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과의 2주간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함께 이란을 침공했던 이스라엘은 미국의 휴전을 말로는 지지한다고 하지만, 정작 바레인과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과 학살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곳은 '이란'이 아니기에 학살을 멈출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침략은 언뜻 트럼프 행정부의 충동적인 결정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제국주의에 기반한 미국우선주의 전략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 출구 전략조차 보이지 않는 이 파괴적인 행보 속에서, 강대국의 패권 논리는 국제법과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비웃듯 매 순간 번복되는 입장에 따라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언론은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를 구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보도하기에 바쁘지만, 정작 그 전투기가 왜 이란 영공에서 추락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이들을 폭격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조종사의 생환보다, 그가 왜 이란 하늘을 날고 있었는지에 더 크게 주목해야 합니다.
폭력의 일상화, 안도의 이면에 숨은 군비 증강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미국의 이란 공습, 쿠바에 대한 경제적 폐쇄와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까지. 인류가 쌓아온 최소한의 평화적 합의를 파괴하는 폭력적 사건들이 너무나 짧은 주기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러져가는 무고한 생명은 날이 갈수록 늘어납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동북아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비극을 보며 '우리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안도하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전쟁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며 다시 군비를 증강합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는 무력감 속에 살아갑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병역거부, 전쟁의 고리를 끊는 가장 직접적인 실천
지난 2월 23일, 한베평화재단에서 활동하는 평화활동가 '두부'(김민형, 28세)가 국회 정문 앞에서 병역거부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전쟁이 "인간의 폭력성을 극대화하고, 그 폭력 속에서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파괴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2020년 대체복무제가 시행된 이후, 대체복무마저 거부하는 '완전 병역거부'를 공개 선언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두부는 자신의 병역거부 의견서에서 평화를 향한 오랜 고민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한때 그는 국가와 사람을 지키기 위해 특전사를 꿈꿨던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군대라는 조직이 도리어 자신이 갈망하는 '평화'를 파괴하는 모순을 목격했고, 결국 '강한 무력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논리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진정한 평화를 이루려면 서로를 향해 겨누어진 무기를 내려놓고, 폭력과 증오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에게 병역거부는 추상적인 평화 담론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전쟁을 멈춰 세우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실천입니다.
"상상해 봐! 전쟁이 났는데 아무도 전쟁터에 안 나가는 거야!"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도시, 대전의 선택
두부가 말하듯, 우리가 좋든 싫든 선택의 시간은 다가옵니다. 전쟁을 준비할 것인지, 평화를 준비할 것인지 말입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서도 병역거부자들이 등장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2025년 한 해에만 징병제 부활에 반대하는 병역거부 신청이 3천 건을 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무기 박람회 '서울 ADEX'에서는 이스라엘 무기 기업 전시관 앞에 서서, 학살당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이름을 팔에 적고 '전쟁 장사를 중단하라'는 외침과 함께 '빨간 손 액션'을 진행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대전은 한국에서 그 중심에 있는 도시입니다. 우리는 전쟁의 확대로 경제적 이득을 볼 도시입니다. 모든 정치인이 당의 색깔을 가리지 않고 무기산업의 확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평화의 관점에서 다음 지방선거 대전시장 선거는 무기장사꾼과 무기장사꾼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도시는 구조적으로 전쟁의 확대에 이익을 보도록 설계되고 있고, 한번 설계되면 우리는 도시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전쟁의 발발을 기도해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화약과 미사일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그것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AI,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한 반도체까지. 전쟁의 확산을 시장 확대의 기회로 여기는 이들은 이 기회에 모든 기술을 군사화하려 합니다. 한화그룹을 중심으로 한 방산기업들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이제 무기산업과 무기산업이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무기산업은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5월 15일, '평화로운 상상'을 시작합시다
오는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대전에 두부가 옵니다. 그와 함께 전쟁과 평화, 그리고 전쟁을 멈추고 평화로 나아가는 새로운 선택에 대해 상상해 보고자 합니다.
두부가 말했듯 "전쟁이 났는데 아무도 전쟁터에 나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 걸음 더 나아가,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우리 도시의 그 누구도 무기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이 도발적인 상상에 대전 시민들을 초대합니다. 우리의 '거부'가 곧 평화의 시작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평화연대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