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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명상숲' 입구전주 시민의 마음 휴식과 치유의 공간 ⓒ 최승우
거리 곳곳에 피어난 하얀 목련과 노란 개나리, '순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벚꽃으로 눈과 마음이 즐겁다.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완산칠봉에도 산벚꽃이 봄꽃 잔치에 동참해 봄소식을 알린다. 야트막한 일곱 개의 봉우리가 이어진 완산칠봉은 도심 가까이 위치해 누구나 쉽게 찾는다. 은퇴 후에도 봉사 활동과 노인 일자리 근무로 서로 바쁜 우리 부부는 주말에나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등산과 트래킹을 좋아해서 근교 산행을 즐겨한다.
"완산 칠봉에 명상 숲이 생겼는데 한 번 가보면 어떨까?"
어느 주말 아침, 아내의 권유로 '평화명상숲'을 방문했다. 원불교도인 아내에게 '평화명상숲'은 남다른 공간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완산칠봉의 1봉과 2봉 사이에 조성된 '평화명상숲' 입구에 들어서면 '전주 시민의 마음 휴식과 치유를 위하여 원불교평화교당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완산구청과 함께 조성하였습니다(2025년 11월 11일)'라는 안내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평화명상숲'은 종교단체와 전주시의 협업으로 출발하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봉사로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공간을 정리하고 시설물을 설치하는 일은 전주시의 도움으로 가능했으나, 명상을 위한 작은 길을 내고 나무 의자와 주변 정리 등은 원불교 교도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평화명상숲' 1솟대와 마음의 창 ⓒ 최승우
'평화명상숲'에 들어서면 '사람과 하늘을 이어준다'라는 솟대가 우리를 반긴다. 6개의 원형 구조물을 지나면 소나무와 어우러진 야외 테크가 있다. 아래쪽으로는 나무 의자와 마음의 창이 자리한다. 네모반듯한 마음의 창에 어떤 그림이 담길까? 타고난 순수한 본성이 마음의 창을 가득 메우면 좋으련만. 내 마음의 창은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려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으로 가득하다.
나무 테크 위쪽으로 나무 의자가 놓여있고 마음의 신호등이 보인다. 빨강, 주황, 초록 각각의 색깔이 의미하는 정지, 변경 예고, 진행을 마음 작용에 연결한 것으로 짐작한다. 나를 정지시키는 것, 움직이게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여러 시설물을 지나다 보면 명상의 길이 나온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속담과 같이 정성을 들인 시민의 노력은 예상하지 못한 보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약 800m의 평탄한 길은 평화명상숲 가까이 살고 있는 주민의 도움으로 원래 예정했던 길보다 훨씬 길고 넓어졌다.
평화명상숲 곳곳에는 원불교 교도들의 노력으로 맥문동이 심어져 7~8월이 되면 보라색 꽃이 지상을 물들일 것이고, 시민의 기부로 심어진 200여 그루의 편백나무는 신선한 공기를 제공할 것이다. 종교단체의 부지와 전주시의 재정 지원으로 만든 의미 있는 공간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인근 주민의 도덕적 행동으로 이어진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졌다.

▲'평화명상숲' 2혼자 걷는 길 ⓒ 최승우
현대 과학·기술 문명은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왔으나,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은 물질적 성취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며, 상대적으로 인간의 정신적 측면과 사회적 가치를 소홀히 한다.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 서로가 경쟁하고, 끊임없는 소비를 통해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외적 가치의 충족에 혈안이다.
물질적 풍요에 비해 정신적 빈곤을 겪는 현대인은 치유하기 힘든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번지르르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은 한없이 피폐해 있다. 이를 증명하듯 층간 소음, 주차 문제 등 삶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시비가 발생하고 이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사건과 사고는 한 개인의 특별한 상황과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문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분노로 가득하고 개인과 사회는 늘 불안하다. 최근에는 무한 경쟁의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롭고 평온한 일상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명상을 통한 본래의 마음을 찾고자 하는 마음공부가 시선을 끌고 있다.
명상이란 한자 어원으로'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한다'를 뜻한다. 현대적 의미는 '판단하지 않고 현재 경험을 알아차리는 훈련'으로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의 선한 의지로 만들어진 '평화명상숲'은 단순한 쉼의 공간을 넘어, 마음 교육 전문가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명상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평화명상숲' 3생각하는 의자와 마음의 신호등 ⓒ 최승우
마음 여행 명상, 감사 명상, 맑은 선 명상, 온 마음 걷기 명상. 4개의 프로그램을 요일별로 운영한다. 대상은 어린이, 청소년, 어른,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 명상을 원하는 사람이면 모두에게 열려있다. 모든 프로그램의 소요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이며, 좀 더 자세한 사항은 포털 사이트에서 '평화명상숲'을 찾아보면 도움받을 수 있다.
현대인은 경주마의 눈가리개를 쓴 채 불가능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눈앞의 상황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파악하지 못하는 터널 시야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 눈가리개를 벗고 내 발아래와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 잠시의 멈춤과 알아차림을 통해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해야 한다. 내면적 가치의 추구와 내 마음의 작용을 알아차릴 때 인간은 행복에 다다르지 않을까? 작은 깨침과 실천이 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원불교평화교당과 전주시, 그리고 선량한 시민이 마음의 쉼터인 '평화명상숲'을 열어 놓았다. 모든 것은 마음의 작용이다. 마음 관찰과 알아차림, 그리고 자기 확언을 통해 원래의 맑고 밝은 마음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우리 모두 마음공부를 통해 평화롭고 행복한 삶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