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 페미연대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 페미연대
지난 4월 5일 일요일, 용산역과 건대입구역에서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이하 '페미연대')는 10년 전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기억하고 반복되는 여성폭력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했다. 그 중,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가 돋보였다.
'여성폭력 해결하라'는 외침, 왜곡과 낙인으로 돌아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에서 발언중인 참가자 ⓒ 페미연대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이다경(서페대연 동북부지회장)은 2020년 대학 입학 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디지털 성착취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논란이 이어지던 시기, 그는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돈이 되고 유흥거리가 되는 현실에 깊은 절망을 느꼈다. 문제의식을 드러낼수록 '페미니스트'라는 낙인과 조롱이 따라붙는 분위기 역시 그를 위축시켰다.
한때는 여성혐오적 유머를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던 자신이기도 했지만, 페미니즘 동아리 활동과 성찰을 거치며 그는 변했다. 그리고 '강남역' 이후 10년, 이날 그는 자신의 학교 바로 앞 건대입구역에서 "나 역시 바뀔 수 있었기에 사회도 바뀔 수 있다"며,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자고 외쳤다.
강남역 이후 10년, 여성폭력 여전히 과제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에서 발언중인 참가자 ⓒ 페미연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에서 발언중인 참가자 ⓒ 페미연대
한편, 여성들은 '강남역'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여성 폭력의 심각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신옥진 동서울시민의힘 집행위원장은 "10대에는 성희롱을 무던한 척 넘겨야 했고, 30대에는 귀갓길마다 긴장해야 했다"라며 여성의 일상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동서울여성회 회장 이나리씨도 건대입구에서 여성 1인가구 안심조례 서명을 받으며 만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귀갓길이 불안한 청년들,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1인 가구 여성들, 만남과 이별조차 두려워해야 하는 현실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성차별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여성이 혼자 살아도 안전한 사회, 밤길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함께 싸우고 행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 페미연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에서 발언중인 참가자 ⓒ 페미연대
"강남역은 '주머니 속 볼펜 하나' 그 이상의 필요성 느끼게 한 사건"
오전에도 용산역에서 여성들이 모여 이와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용산시민연대 정은주 운영위원은 한때 볼펜 하나를 주머니에 꼭 넣고 다니곤 했다. 길을 가다가 이유없이 "죽여버리겠다"며 누군가에게 발길에 채인 경험 이후로, 지니게 된 나름의 안전 장치였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개인적 대비로는 불안과 위험을 해결할 수 없으며, "여성 폭력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고 말했다. 10년 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던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의 안전이 당연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거리에 섰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에서 발언중인 참가자 ⓒ 페미연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에서 발언중인 참가자 ⓒ 페미연대
용산여성회 윤은미 준비위원장도 발언을 통해 "50대가 된 지금도 엄마와 전화를 끊을 때가 되면 항상 '일찍 일찍 다니라'는 말을 듣는다"라며 "하루도 빠짐없이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에 놓이고 있지만, 국가는 이를 재난처럼 대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지 않는 사회, 두려움 없이 귀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고래이야기작은도서관 용은중 운영위원, 서페대연 강나연 운영위원도 이날 발언을 통해 각각 자녀와 20대 대학생 처지에서 성차별 현실을 말하며, 세대가 바뀌어도 여성의 일상이 위험 속에 놓인 현실을 고발했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5월 17일 강남역에서 만나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이날 용산과 광진에서는 300여 명의 여성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는 여성선언 -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에 함께해주었다. 여성 폭력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의 처절한 외침이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와 이어지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강남역, 다시! 추모를 넘어 행동으로!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 페미연대
페미연대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행동,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 공동행동,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이 주축이 되고 50여 단체 및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는 여성선언 -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참여자를 모집 중이며, 현재까지 24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전국 순회 여성 폭력 다이인은 서울을 넘어 4월 11일(토) 강원도 춘천을 시작으로 경기, 대전, 대구, 목포, 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총 19회에 걸쳐 이어진다. 오는 5월 17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에는 강남역에서 추모행동을 개최하고 여성 선언 결과를 발표하며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