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을 다녀와 회복 중인 늑대 늑구(대전시 제공). ⓒ 대전시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열흘 만에 무사히 생포되자 안도하는 분위기와 함께 동물원 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 전반을 둘러싼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오월드에서 사육 중이던 늑구가 사육장 하부를 파고 탈출한 이후, 수백 명의 인력이 동원돼 수색에 나섰지만 17일 생포될 때까지 열흘이나 걸렸다.
"충분한 경고 있었음에도 관리 체계 개선되지 않아"
하지만 17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성명을 내고 "늑구가 살아 돌아온 것은 다행이지만 이를 미담으로 소비하는 순간 또 다른 사고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2018년 같은 시설에서 발생한 퓨마 '뽀롱이' 사살 사건을 언급하며 "충분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관리 체계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그 핵심이다.
카라는 이번 늑구 탈출 사건의 본질이 위험 동물의 위협이 아니라 관리 실패라고 강조했다. 동물의 행동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시설 설계와 관리 부실이 탈출의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다.
동물자유연대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오월드라는 개별 시설의 관리 부실을 넘어 한국 동물전시 산업 시스템의 구조적 파행을 시사한다. 2023년 동물원수족관법이 전부 개정되며 전시 동물의 복지와 시설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일보한 듯 보였으나 현장은 법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설을 보수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동물원이 생태 가치를 지키는 대안으로 기능하지 않는 한, 동물원은 그저 동물을 가둬놓는 수용소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도 17일 논평을 내고 "늑구의 탈출 경로와 관련해 동물의 생태적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늑구가 울타리를 넘은 것이 아니라 바닥을 파고 탈출했는데 사육 환경이 동물의 행동 특성과 야생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민간동물원과 불법 전시시설 문제가 더 심각"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도 17일 성명을 내고 구조적인 정책 문제를 제기했다. 어웨어는 "공영동물원조차 인력 부족으로 2인 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시설과 인력 기준 강화를 요구했다.
어웨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간동물원과 불법 전시시설 문제를 들며 이를 더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경고했다. 일부 민간시설이 전문 인력 없이 만지기 체험 등 근거리 전시에 의존해 안전사고와 질병 감염 위험을 키우고 있으며 무허가 야생동물 전시시설도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할 경우 시설, 인력 운영, 동물 관리 실태 등에 대해 수시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웨어는 2025년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2023년 12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단 한 차례도 수시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시·도가 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