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청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이 진행됐다. ⓒ 페미연대
18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이하 '페미연대')는 10년 전 발생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기억하고 반복되는 여성폭력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맞아 제주에서는 여성운동을 만드는 활동가들이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 제주여성행동'을 만들었다. 이들이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캠페인은 여성폭력 문제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페미니스트 연대 활동을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기억하고 '강남역'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밝히는 시민 발언이 있었다. 또 농민, 워킹맘, 20대 청년 등 다양한 제주 시민들이 여성폭력을 겪거나 목격한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김홍선 제주여성행동 제안자는 강남역을 추모하며 제주의 상황을 떠올린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10년이 지났지만, 제주에서도 여성폭력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올레길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해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주었고, 지난 1월 제주 아라동에서는 6년간 반복된 교제폭력 끝에 교제살인이 발생했다.
"제주는 평화의 섬이라 불리지만, 지난해 제주 여성 4명 중 1명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역의 비극은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최근 아라동 교제 살인 사건에서 보듯 젠더폭력은 우리 곁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역의 비극은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차별이 존재하는 이 땅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며 연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역'은 어디에나... 피해를 경험한 이곳에서, 다시 용기를 내다

▲제주시청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이 진행됐다. ⓒ 페미연대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한 제주 시청에서, 제주의 워킹맘이라는 박유리씨는 과거 집으로 돌아가다 성추행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날, 그는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던 바로 그곳에서 두 딸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아이들에게 '잘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라는 조언을 하고 싶지 않다며, 어린 두 딸이 살게 될 사회는 지금과 달랐으면 한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생명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되는 이 사회를 바꾸겠다"는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이어 제주에서 활동하는 시민, 학생, 농촌 여성들이 개인적인 삶의 경험을 통해 느낀 성차별을 언급하며 현실을 고발했다.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겪고 극복중인 제주 시민 양경자씨 역시 "이 집회는 살아남기 위한 집회"라며 지금도 불안을 견디며 살고 있을 여성들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아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며 연대의 의지를 다졌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는 제주의 한 청년 정한별씨는 "두려움 없이 어두운 밤을 달리고 싶다"며, n번방 공론화, '교제살인' 명명, 광장에서의 연대 등 여성들이 이뤄낸 것들을 언급했다. 제주의 농촌 여성 김정임씨는 "제주 농촌은 젠더폭력 대응 시스템이 전무하다"며 관계 중심적인 농촌 사회 특성상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현실을 고발하고 연대를 호소했다.
"강남역을 잊지 않겠다는 선언은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결집"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특별강연회가 제주에서 진행됐다. ⓒ 페미연대
퍼포먼스에 이어 오후 4시 30분부터는 참여환경연대 강당에서 강남역 10주기의 의미와 향후 여성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 강연회가 진행됐다.
강연자로 나선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제주 올레길 여성살해사건의 '올레길'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의 '화장실'을 연결하며, 일상의 공간에서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여성폭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었다. 한편, 지역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페미니스트 동료와 연결되지 못해 외로운 경우들이 많아 여성폭력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에 더 어려운 면이 있어 전국에서 한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 10년의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행동이 남긴 핵심 가치를 '사회구조적 성차별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존재의 의미 각성', '혼자가 아니라 여성 집단으로서의 결집', '변화를 만들 힘으로써의 행동' 세 가지로 정리했다. 박 센터장은 "이 세 가지는 백래시와 맞서고 있는 현재에도 유효한 힘이자 과제이다"라며 "강남역을 잊지 않겠다는 선언은 10년 전 포스트잇에 적었던 약속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결집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후 이어진 전체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각자에게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갖는 의미를 공유했다. 한 참가자는 "10년 전의 슬픔이 오늘의 분노와 연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페미연대는 현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여성선언 -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를 모집 중이며, 이날 제주에서는 약 140여 명의 시민들이 여성선언에 동참해주는 등 뜨거운 현장 분위기를 보였다.
페미연대는 캠페인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31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페미연대는 사건 10주기 당일인 오는 5월 17일, 강남역 현장에서 추모행동을 개최하고 그간의 여성선언 결과를 발표하며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구할 예정이다.

▲제주시청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이 진행됐다. ⓒ 페미연대

▲제주시청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이 진행됐다. ⓒ 페미연대

▲제주시청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이 진행됐다. ⓒ 페미연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특별 강연회가 제주에서 진행됐다. ⓒ 페미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