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2026-01-08 ⓒ 이정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 과정 전반을 겨냥해 "시킨 놈이 문제"라고 직격했다. 대북송금사건 관련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수원지검의 조직적인 압박에 대해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10일 김 전 회장은 수원고등법원 형사2부(김건우 임재남 서정희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대북송금사건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그는 "여기 수원 애들(검사들) 중 악마 같은 놈도 있고 이상한 사람도 많다"면서 "그대로 내가 검사라고 해도 안 그렇겠어? 똑같지. 그 시킨 놈들이 잘못이다. 내려왔던 게 잘못"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 오마이뉴스 "(수사기록 보니) 회장님은 박(상용) 검사에 대해서 굉장히 애정이 있으시더만요."
- 김성태 "애정은... 여기 수원 애들(검사) 중 악마 같은 놈도 있고 이상한 사람도 많지."
- 오마이뉴스 "15층(수원지검 15층 수사팀) 싫어하시는 거 저도 알고..."
- 김성태 "그대로 내가 검사라고 해도 안 그렇겠어? 똑같지. 그 시킨 놈들이 잘못인 거지. 그리고 내려왔던 게 잘못된 거지. 그 바뀌긴 바뀌어야지 사실. 검찰이 이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나는. 거기에 항의도 많이 했었고. 재판 가면 얘기해야지. 이거 하나는 나도 얼마나 압박을 받고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얘기를 하겠어요."
김성태 "시킨 놈이 문제", "내려왔던 게 잘못"... 수사 '윗선' 겨냥
김 전 회장 발언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그 시킨 놈들이 잘못인 거지. 그리고 내려왔던 게 잘못된 거지"라는 부분이다. 이는 대북송금사건 관련 수사방향이 일선 검사 차원이 아니라 윗선에서 설정됐을 가능성을 그대로 시사한다. 김 전 회장도 수원지검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이런 말을 한두 번 들었겠냐"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박 검사의 해명과도 구조적으로 맞물린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오마이뉴스>가 김 전 회장의 구치소 발언을 집중 보도하자 박 검사는 입장문을 내고 '평검사가 대북송금 사건 같은 중요한 사건을 조작하는 것은 검찰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수원지검에서 대북송금 수사팀에 소속된 평검사로서 모든 수사를 부장, 차장, 검사장, 대검에 매일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고 지휘받아 실시했다"며 "지시에 따라 공판까지 직관하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두 진술을 함께 놓고 보면, 대북송금 수사가 최소한 수원지검 이상의 지휘체계 속에서 움직였음을 시사한다.
박 검사는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고 지휘받아 실시했다" 말했고, 김 전 회장은 "시킨 놈들이 잘못이지, 내려왔던 게 잘못"이라고 평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은 박 검사 개인에 대해서는 "나는 박상용이가 잘못했다 잘했다 내가 평가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회유 의혹의 당사자인 박상용 전 수원지검 부부장검사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최로 '민주당의 공소취소, 재판조작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2023년 1월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을 때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인하다가 수원지검의 집중 조사 후 태도를 180도 바꿔 "이재명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송금을 했다"라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인 같은 해 3월 10일 지인과의 구치소 접견에서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하고. 뭘 내놓으라는 거냐? 내가 은행 금고여? 뭘 또 내놔? 있어야 내놓을 것 아니냐. 진짜로. XX"이라고 검찰 수사를 겨냥한 강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2023년 1월부터 1년 동안 수원구치소에 수감됐고, 해당 기간동안 수원지검에 184회 출정해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해 내부 특별점검을 통해 수원지검이 이재명 대통령 기소를 전제로 김 전 회장 등 사건 관계자들을 압박하고,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하기 위해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각종 편의가 제공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공판에서 김 전 회장 측은 재판부를 향해 "이 사건을 둘러싸고 수사 및 공소제기 적법성이 문제가 되어 국정조사와 특검 등이 예정되어 있다"며 "국정조사와 특검 결과를 보고 재판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아직 본 사건 기록에 그런 내용이 첨부된 것이 아니라서 가부를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취지는 이해한다. 검토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오마이뉴스> 단독보도 후 국회에서 대북송금사건 관련 국정조사가 통과됐고, 현재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 전 회장을 비롯해 박 검사, 이 전 부지사 등은 14일 예정된 대북송금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