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04.13 11:22최종 업데이트 26.04.13 11:22

소아마비와 사고도 이겨낸 소년, 시골교회 목사가 되다

[지리산인 577] 천기봉 안의중앙교회 담임목사

 천기봉 안의중앙교회 담임목사
천기봉 안의중앙교회 담임목사 ⓒ 주간함양

2000년 전 예수는 "이방을 품고 원수마저도 사랑하라"고 전했지만, 세상은 증오로 가득하고 세계 곳곳에선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인류를 구원하려 십자가에 목숨을 내걸었던 '예수의 사랑'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요즘, 안의면 작은 시골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천기봉(52) 목사는 '참된 신앙'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지는 사람이다.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다

1975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아버지의 사업으로 인해 김해 진영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게다가 선천적인 장애까지 있었다. 소아마비로 좌우 다리 길이가 10cm 이상 차이 났던 그는 운동회에서 부모 손을 잡고 달리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조차 쉽게 이룰 수 없었다.

AD
"1학년 때였어요. 부모님과 함께 달리는 경기가 있었는데, 저는 참여를 못 하게 하더라고요. 친구들은 엄마 아빠 손잡고 달리는 게 너무 부럽더라고요. 그게 너무 서러워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나 기적과 같이 짧았던 한 쪽 다리가 자라면서 불과 1년 만에 부모 손을 잡고 함께 달릴 수 있게 됐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에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회복된 것이다.

중학교 시절에는 폐가 파열되는 큰 사고를 겪고, 그렇게나 좋아하던 찬양을 다시는 하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는 폐가 멀쩡해져 있었다. 이외에도 놀라운 경험들이 몇 번이나 이어졌다. 그러나 천 목사는 이러한 경험이 신앙의 본질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당시엔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며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믿음을 성숙시키진 않아요. 그런 경험은 일시적일 뿐이에요. 신앙은 기적 같은 체험으로 완성되지 않아요. 하나님 말씀의 의미를 생각하고, 진정한 신앙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삶으로 실천할 때 지속할 수 있어요."

말이 아닌 삶으로 행하는 것

모태신앙인 천기봉 목사의 신앙관은 학창시절부터 뚜렷했다.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종교 활동이 금지돼 있던 시절, 그는 친구들과 함께 몰래 학생신앙모임(SFC, Student For Christ)을 시작했다. 그러나 예배나 기도, 전도와 같은 종교 활동이 아니라 학교와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부터 실천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궂은일을 도맡았고,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간에는 헌혈차를 학교로 불러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결국 그 모습에 감동한 교장이 처음으로 학생들의 종교 동아리 활동을 공식 인정했다.

"신앙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었고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이러한 신념은 목회 현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왔다. 거제의 한 시골교회에서 사역할 당시, 그는 한 성도로부터 끊임없는 요구를 받았다. 농사일, 집수리, 병원동행 등 밤낮을 가리지 않는 심부름까지도 묵묵히 감당했다. 나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그 성도가 돈을 요구하자, 자녀 학비로 모아둔 돈까지 내어줬다.

주변에서는 '바보', '호구'라는 조롱이 따랐다. 이자는커녕 여지껏 돌려받지 못한 금전 관계를 두고도 '목사가 성도를 대상으로 돈놀이' 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천 목사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며 "'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라(마태복음 5장40절)'는 말씀처럼 오로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보실까, 그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걸 다 내어준 예수님처럼, 사람들이 배신하고 핍박하고 조롱했을 때도 끝내 무한한 사랑을 베풀었던 예수님처럼, 사람들이 나를 바보 같다고 해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사람에게 인정받기보다 하나님께 인정받고 싶거든요."

"삶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 필요"

목회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기까지 갈등이 없지 않았다. 공부도 곧잘 했고, 리더십도 있었고, 사업수완도 좋았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마다 그의 아이디어와 마케팅으로 매출이 올라 적지 않게 돈도 벌었고, 같이 일하자는 사람도 많았다. 대기업 취업의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 길을 택한 것은 결국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공장에서 일하다 기계에 손가락이 끼이는 큰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되고, 취업도 좌절되는 과정을 겪으며, 목사로 살아가는 것이 그에게 맡겨진 소명임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목사로서의 삶이 평탄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오늘날 교회의 모습에 대해 비판할 때도 많다 보니 그를 부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천기봉 목사는 세상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크기 때문에 애끓는 마음으로 호소하는 것에 가깝다.

일부 교회들이 큰 교회 건물을 짓고, 더 많은 부를 쌓고, 성도 수를 늘려가는 외형적 성장에 집착할 때, 그는 가난하고 소박한 삶을 살면서 약자들에게 다가갔던 예수를 생각한다. 신앙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큰소리로 기도하고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과 삶이 변화하는지, 교회 안에서의 모습과 밖에서의 모습이 같은지, 말씀대로 살고자 애쓰고 노력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천 목사는 "성도들이 좋아할 재밌는 이야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일 뿐 신앙을 성장시키지 않는다"면서 "단지 마음에 평안을 얻기 위해서, 위안 삼기 위해서 교회를 다녀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때때로 깨달음은 고통과 불편함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신앙을 위해 예수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나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기성찰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성찰해야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어요. 저는 그저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진정 예수를 닮은 사람"

지난 2022년 안의중앙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올해로 5년째. 천기봉 목사는 그의 소명을 다하는 날까지 목회자로서 성실히 제 역할을 해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에게 때가 온다면 음악(찬양)을 만들고, 자유롭게 거리로 나가 버스킹을 하고, 글을 쓰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단다.

"빛은 어둠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처럼, 혼탁한 세상에서 진실한 신앙이 필요하기에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살다가 내가 죽음 앞에 섰을 때 '천기봉 목사는 진정 예수를 닮은 사람이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577-#천기봉#안의중앙교회#담임목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언론 젊은신문 함양의 대표지역신문 주간함양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