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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13 17:31최종 업데이트 26.04.13 17:31

국문학자가 들여다 본 일본의 본질

[리뷰] 이경재의 <일본인문기행>

한국의 한 중견 국문학자가 1년간 일본에 머물며 일본과 일본인, 일본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관찰한 경험이 한 권의 책에 담겨 나왔다.

숭실대 국문과 이경재 교수의 <일본인문기행>(2026년 1월 출간)은 이 교수가 2024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도쿄대학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구상하고 쓴 책이다.

 이경재 교수의 신간 <일본 인문기행>.
이경재 교수의 신간 <일본 인문기행>. ⓒ 소명출판

그 기간 동안 도쿄는 물론, 홋카이도, 오키나와, 마쓰야마, 니가타, 히로시마, 나라, 가와사키, 오사카, 교토 등 다양한 일본의 도시가 모두 이 교수의 집필 답사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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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기행'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책에는 단순한 여행 정보가 아닌 일본 역사와 문학, 일본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이 교수의 평가, 작가가 바라본 일본인의 특성 등이 촘촘하게 담겼다.

다음과 같은 대목은 이 책이 어떤 성격을 지닌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 오키나와를 답사할 때 쓴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오키나와는 류큐라는 이름으로 중개무역 등을 통해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켜온 독립 왕국이었죠. 그래서 류큐의 전통문화에는 중국과 조선의 흔적도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중략) 오키나와전은 참으로 끔찍한 전쟁이었는데요. 일본 군부는 오키나와인을 바둑판의 사석처럼 여겼습니다. (중략) 이런 광기 속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집단자결 하는 일이 속출했습니다. 그 결과 오키나와전에서는 무려 10만 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습니다. 당시 오키나와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모든 건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이경재는 체류 기간 동안 단순히 일본 곳곳을 여행만 한 게 아니었다. 관련된 서적과 논문을 끊임없이 읽고, 학술지와 여러 개의 일본 신문을 정독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일어일문학회 이시준 회장은 "저자는 국문학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되묻는 과정에서 일본이라는 타자의 공간을 거울처럼 활용한다"고 간파했다. 이에 덧붙여 "(이경재의 시선에는) 재일한국인, 식민지의 기억, 전쟁의 상흔처럼 동아시아가 공유한 역사적 균열이 스며 있다"고 했다.

일본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

이처럼 날카로운 시선이 일본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 듯하다. <일본 인문기행>에는 원고지 15매 안팎으로 작성된 수십 편의 산문이 수록됐다.

필자는 그 가운데 '일본의 서재, 진보초 헌책방 거리' '도쿄대 교양학부 900번 교실을 지나며' '오키나와에서 만난 아리랑' '니가타항을 떠난 사람들' '야마토함, 스즈, 그리고 우장춘 박사' 등의 소제목이 붙은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

책을 낸 소명출판 측은 <일본인문기행>을 "일본에서 발견한 한국의 기억"이라는 짤막한 말로 요약했다. 여기에 "19세기 말부터 시작돼 식민지시기에 본격화된 한국 근대문학은 일본과의 밀접한 관련성 속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도쿄에 머물던 시기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간 이 교수는 "어둠이 내린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가는 제 머리는 80년 전 끝난 전쟁의 기억으로 가득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쟁이란 결코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 되는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라고 쓴다.

이 문장은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에 의해 전쟁의 불길 속에 있는 이란과 레바논을 떠올리게 한다. 재론할 것 없다. 모든 전쟁은 비극이다.

<일본인문기행>을 쓴 이경재 교수는 2018년 김환태평론문학상, 2024년 김윤식학술상 수상자다. 그는 <현장에서 바라본 문학의 의미>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 <명작의 공간을 걷다> 등을 출간하며 '문학과 공간의 의미'를 오랜 시간 탐구해왔다.

일본인문기행 - 국문학자의 걸음으로 기록된 일본

이경재 (지은이), 소명출판(2026)


#이경재#일본인문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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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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