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함께주택 2호에서 함께주택협동조합의 오현주 이사장과 박종숙 이사를 만났다. 두 사람이 함께주택 2호의 문을 여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한국 사회에서 '집'은 오랫동안 거주 공간이기보다 투기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끝없이 치솟는 집값과 전세 사기 등 주거 불안이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 자본의 논리가 아닌 '연대'와 '자치'로 주거 문제를 풀어나가는 대안적 실험이 있다. 지난 2013년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작된 '함께주택협동조합'이다.
13년이 지난 지금, 함께주택은 서울 마포구와 은평구 일대에 6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150명이 넘는 조합원을 품은 굳건한 사회주택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에게 주택을 분양해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이 아니라, 조합이 소유하고 조합원이 이용하는 '간접소유' 방식을 통해 거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함께주택 2호에서 오현주 이사장과 박종숙 이사를 만나 대안적 주거 실험이 걸어온 지난 10여 년의 성과와 한계, 비영리 주택 모델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한국의 주거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심도 있는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다음은 오현주 이사장, 박종숙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함께주택 2호의 모습. ⓒ 함께주택협동조합
- 지난 3월 14차 정기총회를 마쳤다. 2013년 파일럿 사업으로 시작해 13년을 맞이한 소회가 어떤가.
박종숙 이사(아래 박) : "뿌듯하고 벅차오르기보다는 마음이 많이 무겁다. 주택은 실제 사람들의 생활 및 삶과 직결되는 필수 요소이자, 많은 재산의 대부분이 반영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택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조직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 마포구 성산동과 망원동 일대를 기반으로 시작했다. 지역적 특성이 시민 자산화나 공동체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박: "마포 지역에는 예전부터 지역 사회의 상황이나 당면한 문제들을 스스로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은 시민들이 많았다. 특히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여기기보다는 여럿이 연대와 협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주거 안정성이 저하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지역 주민 및 관련 기관들이 힘을 모아 대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타지역보다 적극적이었다. 그 믿음이 있었기에 주택이라는 막대한 자산을 모으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 시세차익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한국 사회의 지배적 욕망과 달리, 조합이 소유하고 조합원이 이용하는 '간접소유' 방식을 택한 철학적 배경은 무엇인가.
박: "모든 인간은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은 그 기본 요건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불평등이 바로 주거 불평등이다. 주택을 개인의 경제적 능력으로만 확보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능력이 부족한 개인이 주거 불안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경제적 능력의 부족이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는 사회를 막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주택이 시세 차익을 통한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지양하고, 적절한 가격에 원하는 기간만큼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 방식을 채택했다."
- 올해 총회 기조가 "스스로 결정하고 지혜롭게 해결하는 '자치'의 협동조합"이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 '조합원 정체성'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현주 이사장(아래 오) : "함께주택에 새로 입주하는 사람들은 종종 스스로를 세입자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들어온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집을 짓고, 꾸려가며, 고치는 구조다. 조합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 자신이 조합원이자 곧 집주인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집주인과 세입자 구도에 갇혀 있으면 운영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집에 물이 새면 집주인과 싸워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엔 싸울 대상이 없다. 지난 10년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여러 갈등 속에서, 우리 스스로 어떻게 조합을 꾸려가야 하는지 탐구해 온 과정이었다. 제도의 완결에 기대어 툭하면 법원으로 달려가거나 고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 우리 사이에서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넓혀가는 것이 진정한 자치다."
- 매월 열리는 '거주자 자치위원회'를 통해 층간소음이나 공용공간 청소 등 민감한 갈등을 스스로 해결한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오: "보통 갈등을 해결할 때 양쪽 의견을 반반씩 수용해 평균을 맞추면 화해가 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예로 1층 신발장 문제가 있었다. 5층 거주자까지 모두가 1층에 신발을 놓고 싶어 하다 보니 공유지가 난장판이 됐다. 치열한 회의 끝에 처음엔 '모두 두 켤레씩만 놓자'고 제안했지만 불만이 커서 무산됐다. 결국 차등 적용을 도입했다. 오르내리기 가장 힘든 5층과 4층은 세 켤레, 3층부터는 두 켤레만 놓기로 합의한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정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토론을 거쳤다."
