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봉옥 금양소액주주연대 대표오봉옥 금양소액주주연대 대표(서울디지털대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오봉옥 금양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8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탄원서를 통해 "24만 주주와 80만 가족이 '상폐 열차'에 올라 벼랑으로 향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인이면서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인 오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벼랑으로 가는 열차'라는 제목의 시 한편을 보내왔다. (관련기사:
"24만 주주의 시간은 멈춰 있다... 금양사태, 윤 정권 압박에서 비롯")
그는 상장폐기 위기에 몰린 금양을 '열차'에 비유하면서, "열차가 벼랑에 떨어질 때 사라지는 것은 주주들 뿐"이라며 "열차의 주인은 남는다"고 했다. 회사의 부채는 거의 완공 단계에 있는 부산 기장 공장만 매각해도 정리될 수 있고, 발포제 사업과 해외 리튬 광산, 배터리 기술은 그대로 남는다고 썼다. 오 대표는 "무너진 자리에서 헐값이 된 주식을 다시 쓸어 담으면, 회사는 또 하나의 가족회사가 될 것"이라며 "열차가 벼랑으로 향하는 동안 누군가는 웃고 있을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2차 전지 시장은 국가 간 전장의 한복판"이라며 "중견 기업의 이탈은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는 일이며, 경쟁이 아니라 대기업 중심의 독점이 될 것"이라고 썼다. 또 과거 금양의 유상증자와 석연치 않은 주식 거래정지 과정 등을 들어가며, "그 판단은 정말 공정했나"라고 물었다.
오 대표는 마지막으로 "저희(소액주주)는 특혜를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같은 기준, 같은 신호, 같은 기회를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금양 소액주주연대는 빠르면 내주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다음은 오 대표가 보내온 탄원서 전문이다.
벼랑으로 가는 열차
- 이재명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 탄원서
대통령님,
저희 24만 주주와
80만 가족은 지금
벼랑으로 내달리는
한 대의 열차 안에 서 있습니다
이름하여
'상폐'라는 열차입니다
우리는
부산의 한 기업, 금양의 기술을 믿고
이 열차에 올랐습니다
한때 이 열차는
하늘로 솟구치듯 오르며
누군가의 부러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건널목에
붉은 완장을 찬 사람이
깃발을 들고 가로막았습니다
그 순간
우리와 같은 열차들은
멈추지 않고 달렸지만
오직
우리 열차만
선별적으로 멈춰 섰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서로를 밀치며
밖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한 것은
이제
그 표조차 팔 수 없게 되었고
우리 열차에는
하나의 이름만 남았습니다
'상폐 열차'
그리고 지금
이 열차는
벼랑을 향해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이 열차가 벼랑에 떨어질 때
사라지는 것은
주주들뿐입니다
열차의 주인은
남습니다
부채는
기장공장만 팔아도
정리될 수 있고
남은 자산은
넘치도록 많습니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발포제 사업
광산 두 곳
그리고 배터리 기술
2170
4695
양극제 기술을 가진
에스엠랩의 지분 또한 남습니다
그 숫자들은
아직 시장에서 살아 있습니다
지분과 기술은
더 높은 값을 부르는 곳으로
넘어가면 그만입니다
게다가
이 회사의 채권은
본인의 자회사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니
무너진 자리에서
헐값이 된 주식을
다시 쓸어 담으면
회사는
또 하나의 가족회사가 됩니다
그러니
이 열차가
벼랑으로 향하는 동안
누군가는
속으로
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국가가 대신
치워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는 누구를 겨누려는 말이 아니라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일 뿐입니다
대통령님,
이 열차 하나의 추락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의 산업 구조에
금이 가는 일입니다
2차 전지 시장은
이미 국가 간 전장의 한복판입니다
그 안에서
중견 기업 하나의 이탈은
단순한 퇴장이 아니라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는 일입니다
한 축이 끊어지면
연결된 수많은 기업들이
함께 흔들립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경쟁이 아니라
대기업 중심의 독점입니다
대통령님,
기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흩어집니다
정리되는 순간
지분으로
특허로 인력으로
조각나
시장 밖으로 흘러갑니다
그 방향이
국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때 우리는
한 기업이 아니라
한 기술의 방향을
잃게 됩니다
대통령님,
이 열차 안에 남은 우리는
내릴 곳이 없습니다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남겨진
승객입니다
우리는 지금
묻고 싶습니다
왜
같은 선택을 한 열차들은
계속 달리고 있는데
이 열차만
멈춰야 했습니까
그 판단은
정말 공정했습니까
아니면
완장을 차고 길을 가로막은
특정한 손에 의한
정지는 아니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 정지의 이유와 과정은
밝혀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과정이 먼저 밝혀진 뒤
다시 판단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님,
저희는
특혜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기준
같은 신호
같은 기회
그것을 요청드립니다
벼랑 끝에서 드리는 이 글이
비명이 아니라
증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증언 앞에서
국가가 침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