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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임팩트 비기닝 블루 1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임팩트 비기닝 블루 1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다음세대재단

단순히 보청기 구입 비용을 쥐여준다고 해서 청각장애인의 소통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소음과 잡음이 섞인 다중이용시설의 물리적인 환경 자체가 바뀌어야 비로소 진정한 청취권이 보장된다. 한편, 정치란 거창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며 무기력해진 청년들이 내 삶의 공간에서 주체성을 회복할 일상의 민주주의 훈련장이 시급하다고 외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기존의 관성적인 제도로는 미처 닿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들을 메우려 헌신하는 비영리스타트업 두 곳이 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임팩트 비기닝 블루 1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임팩트 비기닝 블루'는 사회변화를 만드는 초기 비영리스타트업을 발굴해 유연하고 밀착된 인큐베이팅을 제공하는 지원사업이다. 청각장애인의 소통권을 연결하는 '히어사이클'과 일상의 민주주의 실험실을 표방하는 '유난무브먼트'가 1기로 선정돼 육성 과정을 밟았다. 수십 명의 기업 및 기관 관계자가 청중으로 참여했다.

"수백만 원짜리 기기 지원이 끝이 아니다, 청취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임팩트 비기닝 블루 1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피칭에 나선 우승호 히어사이클 대표와 청각보조기기의 모습.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임팩트 비기닝 블루 1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피칭에 나선 우승호 히어사이클 대표와 청각보조기기의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우승호 히어사이클 대표는 7살 때 난청을 진단받고 이후 26살에 인공와우 수술을 한 청각장애 당사자다. 그는 "민간단체에서 청각장애인에게 의료비나 재활비, 기기를 지원해 주면 끝나는 줄 안다. 하지만 아니다. 거기에서부터 진짜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기기만 착용한다고 곧바로 다 잘 들리는 것이 아니며, 값비싼 보조기기를 감당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현실은 훨씬 가혹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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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대표는 취재진에게 "2024년 기준 난청 인구는 82만 명으로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으며, 청각장애 인구는 44만 명으로 전체 신체 장애 유형 중 유일하게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령화 시대에 누구나 난청인이 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난청인의 68%는 정보 부족과 비용 부담으로 보조기구를 구입하지 못하며 평생 본인 부담 비용만 보청기는 1.8억 원, 인공와우는 3.7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히어사이클은 이 장벽을 허물기 위해 영유아 대상 청각보조기기 무상 단기 대여(최소 6개월~1년) 플랫폼인 '이어뱅크'라는 솔루션을 냈다. 우 대표는 "개인이 구매하면 고가로 비싸지만, 히어사이클이 대량으로 사면 훨씬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다"고 모델을 설명했다. 또한 "난청 진단을 받은 환우가 뇌 발달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생후 2개월째부터 보청기를 써야 하지만 정부 절차상 수령까지 8개월이나 소요된다"며 "신생아들에게 이 골든타임 동안 단기 대여를 우선 제공하고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가 보조금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히어사이클은 '청취보조시스템'의 표준화 및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우 대표는 "안경을 쓴다고 다 잘 보이는 게 아니듯, 보청기를 낀다고 공간 안의 소리가 다 들리는 게 아니다"라며 "다수의 청각장애인이 공간 안에서 잡음 없이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청취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히어사이클은 설치된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는 '히어링맵'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직접 협력하며 제도를 고쳐나가고 있다.

우 대표는 "청취보조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전격적으로 협약을 맺었다"며 "히어링루프 등 보급을 위한 '유형별 성능 확인 절차 매뉴얼'과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을 직접 만들었고, 관련 어휘 규정까지 마련 중"이라고 협력 성과를 드러냈다. 또한 "장애 당사자들이 직접 청취 환경 모니터링에 나설 수 있도록, 기기 내 'T모드' 기능을 활성화하는 교육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자도생이 시대정신이 될 순 없다, 젊은 어른들의 연대 인프라가 필요하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임팩트 비기닝 블루 1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양소희 대표를 비롯한 유난무브먼트 팀의 모습과 그동안 열린 공론장 포스터들.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임팩트 비기닝 블루 1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양소희 대표를 비롯한 유난무브먼트 팀의 모습과 그동안 열린 공론장 포스터들. ⓒ 공익저널 차종관

