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7월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빈소 입구에 별도 설치된 그의 영정 사진을 보며 친인척들이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성근, 박상현, 최진규, 이용민, 장수만이 엄벌·천벌받도록 재판장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아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고 채수근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지 약 2년 9개월 만에 법정에 선 고인의 어머니가 피고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엄벌을 탄원했다. 유족의 절규에 방청석에선 울음을 삼키는 듯 훌쩍거리는 소리가 자꾸만 터져나왔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박상현 전 7여단장 등 피고인들은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엄벌을 탄원하는 유족의 진술을 꼼짝없이 들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채해병 사망과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소장), 박 전 여단장(대령),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중령), 이용민 전 포7대대장(중령), 장수만 전 제7포병대대 본부중대장(대위)에 대한 20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선 채해병의 부모님과 생존해병 이아무개씨의 피해자 의견 진술 절차가 진행됐다.
피고인들 이름 일일이 거론하며 울부짖은 유족... 임성근, 눈 감은 채 진술 듣기만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 당시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8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채해병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고인의 어머니 하아무개씨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 저희는 몇 년간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니며 어렵게 아들을 낳은 뒤 사는 게 정말 행복했다"면서 "그러한 아들이 2023년 7월 19일 하늘의 별이 된 뒤 저희 부부는 그날 함께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아들은 젊은 나이에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희생됐는데, 지휘관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저는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며 "그래야만 저희 아들 (묘지를) 참배 갈 때 아들을 떳떳하게 볼 수 있다. 아들에게 매주 가서 '꼭 진실을 밝혀 억울함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약속하고 온다"고 호소했다.
하씨는 특히 임 전 사단장을 거론하며 "(저는) 어떻게 그런 흙탕물 속에 수색을 지시하게 했는지 정말 원망스러운데 임성근은 저희한테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자기 회피만 했다"며 "빠져나갈 궁리만 했다. 용서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사단장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울부짖었다.
그러면서 "지휘관의 자식이었어도 (수심이) 가늠 안 되는 흙탕물 속에 안전장비도 미착용한 상태로 (수변수색 작전) 투입을 지시했을지 묻고 싶다"며 "저희 아들은 이 세상에 없는데 (피고인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저희를 두 번 죽이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아버지 채아무개씨는 "경북 예천 수해현장은 흙탕물에 급류가 흐르는 데다 해병대 장갑차도 못 버티고 철수하는 곳이었는데 왜 군인을 들어가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건 살인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인과 함께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가 구조된 생존 해병 이아무개씨도 '반드시 처벌돼야 하는 사람이 있냐'는 조형우 재판장의 질문을 받고 "(임성근 당시) 사단장"이라며 "저희는 대민(지원)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휘관들은 실종자 수색)작전 명칭을 붙였다. 안전이 아니라 체육복, 해병대라는 글씨가 잘 보이는... 그렇게 지시사항을 내린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는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도 있냐'는 조 재판장 질문에는 "(채해병 직속 부대장) 이용민과 (채해병 직속 중대장) 장수만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건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은 이씨는 증언 내내 천장을 바라보며 말을 머뭇거리는 등 의견진술에 힘겨워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오후 공판에는 특검 구형과 피고인들 최후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채해병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채해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임 전 사단장의 구체적 수색 방법 지시 등이 현장에서 무리한 수중수색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급 간부에 속하는 피고인(이용민 중령, 장수만 대위)들은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반면, 임성근 소장, 박상현 대령, 최진규 중령(선임 대대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