박: "일반적인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 위에서 명확한 룰을 정해주기를 바란다. 자치회에서 당사자들이 스스로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은 일견 피곤하고, 시간과 감정 소모가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조합은 이 과정을 포기할 수 없다. 갈등을 일괄적인 평균점으로 덮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함께주택 2호에서 함께주택협동조합의 오현주 이사장과 박종숙 이사를 만났다. 두 사람이 팻말을 강조하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 거주자들이 임대료를 스스로 논의하는 '주택가격위원회'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재무적 안정성과 공공성 사이의 딜레마를 풀기 위한 장치인가.
오: "단순히 재무적 안정성을 지키면서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집주인은 가격을 올리고 싶어 하고 세입자는 낮추고 싶어 하는 구도 자체가 우리와는 맞지 않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적정한 물가, 부동산 시세, 주택의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산정한다. 그것을 조합원들이 스스로 결정할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시기처럼 불안정하고 어려운 시기에는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주택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조합원 스스로 결정할 수도 있다."
박: "처음 주택을 지을 때는 투입된 비용을 나누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유지 관리가 필요해지면 가격 결정의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 조합원이 주인이므로 결정을 직접 내려야 하고, 이를 위해 집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과 조합원들이 낼 수 있는 돈 사이의 적정 지점을 찾는다. 나아가, 주택 가격 부담을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모자라는 비용을 조합 전체가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재정적 고민까지 당사자들이 함께 나누는 단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6호 주택 완공 이후 3년째 신규 공급이 멈춰 있다. 대안 주거 확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무엇인가.
박: "양적 확장에 대한 계획은 늘 있지만, 재원 조달처가 명확하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초기 1호와 2호 주택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 덕분이었다. 주택을 운영하려면 1~2년짜리 단기 자금이 아니라, 최소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인내 자본'이 필수적이다. 사회투자기금이 그 역할을 해왔으나, 정책 지향이 다른 시장이 취임하면서 예산 책정이 중단됐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등 대안 모델이 확장되려면 장기간 적정 수준으로 대출해 줄 수 있는 재원 조달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거 정책과 관련해 현장에서 정치인들과 지자체에 제언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박: "자가 소유를 통해서만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모든 정책이 집을 사는 것에 집중되면, 집은 소유하는 순간 자산 증식과 연결되어 필연적으로 집값을 올리게 된다. 굳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정을 실현할 수 있는 주택 모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공공임대 정책이 주거 문제의 절대적 해결책인 것처럼 여기는 관료적 접근도 경계해야 한다. 공공임대 역시 거주자가 주인이 될 수 없고 자가 소유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실제 거주하는 당사자가 주거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협동조합 주택 같은 대안이 확산되어야 한다."
- 끝으로 주거 불안으로 고통받는 청년과 시민들, 그리고 생태계에서 고군분투하는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오: "과거 한때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집중 조명을 받으며, 혼자 사는 것을 '화려한 싱글'인 양 포장하던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같이 사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우리가 추구하는 안전이나 안정 같은 삶의 중요한 요소들은 함께 살 때 훨씬 더 단단해진다. 앞으로 함께주택협동조합이 사람들에게 더 좋은 주거 선택지로 인식되기를 바라며,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박: "주거 안정을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 자가 소유이거나 임대주택인 것은 아니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누구나 원하는 기간만큼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곳, 임대인과 임차인이 권력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 온전한 주인이 되는 집이 존재해야 한다. 당사자가 주거 조건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대안적인 주택을 우리 사회에 함께 많이 만들어 가자고 동료 시민들과 주거 운동가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