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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13 13:22최종 업데이트 26.04.13 13:22

올해 베란다 레몬 농사는 실패했으나 깨달은 것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레몬 수확 레몬 수확하기
레몬 수확레몬 수확하기 ⓒ 정무훈

작년에 나무 시장에서 레몬 나무 한 그루를 구해 와서 풍성한(?) 레몬을 수확하고 레몬청을 만들어 기분 좋게 주말마다 레몬 에이드를 즐겼다. 냉장고에서 레몬청을 꺼낼 때마다 스스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부터 베란다 레몬 농부가 되었네.'
'올해는 본격적으로 레몬을 잘 키워 작년보다 더 많은 수확을 해야지.'

작년에 더 풍성한 레몬 수확의 부푼 꿈을 안고 레몬 나무 한 그루를 더 샀었다. 새로 산 나무는 처음부터 레몬 열매도 크고 많이 열려 있어서 올해도 레몬 풍년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작년 봄에 만개한 레몬꽃이 지고 올망졸망 열려 있던 작은 레몬 열매가 툭툭 떨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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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열매가 왜 떨어지지? 영양분이 부족한가?'
'새로운 흙은 더 넣어주어야 하나?'
'보이지 않는 병충해가 생겼나?'

초보 레몬 농부의 걱정이 커졌다.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영양제도 사서 화분에 넣어주고 병충해를 막는 약도 레몬 나무에 뿌려 주었다. 더 세심하게 물도 주기적으로 잘 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으로 화분 위치도 옮겼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지만 결국 단 하나의 레몬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이미 키우던 레몬 나무까지 합쳐 두 그루에 달린 열매는 단 세 개였다.

레몬이 적게 열린 원인도 모르겠고 해결 방법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레몬 농부의 서운한 마음과 달리 레몬 나무는 겨우 하나뿐인 자두만 한 열매를 매일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 일 년 동안 레몬의 크기가 조금씩 커졌고, 레몬은 짚은 초록빛에서 연둣빛으로, 점점 노란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해가 바뀌어 올해 봄이 되어 열매가 상하기 전에 수확하기로 했다. 레몬 표면에 단물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새콤하고 달콤하게 숙성된 것이 분명하다. 일 년 동안 나무는 자신의 하나뿐인 레몬 열매를 애지중지 키워냈다. 나무지만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문득 아이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며 자녀의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예체능부터 공부까지 좋다는 것은 다 시켜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특별히 잘하는 분야도 없고 평범한 경우가 더 많다. 부모들은 자신이 최선을 다해 교육했는데 왜 자녀가 잘하지 못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결국 아이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자녀를 다그친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는 부모와 갈등하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마치 레몬 나무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작은 열매를 떨구는 것처럼 자녀는 부모가 정해준 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사실 부모라면 자녀가 원하는 진로를 응원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도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쉽게 기대를 포기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그동안 부모로서 자식을 위해 쏟은 정성과 노력이 결실이 없어서 허탈했다.

레몬처럼 단단해지는 성장의 시간

어느덧 세월이 지나 단단해진 레몬처럼 자녀가 성인이 된 모습을 보니 그동안 지나친 기대를 했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단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 레몬 나무가 최선을 다한 것처럼 아이도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버티며 힘들게 여기까지 온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기대와 바람을 만족시켜 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라도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베란다에서 잘 익은 레몬 세 개를 뿌듯하게 수확하고 잘 씻어서 병을 소독하고 레몬을 잘게 썰어 레몬청을 담갔다. 집 안에 상큼하고 풋풋한 레몬 향이 가득했다. 이제 레몬청이 숙성되면 아이와 마주 앉아 탄산수와 얼음을 넣고 톡톡 터지는 레몬 에이드를 즐기는 봄날이 기다려진다.

그동안 애쓴 서로를 위해 달콤하고 새콤한 레몬 에이드들 준비해야겠다. 레몬 나무는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심어 흙을 더 담고 돋아주어 깊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보살피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도 단단하게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할 것이다. 오늘도 레몬 농부!

레몬청 레몬청 담그기
레몬청레몬청 담그기 ⓒ 정무훈

봄날 상큼하고 달콤한 레몬청 담그는 방법

1. 준비물

- 레몬: 5~6개 (약 500g)
- 설탕: 레몬 무게와 1:1 비율 (약 500g)
- 베이킹소다, 굵은소금: 레몬 세척용
- 유리병: 열탕 소독

2. 레몬 세척법

- 베이킹소다: 레몬 표면에 베이킹소다를 뿌려 박박 문지른 뒤 물로 헹구기
- 굵은소금: 소금으로 한 번 더 표면을 문질러 왁스를 닦아내기 (고무장갑 필수!)
- 끓는 물 샤워: 끓는 물에 레몬을 3~5초간 살짝 굴려준 뒤 찬물에 바로 식히기(생략 가능)
- 물기 제거: 키친타월로 레몬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

3. 레몬청 담그는 순서

- 레몬 슬라이스: 레몬을 0.3~0.5cm 두께로 얇게 썰기
- 씨 제거: 쓴맛이 나는 레몬 씨를 포크나 젓가락으로 꼼꼼히 빼내기
양 끝부분(꼭지)도 쓴맛이 강하니 넉넉히 잘라 버리기

- 설탕 버무리기: 큰 볼에 레몬과 설탕(전체의 80%)을 넣고 가볍게 버무리기
설탕이 살짝 녹을 때까지 30분 정도 두면 병에 담기 훨씬 수월함

- 병에 담기: 소독된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기
남겨둔 20%의 설탕을 맨 위에 두툼하게 덮고 종이 포일로 밀봉하기

4. 숙성 및 보관

- 상온 숙성: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실온에서 1~2일 정도 보관
(중간에 가라앉은 설탕을 한 번 저어주기)

- 냉장 보관: 설탕이 녹으면 냉장고에 넣기
3~5일 후부터 레몬차 또는 레몬 에이드로 즐기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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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훈#레몬#도시농부#레몬청#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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