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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흐드러지고 연둣빛으로 세상은 봄 축제를 여는 듯 화사한데 어째 내 속은 초봄인듯 스산하다.
자영업 19년 차, 그동안 참 여러 위기가 오고 갔다. 조류 인플루엔자나 가축 전염병이 돌 때 음식점은 한 번씩 타격을 받는다. 돼지고기, 닭고기 값 등 식자재비도 오르고 매출도 영향을 받는다. 몇년 전 코로나 때는 수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그런저런 일들이 와도 도시락 가게니 "먹는 장사는 안 망한다"는 속설처럼 그럭저럭 잘 견뎠다.
모두에게 이롭지 않은 전쟁
그런데 이번 미국 이란 전쟁은 좀 심각했다. 요 한 달 새 우리 가게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다른 나라의 전쟁으로 내 가게가 이토록 영향을 받으니, 전쟁이 얼마나 모두에게 이롭지 못한지 깨닫게 된다.
며칠 전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려했더니 봉투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날 저녁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전쟁으로 원유 공급이 안되니 석유 관련 제품, 즉 쓰레기봉투를 만드는 나프타 공급 부족으로 그야말로 쓰레기봉투 대란이라는 것이다. 우리 같은 음식점에선 20리터 봉지를 매일 쓴다. 결국 다음 날 한 묶음을 샀다.

▲마트 계산대 앞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쓰레기봉투 대란이 실감났다. ⓒ 임경화
아파트 상가에 있는 우리 가게 옆으론 아구찜 배달 전문점과 의료 용품 납품 가게 등이 나란히 있는데 요즘 난리도 아니었다. 배달 음식 일회용 용기가 석유 제품이다 보니 너도나도 오르기 전 미리 준비 한다고 가게 앞에 포장용기 박스가 산처럼 싸여 있었다. 반대로 의료기 도매상은 병원들의 주사기, 장갑 등 의료 용품 주문 폭주로 택배 상자가 산을 이루고 있다. 다행히 우리 가게는 회수용 도시락을 쓰니 그나마 걱정을 덜었다.
새벽 시장도 마찬가지다. 장을 볼 때마다 오른 제품들 때문에 비용이 점점 늘어난다. 매일같이 오른다는 얘기 뿐이다. 돌아 오면서 우리 동네에서 제일 가격이 싸다는 알뜰주유소에 들렀다. 오늘이 가장 쌀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득 기름을 채우니 씁쓸했다. 우리 가게는 배달앱을 쓰지 않고 직접 남편과 내가 직접 배달하다 보니 기름 값도 신경이 쓰인다.

▲행복한만찬의 야채 비빔밥 도시락이다. ⓒ 임경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신문이며 뉴스를 찾아 보게 된다. 다행히 전쟁이 2주간 휴전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모쪼록 속히 모든 전쟁이 멈춰서 무고한 희생이 없어야겠다. 또한 세계 경제도 순조롭게 돌아가서 자영업자들도 즐겁게 장사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오늘은 모처럼 사각도시락이 아닌 기분 전환용으로 야채비빔밥을 준비했다. 특별히 건가지볶음을 추가했다. 하루 전날 불린 건가지에 간장과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쳐 살짝 볶았다. 콩나물무침, 무생채, 고사리볶음, 상추, 느타리버섯볶음과 그리고 요즘 대세인 봄동겉절이까지 알록달록 예쁘게 담고 계란후라이 반숙을 올렸다. 참기름 두 방울과 통깨를 뿌려 완성했다.
준비한 야채 비빔밥처럼 전세계 모든 나라가 총을 거두고 사이좋게 손을 맞잡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