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백신·엄희준 검사 등 대장동 수사팀으로부터 정영학 녹취록 속 ‘재창이형’을 ‘실장님’으로 바꿨다는 속기사가 특정됐다. 속기사 김OO씨다.
ⓒ 김종훈

▲국정조사 증언대에 선 엄희준·강백신 검사엄희준(오른쪽)·강백신(왼쪽) 검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엄 검사와 강 검사는 '대장동 2기 수사팀'으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 등을 기소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엄 검사와 강 검사가 정식 인사 발령 이전 직무대리로 서울중앙지검에 부임해 사건 기록을 미리 들여다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남소연
강백신·엄희준 검사 등 대장동 수사팀으로부터 정영학 녹취록 속 '재창이형'을 '실장님'으로 바꿨다는 속기사가 특정됐다. 속기사 김OO씨로, <오마이뉴스>는 서울중앙지검 2차 수사팀이 생산해 법원에 제출한 녹취서에서 해당 속기사를 파악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증거기록 Ⅱ –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범행 별첨1 4-4'라는 제목을 달아 '검찰 검사 엄희준', '피고인 1. 이재명 2. 정진상'을 적시해 법원에 제출했다.
녹취서
기타녹취
일자 : 2013년 4월 16일 23:50
사건번호 : 2022형제OOOOO호
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파일명 : 통화녹음 011-OOOO 001.mp3
대화자 : 정영학, 남욱
총 녹음시간 : 2분 31초
총 페이지 수 : 4페이지
작성자 : 속기사 김OO
당초 해당 속기사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퇴직 등 이유로 개인정보가 파악되지 않아 끝내 국회출석 송달서가 전달되지 않아 불출석했다. 과정에서 검찰은 김씨가 퇴직자라는 이유로 관련 개인정보를 따로 특위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본 녹취·1기 수사팀 '재창이형', 2기 수사팀 '실장님'

▲원본 녹취·1기 수사팀 ‘재창이형’, 2기 수사팀 ‘실장님’ ⓒ 오마이뉴스
문제가 된 녹취는 2013년 4월 16일자 대화다(정영학 원본 녹취록에는 2013년 5월 16일자로 명기됐다). 대장동 개발업자 중 하나인 남욱 변호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9000만 원을 전달한 뒤 해당 상황을 또다른 개발업자 정영학 회계사에게 설명하는 장면이다.
대장동 2기 수사팀이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녹취서에는 남 변호사의 발언이 "이제
실장님 얘기를 꺼내더라고요"로 기록돼 있다. 반면 정영학 회계사 측이 만든 원본 녹취와 1기 수사팀 녹취에는 같은 부분이 "이제
재창이형 얘기를 꺼내더라고요"로 적혀 있다. 아래와 같다.
- 정영학 녹취록 원본
"이제 재창이형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 1기 수사팀 녹취록
"이제 재창이 형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 2기 수사팀 녹취록 (윤석열 정부 이후)
"이제 실장님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지난 16일 국회에서 해당 녹취를 직접 들은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강백신 부장검사 등 전·현직 검사들이 정영학 녹취를 직접 듣고 "재창이형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녹취록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강백신 부장검사는 "녹취록 작성 과정에 검사들이 관여한 건 아니"라고 밝혔고, 대장동 수사 실무를 맡은 김경완 검사도 "제가 알기로 녹취록 작성에 관여를 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엄희준 검사도 <오마이뉴스>에 "검사가 해당 속기록을 고의로 조작한 사실은 절대 없다"며 "검찰은 당시 여러명의 속기사들에게 녹취를 의뢰하였고, 속기사들은 '각자' 들리는 대로 이를 활자화 하였으며, 재판과정에서 위 각 속기록의 정확성이 검증될 수 있도록 녹취록 뿐만 아니라 녹음파일까지 모두 법정에 제출했다"고 했다.

▲증언대에 선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왼쪽 뒤는 강백신 검사. ⓒ 남소연
엇갈린 주장, 진실은?
해당 녹음파일은 지난해 5월 19일 대장동 재판에서 재생됐다. 검찰은 2기 수사팀이 만든 녹취록을 법정에서 띄운 채 정영학 회계사에게 "실장님은 정진상을 뜻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재창이형"이라고 답했다. 검찰이 같은 부분을 두 차례 반복 재생하며 다시 질문했지만, 정 회계사는 "계속 재창이형으로 들린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어 검찰은 남욱 변호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남 변호사는 역시 "재창이형을 얘기한 게 맞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해당 녹취를 특정 인물과 관련된 정황으로 해석해왔다. 실제 법원에 제출한 녹취서에도 "실장님"이라고 적시했고, 녹음파일을 재생하면서도 "실장님이 특정 인물을 의미하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검찰은 해당 표현을 이재명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실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는 의미다.
당초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2022년 9월 위례 사건 등으로 체포돼 서울중앙지검 구치감에 2박 3일 동안 갇혔다. 이후 2022년 11월 법정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현금 9000만 원을 전달했고, 그 돈이 이 대통령 측 최측근들에게 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남 변호사는 지난해 8월 12일 재판에서 증언을 번복했다. "형들(이 대통령 최측근 뜻하는 말)이란 표현은 돈 전달 당시가 아니라 이후 검찰 조사 중 처음 들었다. 2022년 이후 (2기 수사팀) 조사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하면, 해당 녹취 변경은 속기사의 단순 오기 수준을 넘어 정진상 전 실장과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려는 윤석열 정부 수사팀의 의도적 접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검사들이 일관되게 "속기사들이 '각자' 들리는 대로 이를 활자화 하였다"라고 강조한 만큼 속기사 김씨를 불러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다.
속기사 김씨가 국회에 출석했을 때 최소 아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 검사들 주장대로 정말로 들리는대로 작성한 것인가?
- 국회에서 해당 녹취를 다시 들어보니 어떻게 들리나?
- 녹취서 작성 과정에서 왜 재창이형 부분만 실장님으로 변경해 작성한 것인가?
- 작성 과정에서 검사의 검수 절차는 없었나?
- 검찰이 해당 녹취를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을 알고 있나?
20일 특위는 속기사 김씨를 28일 종합 청문회 증인으로 의결했다. 이외에도 강백신·엄희준 검사,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정영학·김만배 씨 등도 증인 명단에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