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결과만 기다리는 남원시 세월교 현장. ⓒ 최상두
지난 2월 6일 경상남도 타운홀 미팅 현장. 한 주민의 절박한 호소가 대통령을 향했다. 전북 남원시 람천 일대에서 벌어지는 불법 공사와 행정 방치를 고발한 이 발언은 결국 정부합동감사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예상보다 무거웠다.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 아래 행안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전북특별자치도와 남원시를 대상으로 정부 합동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는 전북도 및 남원시 전반의 행정 집행 과정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남원시의 위법 행정과 예산 집행 문제가 공식적으로 확인됐으며, 기관경고와 함께 공무원 징계 요구 및 일부 사안에 대한 형사 고발 조치까지 이어졌다.
남원시는 람천 인근에서 발생한 불법 시설 운영 문제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토지 소유자는 건축법, 국토계획법, 농지법, 농어촌정비법, 관광진흥법, 하천법 등을 위반한 상태에서 펜션과 야영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 등 행정조치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남원시는 해당 민원을 이유로 사실상 불법 시설의 진·출입로로 사용되는 무허가 소교량을 '소규모 공공시설 정비사업' 대상으로 선정했고, 이후 전북도에 계획서를 제출해 도비를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행안부는 공익성이 낮은 사유지 진출입로 성격의 사업에 예산이 투입되고, 인허가 절차가 누락된 점을 지적했다. 또한 하천점용허가 없이 교량 정비사업을 추진 점, 불법 농어촌민박과 야영장이 묵인된 점 등을 근거로 남원시에 이행강제금 및 과태료 부과, 고발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 하천법 위반으로 훼손된 구간에 대해서는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불법 공사 추진과 인허가 절차 누락에 관여한 공무원 6명에 대해서는 징계 요구가 통보됐다. 이중 업무상 배임죄가 의심되는 남원시 공무원 3명은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현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매서운 징계 결과 앞에서도 현장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하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는 분위기다. 문제를 직접 제기했던 문경희 함양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정부 합동감사는 행정이 진작 했어야 할 일을 뒤늦게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람천은 지리산 동북부 수계를 이루는 중요한 하천"이라며 "현재도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와 축산폐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시설 철거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장 활동가들과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환경단체 '수달친구들' 역시 지난 1월 15일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구간의 불법 공사 정황과 하천 훼손 상황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정부의 감사 결과는 새로운 사실이라기보다 이미 시민사회가 먼저 발로 뛰며 밝혀낸 문제를 제도권이 뒤늦게 확인한 성격에 가깝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번 사안이 남원시라는 단일 지자체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람천 상류에서 발생한 오폐수와 축산폐수는 행정 경계를 넘어 하류로 이어진다. 오염은 남원시를 거쳐 함양군, 산청군, 진주시를 지나 임천과 경호강, 그리고 남강으로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지형적 특성을 가진다.
이는 특정 지자체의 관리 문제를 넘어 지리산 수계 전체의 환경 관리 체계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상류 지역의 관리 부실이 하류 지역의 식수원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일 행정단위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진 남원시 세월교. ⓒ 최상두
이제 국가가 답해야 할 시간
이번 정부 합동감사는 위법 행위 확인과 행정 책임 규명까지는 이뤄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징계 결과를 넘어서는 구조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불법 시설물 철거와 공무원 징계는 단기적 조치에 불과하며, 이미 훼손된 하천 생태계의 복원과 수질 관리 문제는 별도의 지속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전국 하천·계곡 지역을 대상으로 불법 시설물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하고, 향후 합동 감찰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안을 계기로 유역 단위 수질 관리 체계와 지자체 간 책임 구조 재정립이 필요하다.
지리산 수계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수질 관리, 상류 오염원 차단, 그리고 지자체 간 책임 분담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람천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감사는 끝났지만 이 사안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이제 행정의 사후 조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의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용유담 함양군 휴천면 임천은 람천의 오염 유입으로 비만 오면 진한 뻘물이 흐른다. ⓒ 최상두
덧붙이는 글 | '수달아빠’로 불리며 지리산 엄천강 일대에서 야생동물과 하천 생태를 기록하고 있다. 수달과 철새의 삶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고민하며,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