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대덕구청이 시행하고 있는 통합돌봄의 대표적인 케어안심주택 '늘봄채'. 주거와 의료, 돌봄이 결합된 통합형 주택 모델이다. 단순한 보호시설이 아닌 지역 내에서 지속적인 거주를 위한 생활형 돌봄주택이다. ⓒ 보건복지부
지난 7일 대전 대덕구청 청년벙커 라운지. 옥지영 통합돌봄팀장은 "대덕구는 통합돌봄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은 단순한 복지 사업을 소개하는 것 이상이었다. '고령화, 1인가구 급증' 이라는 인구 구조 변화속에서 지역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였다.
현재 대덕구 인구는 약 16만5000명. 이 중 '65세 이상' 어르신 비율은 22.6%에 달한다. 1인 가구 비중은 42.8%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등록장애인 약 1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54%)이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이다.
또 대전시 조사를 보면, 어르신 4명 중 1명은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해 고독사를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10년사이 대덕구는 인구 3만 명 감소, 노인 인구 2배 증가, 1인 가구 1.4배 증가라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구조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정책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선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옥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다.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돌봄·주거를 하나로 묶는 '생활 기반 정책'이다.
대덕구는 2019년 조례 제정으로 선제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2023년에는 예산도 없이 6명 규모 전담 조직을 꾸렸다. 현재는 약 14억 원 규모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넉넉하지 않다. 국비와 지방소멸기금, 고향사랑기부금 등을 끌어와 버티는 구조다. 옥 팀장은 "예산이 부족해도 기존 사업을 멈출 수 없었다"면서 "올해 예산이 많이 깎여 부족하지만, 다행히 공모사업을 통해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덕구 통합돌봄 대상 3년간 1600명… 양보다 질, 맞춤형 연결

▲옥지영 대덕구 통합돌봄팀장이 7일 오후 구청 청년벙커 라운지에서 기자들에게 대덕구의 통합돌봄 현황과 실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2023년부터 3년간 대덕구 통합돌봄 대상자는 약 1680명. 제공 서비스는 3862건에 이른다. 수치만 보면 적어 보이지만, 대덕구의 설명은 다르다. 통합돌봄은 일괄 지급되는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어르신 한 분의 삶 전체를 바꾸는 '맞춤형 연결'이라는 것.
실제로 대상자의 상당수는 '75세 이상 독거노인'이다. 신청보다 민·관 협력에 의한 '발굴'이 더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거노인의 비중이 커서 돌봄 필요도가 높다고 한다.
특히 대덕구 모델의 핵심은 '연결'이다. 공적 급여와 민간 서비스를 하나의 '메뉴판'으로 묶고, 대상자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서비스와 연계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구청과 의료·요양·돌봄기관 80곳과 협약을 맺었다. '점처럼 흩어진 서비스를 선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통합돌봄이란 것이 옥 팀장의 설명이다.

▲7일 오후 대전 대덕구에 있는 중리돌봄건강학교에서 어르신들이 운동프로그램(근력·유산소)에 참여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대덕구는 전국 최초로 '투트랙' 방식도 도입했다. 65~75세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트랙'과 중증 어르신을 위한 '집중돌봄트랙'을 분리 운영한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돌봄건강학교'로, 전국 최초라고 강조한다.
대덕구에 따르면 어르신들은 3월 입학해 12월 졸업까지 하루 6시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건강+돌봄+관계망' 통합 구조다. 예를 들어 건강관리 및 생활습관 개선 → 운동프로그램(근력·유산소) → 공동식사 및 사회적 관계 형성 → 정서지원 및 자조모임 운영으로 구성돼 있다. '노인친화형 멀티플랙스 공간 조성' 목표라고 한다.
성과도 뚜렷하다. 참여자의 신체 건강(인바디)이 최대 77%가 개선 또는 유지했으며, 우울감 역시 약 80% 이상 감소 또는 유지했다고 한다. 옥 팀장은 "노인이 되기 전에 관리하면 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 대신 집으로' 방문의료 확대... 고령자 주거 '늘봄채'
'찾아가는 의료'도 핵심 사업이다. 대덕구는 방문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를 연계했다. 단순 방문진료를 넘어 서비스 설계와 모니터링까지 담당한다. 이용자 만족도는 95%에 달했고, 75%는 "자부담을 내서라도 계속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한 축은 고령자 맞춤형 주거공간 '늘봄채'다. 엘에이치(LH)와 협력해 만든 이 공간에는 현재 11가구가 입주해 있다. 단순 주거가 아닌 돌봄과 의료, 커뮤니티가 결합된 형태다. 다만 공급이 부족해 추가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입주자 장덕기(90)씨는 "여긴 지상 낙원"이라며 "간호사와 매니저가 상주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로 미국에서 24년 살다가 몇 해 전 아내와 함께 귀국했다. 더구나 장애가 있는 아내와 함께 1년 정도 다른 곳에서 생활하다가 공모를 보고서 신청해 지난해 10월부터 늘봄채에서 살고 있다.

▲대전 대덕구의 고령자 맞춤형 주거공간 '늘봄채'. 엘에이치(LH)와 협력해 만든 이 공간에는 현재 11가구가 입주해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분들의 안전과 활동 편의를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 보건복지부
"집에서 마지막까지" 존엄한 죽음 지원... '소득 아닌 돌봄 공백' 패러다임 전환
통합돌봄은 삶의 마지막 단계까지 이어진다. 대덕구는 방문의료와 돌봄을 통해 '집에서의 임종'을 지원하고 있다. 한 사례에서는 와상(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는) 상태의 어르신이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자택에서 생을 마무리했다. 옥 팀장은 "병원이 아닌 가족의 품에서 삶을 마치는 것도 통합돌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대덕구 통합돌봄은 기존 복지와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소득 기준'이 아닌 '돌봄 공백'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가난해야 지원 대상이 됐다면, 이제는 돌봄이 필요하면 누구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제는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올해 예산 삭감을 예로 든 옥 팀장은 "지속 가능한 재정 지원과 기관장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통합돌봄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려면 정책이 아니라 '의지'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하진 않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 계속 연결하고 찾겠다"고 덧붙였다.
대덕구의 실험은 아직 진행형이다. 옥 팀장의 말처럼 통합돌봄은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지난 7일 오후 대전 대덕구에 있는 장애인돌봄건강학교(대덕구장애인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