중에 지원해 주면 통일교 신도들의 투표 및 통일교 조직을 이용해 대선을 도와주겠다'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한편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오는 28일 선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