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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보컬리스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수현"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를 좋아한다. 진성부터 가성까지 커버하는 넓은 음역대를 가진 이수현은 '라면인건가'라는 경쾌한 노래부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OST였던 서정적인 노래 '소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한다. 여성 보컬리스트로서 굉장한 재능을 지닌 그녀는 그래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우리는 으레 그런 사람은 아쉬울 게 없다고 상상한다.
슬럼프 속 이수현
그런 그녀가 '악뮤' 4집 정규앨범 <개화>로 돌아왔다. 이후 방송에서 이수현은 오빠 이찬혁과 합숙 생활을 하면서 깊은 슬럼프에서 천천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왜 슬럼프에 빠졌을까? 솔직히 그녀가 활동을 적게 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뷰티 프로그램도 진행했었고, <비긴 어게인>이라는 핫한 음악 예능도 꽤 오랜 시간 고정으로 출연했다. 게다 개인 유튜브 방송도 했으니 어떻게 보면 이찬혁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유퀴즈에 출연한 악뮤 이수현. ⓒ tvN
여러 가지 개인적인 상황이 맞물렸겠지만, 나는 근본적 아이덴티티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음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빠인 이찬혁은 작사.작곡.프로듀싱.보컬까지 음악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찬혁이 솔로앨범을 내기 전, 이수현과 같은 무대에 설 때면 본인이 표출하고 싶은 율동을 하기도 했는데 그 당시의 사람들은 그의 돌발 행동을 '기인'처럼 여겼다. 하지만 그 기인같은 재능은 2025 청룡영화제 무대에서 폭발한다.
내가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그게 내가 되고자 하는 아이덴티티에 부합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신을 하찮게 여기게 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이수현이 가진 재능 1티어는 노래 실력이며, 음악 예능이나 다양한 예능에서 본인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프로그램과 조화를 이루는 점, 그리고 뷰티 프로그램 등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도 그 능력을 100% 발휘한다는 점에서 꽤 다재다능하다. 하지만 그건 자신을 기준으로 봤을 때일 뿐, 그 기준이 오빠인 이찬혁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 프로그램 <강호동네 서점>에서 이수현은 본인의 지분이 50%라고 생각했지만, 이찬혁이 군대에 가고 나서 작곡과 프로듀싱을 하려고 보니 어려움을 느꼈고, 자신의 지분은 10% 정도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음악인에 대한 아이덴티티는 이러한 것들이 모여 흔들렸을 것이다.
오빠인 이찬혁은 남들이 뭐라하든 자신의 음악가적 길을 구축했는데 이수현은 보컬리스트로만 존재하는 것이 부족하다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도 오빠처럼 작곡.작사.프로듀싱에 능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아이덴티티에 대한 의문. 악뮤라는 그룹에서 오빠의 존재가 커질수록 자신의 존재가 작아지는 것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존재론적 의문은 삶에 대한 의미나 재미, 기대감을 앗아갔고 그건 폭식으로 이어졌다. 그런 그녀를 위해 이찬혁이 만든 '낙하'라는 노래는 이수현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찬역은 악뮤의 이수현이 아닌, 사람 이수현을 살리기 위해 정신개조 훈련에 돌입한다.
이수현은 운동을 통해 다이어트를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날씬해지기 위함이기보다 자긍심을 되찾기 위함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건강한 모습이 내적인 건강함을 동반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고 기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어려운 길보다 쉬운 길을 택하는 요즘이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뺄 수 있는 살. 하지만 자긍심 없이 뺀 살은 요요로 되돌아올 확률이 높다. 살이 언제 또 찔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 영감의샘터
이번 악뮤 4집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는 그런 의미에서 보는 이들에게 더욱 편안함을 준다. 보헤미안 스타일 원피스와 레이스 조끼 가디건, 굵은 히피펌 헤어의 이수현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부정적 자기검열에서 한껏 자유로워진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노래는 다소 느린 템포에 이수현의 고음이 섞이지 않은 편안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면서도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그게 이찬혁이 이수현을 보며, 이수현이 슬럼프를 지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수현의 날씬해진 모습이 자긍심을 잃지 않는 다이어트로 화제가 되길 바란다. 지금의 10대, 20대들에겐 무엇보다 그런 가치가 필요하다. 나를 사랑하는 게 가장 먼저인.
이수현은 악뮤에서 자신의 지분이 10%라고 생각했지만, 작사.작곡.프로듀싱을 이찬혁이 했어도 보컬이 없으면 그 노래는 0일 수밖에 없다. 고로 이수현의 존재는 악뮤를 100%로 만드는 요소이며 그렇기에 우리의 관점은 지분이 아닌 완전성을 향해야 한다. 악뮤가 완전히 악뮤로 존재하려면 100%의 이수현과 100%의 이찬혁이 만나야지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의 음색은 이찬혁의 곡을 소화해내기에 독보적이며 그런 점에서 그녀가 자신의 재능을 과소평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는 충분히 사람들에게 목소리로 '따뜻한 스프와 고기'를 내어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