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의 반인권 행위를 비판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 외교부가 항의하고 나선 가운데 이를 두고 미 국무부의 입장을 물었던 <조선일보> 기사가 게시되었다가 얼마 안 가 삭제되었다. ⓒ <조선일보> 누리집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의 반인권 행위를 비판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 외교부가 항의하고 나선 가운데 이를 두고 미 국무부의 입장을 물었던 <조선일보> 기사가 게시되었다가 얼마 안 가 삭제되었다.
<조선일보>, 이 대통령-이스라엘 외교부 갈등에 미 국무부에 입장 물어
15일 오전 김은중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쓴 "美(미) 국무부 李 대통령 발언에 "이란에 맞선 이스라엘의 자위권 지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조선일보> 누리집에 게시되었다.
해당 보도는 지난 14일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X 발언을 두고 미 국무부에 입장을 질의하자 미 국무부가 "이란 정권은 항상 미국과 우리 동맹, 파트너 국가에 적대적(hostile)인 태도를 보여왔다", "세계 최대의 테러 후원국인 이란과 그 대리 세력에 맞서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어할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fully support)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이란 정권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권 침해 국가 중 하나다. 권력에 대한 독재 장악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 국민을 잔혹하게 탄압하고 있고, 자국민이 기본적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며 "이란 국민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해 심각한 궁핍에 시달리게 만들었다"고 이란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우리는 정권의 체계적인 인권 침해와 학대, 자의적 구금, 그리고 독재 탄압에 맞서 이란 국민의 인권을 끊임없이 지지하고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조선일보> 누리집과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뉴스에서도 모두 삭제된 상태다.
팔레스타인 언급 없이 이란 비판한 미 국무부... 그럴 수 밖에
<조선일보> 특파원은 미 국무부 관계자에게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런데 보도 속 관계자의 발언은 이란 정권을 향한 비판으로만 채워졌을 뿐, 이재명 대통령의 X 발언이나 이 대통령이 지적한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군의 반인권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동문서답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다소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동맹 관계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 관료가 이스라엘의 반인권 행위를 비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반인권 행위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음을 부정하기도 쉽지 않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명칭 자체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본다.
또한, 애초 <조선일보> 측의 질문 자체가 답변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국 대통령의 발언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 외교부의 반응을 두고 미국 국무부의 입장을 물어볼 이유가 무엇인가. 국가 간 외교적 갈등은 당사국이 풀어야 할 사안이지, 제3국이 함부로 끼어들어선 안 된다.
심지어 양국 간 경제적 충돌이나 무력분쟁과 같이 미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실력행사도 아니고 SNS상의 발언과 반박을 두고 미 국무부의 입장을 물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이란을 비판하는 선에서 답변을 했던 것 아닐까.
<조선> "사안의 본질 벗어난다고 판단해 삭제"
15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강경희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기사 삭제 이유를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미국 특파원이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기사를 자율적으로 온라인 송고하는 것은 독려할 일이나 한국과 이스라엘 간 외교 사안인데 미 국무부에 질의해서 받은 답변으로 기사화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해 기사를 내리라고 했다"고 답했다.
특파원의 보도는 현지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들을 전하고, 사안의 본질을 꿰뚫는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해야 의미가 있다. 이번 보도는 양국 간의 민감한 외교 현안을 제3국인 미국의 입을 빌려 재단하려 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