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16개 청년시민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친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다가오는 6·3 지방선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이사 고민 전월세 상승 걱정 없는 삶을 보장하라!"
"기후재난에 취약하지 않은 삶을 보장하라!"
"동네에서 돌봄이 이어지도록 전환하라!"
"어떠한 가족 형태도 존중받는 삶을 보장하라!"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청년 활동가들의 구호가 잇따라 울려 퍼졌다. 이날 16개 청년시민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친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은 다가오는 6·3 지방선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청년 활동가들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기후·디지털이라는 거대한 '3중 전환'이 청년세대의 고질적인 위기인 노동·주거·돌봄의 '3대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절망 속에서도 답을 찾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들은 "현생 왜 이따구? 답 있다구!(현따구)"를 캠페인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12·3 내란에 맞선 연대… '3대 불평등'을 외치기까지
범청년행동은 12·3 내란 당시 결성된 연대체인 '윤석열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광장을 넘어 한국 사회의 불평등 해결을 위한 조직으로 전환되며 탄생했다. 노동, 주거, 기후, 젠더, 사회적 참사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단체들이 세대적 정체성 아래 힘을 합친 것이다.
기자회견의 포문을 연 이재정 범청년행동 공동대표는 "인구가 줄고, 기술이 노동 현장을 바꾸며, 기후는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전환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며 "이런 변화들이 불평등 현실에 놓여 있는 청년들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거대한 전환의 충격을 완충하고 청년들의 존엄한 삶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단위가 지방정부라고 역설하며, 정당과 후보자가 다뤄야 할 '3X3 의제 교차표'를 기반으로 한 '9대 의제'를 제시했다.
"전세사기 대책 부실… 혈연 중심 정상가족도 벗어나야"
송주현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인구 감소 이면의 지방 청년 유출과 지역 소멸, 일자리 붕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남성 중심 산업구조 속에서 청년 여성들은 저임금·저승진 일자리로 몰리고 있다"며 "대규모 산업 유치 경쟁을 멈추고 지역 특성에 맞는 성평등·녹색 일자리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송 위원은 "청년 가구 중 82%는 세입자이자,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1·2인 가구임에도 정책은 다인가구의 '아파트 자가 보유'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또한 충분치 않기에 청년세입자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거주로 정책 기준을 옮겨 지역별 공공임대주택 10% 이상 확충하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송 위원은 "현행 제도가 혈연·혼인 중심의 정상가족 기준으로 설계됐다"며 "배제되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 가족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돌봄의 책임 주체를 사회 전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적정주거 가구 비율, 일반 가구에 비해 2.4배"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16개 청년시민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친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다가오는 6·3 지방선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순서대로 ▲이재정 범청년행동 공동대표 ▲송주현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대표 ▲안유미 청년유니온 집행위원 ▲한승동 60+기후행동 상임공동대표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조기현 돌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이한솔 범청년행동 운영위원장 등이 발언하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대표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한국 사회의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체감하고 있다"며 "화석연료와 수출에 의존하는 기존 경제 구조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86만 개의 녹색 일자리가 새롭게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비적정주거에 거주하는 가구 비율은 일반 가구에 비해 2.4배나 높고 계속 증가 추이에 있다"며 "기후재난에 취약한 주택 전수조사와 노후주택 대상 그린리모델링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그는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로 비수도권 시민들이 겪는 긴 배차간격의 불편이 있다"며 "국가가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공교통 확충을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862만 플랫폼 노동자 사각지대 방치… 단칸방 벗어나 오프라인 연대 필요"
안유미 청년유니온 집행위원은 "AI 도입으로 신입 채용문이 닫히며 청년들의 '숙련 사다리'는 끊어졌고, 그 자리를 채운 862만 명의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권리의 부재 속에서 위험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용 형태를 묻지 않는 '지위 중립적 보호 체계' 마련과 업종별 표준단가 가이드라인 도입, 지역형 프리랜서 공제회 설립 지원을 지자체의 필수 과제로 꼽았다.
열악한 주거 현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안 위원은 "청년 1인 가구 절반 이상이 일과 삶을 동시에 담아낼 수 없는 9평 남짓한 좁은 원룸에 살아간다"며 "1인 가구 주거 면적을 40㎡ 이상으로 상향하고 도보 10분 내 생활형 SOC를 확충해 동네 전체를 청년들의 거실이자 작업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고립과 은둔, 가족 돌봄을 겪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현실"이라며 "오프라인 돌봄 관계망 복원과 '청년참여예산제' 전면 도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공공건물 탄소 50% 폭증, 폭염 사망 29명"
한승동 60+기후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시가 2026년까지 2005년 대비 탄소배출을 30% 삭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서울시 탄소 배출의 74%를 차지하는 건물 부문은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공공건물 부문의 탄소 배출이 50.7%나 폭증했다"며 "정책 목표와 실천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대표는 "런던은 100조 원의 기금을 조성하는데 서울은 1300억 원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전기차 보조금에 쓰고 있다"며 "잘못된 정책 방향을 질타하고, 세대를 넘어 청년들의 불평등 해소 운동에 연대하겠다"고 전했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폭염으로 인해 4460명이 질병을 앓았고 29명이 사망했으며, 혹한으로도 364명의 질병 발생과 1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며 "기후재난이 일터의 치명적 위협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센터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과로를 감내하고 있으며, 현장에 도입되는 AI와 CCTV는 노동자의 안전이 아닌 감시와 통제의 기구로 전락했다"며 "노동자가 정책의 주체가 되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지자체의 구체적인 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조기현 돌봄 커뮤니티 N인분 대표는 최근 시행된 '위기아동청년법'이 아픈 가족을 돌보거나 은둔하는 청년을 단순히 '위기청년'으로만 호명하고 있다며 현행 법안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왜 아픈 가족이나 친지를 돌본다는 것 자체가 삶의 위기가 되고, 돌봄 수행 청년이 불이익마저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며 "단순히 위기를 호명하는 것을 넘어 '불평등 해소'가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지자체가 돌봄 공백이 제로가 되는 보편적 돌봄 체계를 약속하고, 청년들이 안전하게 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부모의 자산 격차가 세대 내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법적 가족의 범주를 넓히고 상호 의존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가족 지원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돋보기 들고 찾아 나선 불평등 해결사… "답을 찾기 위해 지선판에 뛴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16개 청년시민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친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다가오는 6·3 지방선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3X3 의제 교차표'가 보인다. ⓒ 공익저널 차종관
이한솔 범청년행동 운영위원장은 "오는 20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 원주, 대전, 제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 청년 활동가들과 권역별 간담회를 개최하겠다"며 지방선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그는 "9대 의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정당 및 후보자들과 직접 만나, 지역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안하겠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에는 15일부터 9대 의제별 세부적인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기고가 연재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