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세족
-김재희
가자지구의 먼지 위로
소년의 옷깃이 흔들린다
그 자리를 총알이 스친다
멈추지 않는 전쟁처럼
피와 물이 흘러내린다
늙은 지도자여, 진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말을 아끼는 입술 사이로
먼지와 거짓이 자란다
종교 지도자여, 진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답 대신 눈이 내린다
맨발로 눈 위를 걷는다
물 위를 걸은 사람처럼
성자도, 영웅도 아니어서
자주 미끄러지겠지만
세상은 너무 많은 피로
식은 물을 만들고
오늘만은 소년의 손을 대신해
그 소년의 발을 씻어 주고 싶다
피와 물이 스며든 자리마다 기도하며
조용히 되뇐다
주여, 사랑은 위대했습니다.
출처_ <내일을 여는 작가>2026년 봄호(94호), 한국작가회의
시인_김재희: 2026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다.

▲소년의 옷깃이 흔들린다. 그 자리를 총알이 스친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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