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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5일 충남 보령시 웅천읍 독산리 마을 일대에 떨어진 탄피가 떨어졌다. 일부 주민이 '증거'로 모아둔 탄피다.
지난 1월 5일 충남 보령시 웅천읍 독산리 마을 일대에 떨어진 탄피가 떨어졌다. 일부 주민이 '증거'로 모아둔 탄피다. ⓒ 이재환

지난 1월 충남 보령시 웅천읍의 한 마을에서 공군 전투기 기총사격 과정 중 날아온 탄피가 민가 쪽으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 직후 공군은 사격훈련을 잠정 중단하고 민가에 떨어진 탄피를 회수하는 등 원인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 3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공군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 5일 보령시·웅천읍 공군 사격장에서는 공군 소속 F-5전투기들이 기총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탄피 일부가 바람을 타고 민가 쪽으로 날아 든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주민이 '증거용'으로 보관하고 있는 탄피는 담뱃갑과 길이가 같을 정도로 큰 크기였다.

지난 7일 기자는 제보를 받고 웅천읍 독산리 마을을 찾았다. 마을은 40호가량의 작은 어촌마을이다. 지난 1월 민가 마당과 밭, 비닐하우스에도 탄피가 날아들었다. 공군 사격장 및 해변에서 가까운 민가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탄피가 엄청컸다. 사람이 맞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월 5일 충남 보령시 웅천읍 독산1리 마을. 전투기 기총 사격 과정에서 날아온 탄피가 마을 곳곳에 떨어졌다. 왼쪽은 마을 밭에 탄피가 박힌 장면. 오른쪽은 날아온 탄피가 마을 비닐하우스에 떨어져 비닐하우스 일부가 찢어진 모습
지난 1월 5일 충남 보령시 웅천읍 독산1리 마을. 전투기 기총 사격 과정에서 날아온 탄피가 마을 곳곳에 떨어졌다. 왼쪽은 마을 밭에 탄피가 박힌 장면. 오른쪽은 날아온 탄피가 마을 비닐하우스에 떨어져 비닐하우스 일부가 찢어진 모습 ⓒ 이재환

해당 공군 사격장은 지난 1986 조성됐다. 공군 사격장이 생긴 이후, 마을에 탄피가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40여 개의 탄피가 단 하루 만에 마을 일대에 쏟아져 내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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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 A(78)씨는 "그날은 (기총사격 소리에)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마당과 밭에 탄피가 6개나 떨어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여 년 전에도 지붕에 탄피가 떨어져서 슬레이트 지붕에 구멍이 났다. 하지만 이번처럼 탄피가 많이 떨어진 것은 처음 본다. 이런 상태로는 더 이상 (마을에) 못살 것 같다"며 불안감 토로했다.

마을 주민 B(89)씨는 "집 옆 배추밭과 주변 무덤에도 탄피가 떨어졌다. 밭에서만 탄피 4개를 주웠다. 며칠 뒤 군부대에서 나와서 탄피를 수거해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죽을 때 까지 이 마을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탄피가 떨어진 뒤로 밤이 되면 불안해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군이든 정부든 (안전)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마을 주민 A씨는 20여 년 전에도 마을 민가에 탄피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슬레이트 지붕이 뚤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을 주민 A씨는 20여 년 전에도 마을 민가에 탄피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슬레이트 지붕이 뚤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이재환

실제로 주민들이 <오마이뉴스>와 지역 언론 등에 뒤늦게 제보를 한 것도 '주민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독산리 어촌계 관계자는 "지난 3월 웅천읍사무소에서 공군 관계자들을 만났다. 주민 안전 대책을 요구했다. 또 (피해를 입은)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서 민원을 (직접) 청취하라고 주문했다"라며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공군은 사격훈련을 잠정 중단한 상태이다. 공군 측 관계자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탄피 낙하로 지역 주민들에게 불안을 끼쳐드린 것은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하기 위해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5일 F-5 전투기 기총사격을 했다. 그날 강한 상층풍이 분 것이 확인됐다. 상층풍으로 탄피의 일부가 내륙으로 낙하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1월 5일에 탄피가 발견됐고 그 다음 날인 1월 6일부터 사격훈련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도 사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피해 배상과 관련, 이 관계자는 "지난 3월 주민들에게 국가 배상절차를 안내해 드렸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선숙 보령시국회의 공동대표는 "고령의 주민들이 국가 배상절차를 밟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원인 제공자인 군에서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공군#사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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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공동체를 걱정하는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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