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화세월호 참사 12주기 시민 기억식에 참가한 시민이 헌화를 위해 국화를 들고 있다. ⓒ 김군욱
4월의 햇살은 눈이 시릴 만큼 맑았지만, 그 아래 모인 사람들의 시간은 아직 2014년 4월 16일을 완전히 건너가지 못한 듯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4월 16일, 서울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 시민들이 모였다. 국화꽃을 들고 피켓을 쥔 채, 304명의 이름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책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피켓"나에게 세월호가 남긴 것은" 질문에 피켓에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적고 있다. ⓒ 김군욱
이날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시민 기억식'은 묵념으로 시작됐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한 세상을 향한 우리의 걸음이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사회자의 말처럼, 이 자리는 추모를 넘어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12년이 지났지만, 진실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 번의 정부가 바뀌었고 두 차례 특별조사기구가 활동했지만,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의 이유, 책임의 실체는 여전히 흐릿하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대통령기록관의 세월호 관련 정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지만, 시민들은 그것을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4.16연대 류현아 사업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김군욱
4.16연대 류현아 사업팀장은 "해경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왜 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책임은 일부 확인됐지만,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며 "주기가 거듭될수록 가족들이 더 외로워질까 두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날 현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함께한 것을 보니, 그 걱정을 잠시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세월호는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하는 시간이다."
이날 기억식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함께했다. 희생자 예진씨의 부모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다른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참사"라며 "유가족의 고통이 특별한 이유는 작별의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 그 희생은 비로소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된다"고 했다.

▲발언이태원 참사로 딸 예진씨를 잃은 유가족 부부의 발언을 하고 있다. ⓒ 김군욱
시민 발언도 이어졌다. 활동가 강가라연씨는 "지난 12년은 세월호를 말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라며 "기억은 나를 바꿨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우리를 연결하는 힘이었다"며 "그 연결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시민들에게 배포된 글에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네 가지 요구가 담겼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대통령기록물을 포함한 세월호 참사 관련 비공개 기록 전면 공개 ▲4.16 생명안전공원과 기억추모시설 차질 없는 건립 ▲생명안전기본법 즉각 제정이 그것이다.
기억식이 끝나갈 무렵, 시민들은 피켓을 들어 올렸다.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구호는 여러 번 반복됐다.

▲눈물세월호 참사 12주기 시민기억식에 참가한 수녀분들이 함께 하고 있다. ⓒ 김군욱
맑은 봄 하늘 아래, 그 말은 다짐이 아니라 약속에 가까웠다. 12년이 지났지만 세월호는 아직 과거가 아니다. 이날 시민들이 남긴 것은 슬픔이 아니라 질문이었고, 추모가 아니라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