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글쓰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기자들의 경험을 통해 나의 성장을 돕는 인공지능 활용 기준을 모색해 봅니다.
4월이 된 지 언제인데 책상 위에 달력은 아직 3월이다. 이 모습이 꼭 지금의 내 모습만 같다. AI를 사용해서 일의 효율이 몇 배나 좋아졌다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아직도 그 안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몇 걸음 떨어져서 있다.
내 폰에 있는 챗지피티와 제미나이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지금까지 사용 횟수가 10번을 넘기지 못한 것 같다. 왠일인지 AI시대에 나의 마음은 4월로 넘어가지 못하는 달력마냥 미적거린다.
도처에 AI가 있다

▲나는 나를 써 내려 가기 위해 지금처럼 글을 쓰고, 시간과 애씀이 뭍어나는 표현을 담고 싶다. ⓒ glenncarstenspeters on Unsplash
다들 학교 리포트니 글을 쓸 때도 최종 검토를 AI에게 맡기고, 회사 보고서 작성을 부탁하면 본인이 한 것보다 더 깔끔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한다. 자료 조사나 내용을 정리할 때 소요되던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겠다. AI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하게 될지 상상이 안 된다.
아날로그형 인간이라도 AI가 편리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언제부터인가 생활밀착형 앱인 당근에 AI작성 기능이 생겼다. 판매글을 올릴 때 AI가 판매물품 사진을 분석해서 글을 써 준다. AI가 등장하기 전에는 물품 설명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문구를 지웠다 넣었다 했다. 처음에는 AI가 사진을 분석해서 브랜드와 제품명을 맞추고, 내용을 작성해 주는게 신기했다. 그러나 AI가 쓴 글을 몇 번 올려 보다가 그만두었다.
판매할 때는 편리했는데 정작 구매자가 되어보니 아니다 싶었다. AI가 작성한 판매 글에는 좋은 내용 일색이다. '인테리어를 밝고 환하게 해줄 거예요', '입으면 세련되고 멋있는 디자인이에요'라는 식의 표현뿐이라 화려한 포장지를 씌운 느낌이다. 내가 알고 싶은 사용기간과 물품의 상태, 제품의 이상유무는 설명이 없다. 지금은 일부만 사용하거나 직접 작성해서 올린다. 필요한 물건을 찾다가 판매글이 AI가 작성한것 같으면 관심 목록까지 가지 않는다.
재취업을 알아보던 중에 초등영어학원에서 시연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준비할 시간이 촉박해서 고민하다가 챗지피티에게 수업 교안을 작성해 달라고 했다. to 부정사에 대한 내용을 초등학생 대상으로 만들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수업을 시작할 때 아이스브레이크와 같은 멘트를 넣어주고, 기본 개념을 익히도록 한 후에 심화단계를 학습할 수 있는 예문까지 만들어줬다. 마지막에 학습한 내용 정리와 퀴즈까지 포함되서 다른 교재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글쓰기는 3월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

▲2026년 3월 달력. 내 글쓰기도 3월에 머무르고 싶다. ⓒ 오마이뉴스
AI 작가의 등장도 먼 일이 아니다. 원하는 주제를 주고 어떤 내용으로 쓸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에다가, 줄거리는 이렇고, 결말은 해피앤딩으로 해달라고 하면 나보다 더 잘 써 낼 것도 같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나는 왜 매일 쓰려고 할까. 이 고민 끝에서 답을 찾았다.
우선 내가 글을 쓰는 과정을 들여다 봤다. 글을 쓸 때 나의 상태를 곱씹어 봤다. 글을 쓰려면 출렁이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내 글은 별볼일 없다는 한없이 작아지는 마음을 들어 올린다. 더 좋은 단어와 표현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생각한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마음도, 현재 마주하는 현실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삶에서 이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었다.
글을 잘 쓰는 것이 목적이라면 AI에게 맡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AI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표현과 단어를 찾아내서 문장을 만들어 낼 것이고, 요즘의 트렌드에 맞게 세련되게 써낼 테니까. 그러나 나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세련됨 보다는 나의 마음과 생각이 담긴 투박하고 거친 표현을 다듬어 가고 싶다. 정제되지 않은 서툰 문장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지나가고 싶다.
글쓰기를 시작할 즈음엔 나의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서 글이 짧았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설명이 없어서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글을 쓸수록 설명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내용이 친절해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사람들을 만날 때도 달라진 게 느껴졌다. 나의 마음을 풀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나도 점차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글쓰기는 3월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다. 시절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다음 달력으로 넘겨버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나는 나를 써 내려 가기 위해 지금처럼 글을 쓰고, 시간과 애씀이 뭍어나는 표현을 담고 싶다. 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졸린 눈을 끔뻑이면서 한 자 한 자 나만의 글을 써 내려 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sns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