양소희 유난무브먼트 대표는 45개국에서 개최된 국제 무대에서 청년 불평등과 민주주의 관련 한국 대표 연사로 10년 넘게 활약해 온 활동가다. 그러나 그는 취재진에게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등 거듭되는 시스템의 실패를 마주하며 무기력에 빠졌었다"고 고백했다. 양 대표는 "이 시스템의 실패를 교정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고, 직접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청년 세대의 무력감은 유난무브먼트의 조사 결과로도 드러났다. 양 대표는 "멤버 108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을 진행한 결과, 79.2%가 '저 사람과 동료 시민으로 공존할 수 있나'라며 회의감을 표했고, 81.1%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지속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며 깊은 불안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가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 청년 세대가 충분한 영향력과 입지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비율이 52%에 달했으며, 내가 행동하면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응답자는 51.9%에 불과해 시민으로서의 효능감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무력감을 타파하기 위해 유난무브먼트가 내세운 해법은 '일상의 민주주의 실험실'이자 파격적인 소통 전략이었다. 양 대표는 "청년들이 정치나 사회 참여, 공익활동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와 핏(Fit)이 맞는 단체나 활동이 부재하다'는 점이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활동 관성을 완전히 탈피하고, 청년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새로운 '호명의 방식'을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조직문화 제1원칙을 '노잼 필패 맛집 필승'으로 내걸고, 무겁고 금기시된 언어 대신 힙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청년들을 '디톡스(Democracy Talk)' 공론장에 초대하고 있다. 양 대표는 "젊은 어른들의 마음이 꺾이거나 흩어지지 않게 돕는 훈련의 장, 주체적인 시민을 키워내는 인프라를 까는 작업이 바로 유난무브먼트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유난무브먼트는 전 지구적인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한국의 '레거시'를 전파하는 글로벌 연대도 주도하고 있다. 양 대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등장하고 극우적 파시즘 주장이 힘을 얻는 민주주의 백래시 상황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에 맞서 한국이 12·3 내란이라는 거센 권위주의 전복 시도를 시민의 힘으로 이겨낸 사례를 글로벌 무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쏟아진 날 것의 질문들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임팩트 비기닝 블루 1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순서대로 ▲비영리스타트업 창업가의 서재, 비영리스타트업 언론보도 모음판, 활동 스케치 사진 갤러리 ▲피칭 후 질의응답에 나선 우승호 히어사이클 대표와 양소희 유난무브먼트 대표 ▲'임팩트 비기닝 블루' 기금 출연자인 김강석 블루홀(크래프톤) 공동창업자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임팩트 비기닝 블루 1기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순서대로 ▲비영리스타트업 창업가의 서재, 비영리스타트업 언론보도 모음판, 활동 스케치 사진 갤러리 ▲피칭 후 질의응답에 나선 우승호 히어사이클 대표와 양소희 유난무브먼트 대표 ▲'임팩트 비기닝 블루' 기금 출연자인 김강석 블루홀(크래프톤) 공동창업자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 공익저널 차종관

두 팀의 성과보고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비영리스타트업의 생존과 미래를 묻는 현실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어떻게 자립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우승호 대표는 "당사자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지속해왔다"며 "청각장애 전문 단체가 워낙 부족한 만큼, 저희만의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독립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포부를 전했다. 실제로 히어사이클은 현재 '바보의나눔'으로부터 3년간의 지원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파트너 모색 등 자립 모델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질문에 양소희 대표는 "글로벌 사회의 권위주의 백래시에 맞서 한국의 역할에 공감하는 네트워크가 많다. 졸업 전까지 글로벌 펀드를 확보해 지속가능성을 모색해 보려 한다"며 비전을 전했다.

청각보조기기 재사용의 기술적 한계를 묻는 질문에 우 대표는 "맞춤형 매핑 소프트웨어를 완벽히 초기화한 뒤 대여가 가능하며, 전국 3000개가 넘는 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체계적으로 사례 관리를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직원 연계 봉사활동 가능 여부와 관련해서도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비장애인분들도 2~3인 1조로 다중이용시설의 청취 장비를 직접 모니터링하며 환경 개선에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두 팀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대표는 "한국의 모든 사회 문제가 주체적인 시민을 길러내지 않고 소비자들을 길러내고 있다"며 "내 집 앞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자기가 주우면 되는데, 모두가 소비자로서 구청에 연락해 왜 안 치우냐고 따지는 것이 지금의 씁쓸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사회는 실패 가능성에 투자하는 기구가 거의 없지만, 다음세대재단은 유연한 개인 기부를 받아 이러한 실험을 온전히 지원할 수 있었다"며 "스스로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두 팀에게 끝까지 애정 어린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린다"고 청중들에게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


#비영리스타트업#임팩트비기닝블루#유난무브먼트#히어사이클#다음세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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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저널리스트 차종관입니다. 시민사회·사회연대경제·임팩트생태계 등을 출입하며 사회변화를 기록합니다. 대학언론의 위기, 주체적인 죽음 설계, 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등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당사자언론을 연구합니다. 대학 내 언론자유 및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시민공익활동에 관한 정책 제안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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