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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한국행정연구원이 개최한 ‘2026년 제1차 국제개발협력 정책세미나’ 장면
세미나한국행정연구원이 개최한 ‘2026년 제1차 국제개발협력 정책세미나’ 장면 ⓒ 고창남

대한민국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 탈바꿈한 지 수십 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적개발원조(ODA)를 바라보며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남을 돕느냐"는 목소리와 "선진국으로서 당연한 책무"라는 당위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고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지금, 한국 ODA는 '국익'과 '인도주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월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행정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국제개발협력 정책세미나'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자리였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철학과 목적: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익과 실현 방향'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이제는 국익과 개발 목표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를 강화하는 '상생적 국익'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송지선 교수 "국익 중심 원조,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송지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제개발협력 철학과 국익: 논의의 전개와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전 세계적인 원조 트렌드의 변화를 짚었다. 송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공여국들이 원조의 정당성을 '자국 이익'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송지선 주제발표를 하는 송지선 국립외교원 교수
송지선주제발표를 하는 송지선 국립외교원 교수 ⓒ 고창남

과거의 ODA가 인도주의적 당위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외교·안보적 목적과 경제적 실익을 결합한 '전략적 원조'가 대세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송 교수는 한국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며, 특히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대외정책 정합성 제고'는 원조를 국가 전략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송 교수는 "국익을 추구하되, 그것이 수원국의 수요와 괴리되거나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할 경우 오히려 개발 효과성을 저해하고 공여국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어떤 국익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 송 교수의 결론이다.

위상(국격)에 집착하는 한국 ODA,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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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두 번째 발제에서 한승헌 한국행정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장(소장)은 지난 20년간 축적된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한국 ODA 담론은 해외 주요 공여국에 비해 '위상(국격)' 프레임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해외 주요 공여국이 ODA 담론에서 국가의 위상을 언급하는 비율은 3~11%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무려 24~25%에 달했다. 이는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국가'라는 역사적 자부심이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제 사회의 보편적 가치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보일 것인가'라는 체면 중심적 사고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정책 당국이 지향하는 '상생적 국익'과 대중이 인식하는 '자국 이익' 사이에는 심각한 간극(Gap)이 존재했다. 정책 문서의 62%가 공여국과 수원국이 함께 이익을 얻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언론과 뉴스 데이터 등 대중 담론에서는 기업의 시장 진출이나 자원 확보 등 좁은 의미의 실익을 강조하는 경향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승헌 소장 "향유적 국익 기반 ODA로 전환해야"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 개발협력의 방향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주요 과제가 제시됐다.

먼저, 기존의 이분법적 국익 논의를 넘어 '어떤 국익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승헌 소장은 자신의 주제발표에서 "한국이 추구할 국익은 단기적·협소한 개념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확장된 의미의 '향유적 국익'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개발협력의 핵심 가치와 수단을 구분해 지속가능한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승헌 주제발표를 하는 한승헌 한국행정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장(소장)
한승헌주제발표를 하는 한승헌 한국행정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장(소장) ⓒ 고창남

한 소장은 특히, 향유적 국익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실행체계 구축을 강력히 제안했다. 그는 "섹터와 부문별 접근을 통해 국익 논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상생협력'과 같은 추상적 개념을 정책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함께 모색해야 국익 담론이 담론으로 머물지 않고 실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 "광의의 국익과 보편적 가치 수호가 진정한 국익"

이어진 라운드 테이블 토론에서는 국익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김은주 한성대 교수는 "국익은 단일하고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라며, 무역이나 투자 같은 '단기적 경제 이익'이라는 협의의 국익을 넘어, 글로벌 공공재 제공과 기후 대응 등 '장기적 이익'이라는 광의의 국익으로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계몽화된 국익(enlightened national interest)'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남을 돕는 시혜적 차원을 넘어, 평화와 안정이라는 글로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결국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다는 논리다.

문상원 KOICA 사업전략기획실장 역시 "한국은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양극단을 배격하고, 협력국의 발전을 이끌며 공여국의 장기적 이익도 취하는 '향유적 국익'이라는 독자적 패러다임을 형성해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경주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부장은 "복잡한 국제 정치 상황일수록 보편적 가치를 준수하는 모습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외교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장기적 국익'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인도주의 원칙 준수를 강조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서정화 부행장은 "개발협력은 공적자원으로 수행되는 특성상 국민적 요구와 국익추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개발협력 활동이 한국의 '책임 있는 선진국' 정체성을 강화하는 핵심 지렛대"라고 강조했다.

서 부행장은 구체적 사례로 베트남 옌바이 종합병원 건립을 언급하며, 차관 제공을 통해 연간 약 16만 명이 치료받는 지역 거점병원을 구축함으로써 현지 의료 질과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필리핀 팡일만 교량 건설 사업을 통해 통행 시간을 110분에서 31분으로 단축하는 등 경제적 편익을 창출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서 부행장은 이러한 실질적 성과가 인도주의적 가치와 국격 제고라는 다층적 국익을 실현하는 과정임을 역설했다.

윤상철 가톨릭대학교 국제보건학과 교수는 보건분야 섹터 전문가로서 "국제보건 분야에서 국익과 보편적 가치는 이분법적 대립 관계가 아니"며, "한국은 국제보건 분야에서 윤리적 당위라는 '도덕화'를 핵심 가치로 삼고, 우리의 우수한 '기술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여 글로벌 '안보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상원 실장은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 분산화된 개발협력 시스템 하에서 이해하는 것이 이렵다면서 국익 실현을 위해 ODA의 분절성을 넘어서는 ODA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혁주 한국행정연구원장은 ODA의 분절화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추구하는 국익을 구체화하고 그 전략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해 나가고 그것을 실행해 나간다면 ODA 분절화의 문제도 극복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혁주 개회사를 하는 권혁주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권혁주개회사를 하는 권혁주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 고창남

권혁주 한국행정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올해는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26~2030)'이 시행되는 첫해로서 K-ODA라는 비전하에 중장기 계획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라며,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 모두가 향유 가능한 국익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이번 세미나가 중요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또한 "최근 장기화된 중동전쟁으로 인해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과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엄중한 때일수록, 우리 개발협력의 철학이자 근간인 ODA의 기본정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 정책이 주어진 어러움들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각하는 ODA, 성찰하는 국제개발협력이 되어야 한다. 특히, 기존에 국익을 바라보던 이분법적 시작을 넘어 모두가 향유 가능한 국익의 가치와 실현 방항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 ▲토론에 임하는 지정 토론자들
토론자들▲토론에 임하는 지정 토론자들 ⓒ 고창남

이날 개최된 제1차 정책세미나는 국제개발협력은 이제 단순한 원조를 넘어 외교, 경제, 안보가 복합적으로 얽힌 고차원적인 국가 전략의 영역이 되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세미나는 송지선 교수가 짚어준 세계적 흐름과 한승헌 센터장이 제시한 데이터 기반의 진단을 통해, '한국형 ODA'가 추구해야 할 국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명분이 어떻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국제개발협력#ODA#세미나#국익논쟁#상생적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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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남 (kcn0822) 내방

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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