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백 년 동안 이어지는 전쟁
- 김주대
산소 호흡기를 쓴 노인이 머리를 감싸 쥐고 폭탄 피하는 듯이 엎드리며 출입구를 쳐다본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살아 있는 것이어서 백 년 동안 노인에게로 오고 있는 중이다 원자 폭탄이 떨어져 일본은 곧 망할 끼다 징용 간 아부지가 돈 한 보따리 들고 탕 나타날 끼다 혼잣말을 하기 시작한 노인은 평생을 기다리다 참을 수 없었던 만 91년 만에 일본과의 전쟁에 돌입한 모양이다 오지 않은 사람은 지금도 오고 있는 중이어서 일본에 원자 폭탄을 퍼부으며 탕탕 문을 열고 나타날 끼다 노인은 병사처럼 빠르게 엎드리며 출입구를 바라본다
출처_시집 <모든 흔들리는 눈망울 위에>, 걷는사람, 2026
시인_김주대: 1991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도화동 사십계단> <꽃이 너를 지운다> <그리움의 넓이>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모든 흔들리는 눈망울 위에>가 있다.

▲백 년 동안 노인에게로 오고 있는 중이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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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서대전 형무소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했고 시신조차 찾지 못한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오고 있는 할아버지를 기다리셨다. 일제강점기에 징용간 우리네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났는데도 돌아오지 못했고 아흔이 넘은 자식은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슬픔이 지속된다면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전쟁의 상흔은 이토록 질기게 아프다. 또 다른 백 년 동안 이어질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전쟁을 멈출 수는 없는 건지. 더 이상 산소 호흡기를 끼고도 기다리다 참을 수 없어 전쟁에 돌입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 아버지 이야기며 전쟁을 겪은 사람들 이야기며 세계의 이야기이다. 전쟁은 피해자와 피해자만 낳는다. (이지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