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수연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교사노조연맹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교사들의 정치기본권 보장 요구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정치기본권이 없는 교사가 ‘입틀막(입 틀어막기)’을 당하니까 지금 학생들이 살아있는 시민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교사의 정당 가입을 막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교권이 바로 서서 어떤 학생이 수업 방해를 할 때 이를 막을 수 있어야 나머지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되거든요. 그렇지 못하니까 수업이 자꾸 정지되죠."
교사노조연맹 송수연(44) 제4대 위원장은 "교권이 바로 서지 못하니까 많은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정치기본권이 없는 교사가 '입틀막(입 틀어막기)'을 당하니까 지금 학생들이 살아있는 시민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사노조연맹이 주장해 온 교권 보호와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이 학생에게 어떤 이익이 되겠느냐?'라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을 받고서 내놓은 답이다.
"교권 바로 서지 못하니까 많은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
송 위원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때는 지난 1일. 지난 3월 1일 취임한 송 위원장이 업무를 시작한 뒤 딱 한 달째 되는 날이다. 교사노조연맹은 전체 조합원이 13만 명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최대 교원단체다.
송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경기교사노조 위원장과 함께 교사노조연맹 교원 정치기본권 회복위원장을 맡았다. 중등 가정과 교사로 2006년부터 일해온 그는 올해 교사 20년 차를 맞았다.
송 위원장은 올해 ▲무고성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 ▲교사의 정당 가입 허용 등 정치기본권 보장 ▲국가교육위원회 안에 현직 교사 위원 과반 참여 법제화 등 3대 요구를 내걸었다. 이 요구에 대해 일부에서는 "너무 교사 권익만 추구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송 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송 위원장과 인터뷰는 지난 1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서울 여의도 교사노조연맹 사무실 등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두 당에 당원가입서 냈는데, 연락 왔나?"라고 물었더니...

▲교사노동조합연맹 송수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찾아 교사의 정당 가입 허용 등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정당 가입 신청서를 박홍배 의원에게 제출하고 있다. ⓒ 유성호

▲교사노동조합연맹 송수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교사의 정당 가입 허용 등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정당 가입 신청서를 당 관계자에게 제출하고 있다. ⓒ 유성호
- 지난 3월 4일, 임원진과 함께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를 직접 방문해 당원 가입서를 냈는데, 두 당에서 연락이 왔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두 당에서 신청서 받을 때 현직 교사이기 때문에 접수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짐작한다."
- 그래도 민주당에서는 연락이 온 셈이지 않나?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다. 당원 가입서 건은 아니지만... 지난 3월 20일에 민주당 교원정치기본권TF 회의에 오라고 해서 참석했다. 우리 단체 포함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3개 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 이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이 있나?
"우선, 교원 3단체는 모두 '교원의 정당 가입'과 '피선거권 보장'에 대해 한목소리로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 그런데 민주당은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법을 6월 지방선거 이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인 건가?
"실망스럽지만 그렇다. 지난해에도 민주당은 당대표가 '연내에 통과시키겠다'라고 했는데... 솔직히 실망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니까."
- 그럼 올해 안에는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인가?
"TF에 소속되어 있는 여당 국회의원들도 올해 안 통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당연히 올해 안에 통과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송수연 "교사 정치기본권 주면 교실 세뇌?... 선진국 보면 틀린 주장"
유성호
- 송 위원장은 지난 3월 24일에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다. 이때 대통령이 '정치기본권을 위해 교원노조들이 국민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활동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는데.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일부 국회의원도 '교사들이 아이들 세뇌하는 것 아니냐'라고 오해하지 않나. 국민분께 설명해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지난해엔 교사노조가 이에 대해 버스 광고를 했는데, 올해도 대국민 홍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완전한 공감대 형성이란 불가능하다는 걸 역사가 증명하지 않나. 여성에게 참정권을 줄 때도 '그래선 안 된다'라는 반대가 많았다.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주는 것은 옳은 일이기 때문에 해 나가야 하는 일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교사의 정당 가입을 막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 국민의힘이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주면 교실이 세뇌 정치판이 되어 학교가 망할 것'이란 취지로 말하지 않았나.
"그런 논리라면 OECD 선진국들 교육이 다 망해야 한다. 다 교실이 정치판이 되어야 한다. 이들 나라 교사들은 학생들을 다 세뇌해야 한다. 이들 나라의 상황이 그런 주장이 잘못된 것이란 점을 잘 증명해 주고 있지 않나?"
- 청년층의 투표율이 비교적 낮고, 극우·극좌, 혐오 논란도 있다.
"우리나라는 교육 선진국과 달리 학교 안에서 모의투표도 못 한다. 정치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정치기본권이 없는 교사들이 주저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교실 속에서 공정한 정치학습을 하는 게 아니라 유튜브의 편향된 알고리즘에 빠져들고 있다. 확증편향에 자꾸 빠지는 거다. 혐오 표현도 그런 곳에서 배운다."
"학생들이 편향된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지는 까닭은..."

▲송수연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교사노조연맹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교사들의 정치기본권 보장 요구와 이재명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교사가 지도하면 되지 않나?
"혐오 표현에 대해서도 선생님들이 지도를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게 민원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선생님이 정치적인 어떤 성향을 드러냈다'라는 민원이 실제로 들어 온다. 교과서에 있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가르쳤다고 민원을 받은 교사들도 있을 정도다."
- 교사들이 정치기본권을 갖게되면 학생과 학부모에겐 어떤 이익이 있나?
"교사에게 정치 기본권이 없으니까 실제로 학생들에게 지도해야 할 혐오 표현이나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적절한 지도를 할 수 없다. 심지어는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는 것에 대해 토론조차도 불가능하다. 성소수자 이런 부분에 대해 토론조차도 버거운 게 사실이다. 그러니 학생들이 큰 손해를 보는 셈이다. 살아있는 민주시민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가짜 시민교육만 받는 것이다."
- 정치적 권리가 없으니 교사들이 교육정책 법안도 못 만들고 있다.
"사실 저는 이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생생하게 알고 있는 교사들이 교육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제거되어 있다. 시도의회 의원이나 국회의원으로 참여할 수가 없다. 독일은 교사들의 국회의원 참여 비율이 20% 이상으로 전체 직업군 중에서 1~2등이다. 우리나라는 의원들 가운데 교사 출신이 거의 없다."
"교육정책에서도 교육감 정책 평가에서도 교사 '입틀막'"
- 당장 6월 3일에 시도 교육감 선거도 동시에 진행된다. 교사노조연맹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교육감 후보들을 상대로 정책질의 요구안을 만들려고 한다. 이 요구안을 통해 답변을 받더라도 교사들이나 교사단체는 평가할 수가 없다. 바로 선거법 위반 얘기가 나온다. 교육 당사자이자 전문가인 교사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대우를 받고 있다. 이런 게 바로 교사 '입틀막'이 아니고 무엇인가."
- 일부에서는 '교사노조연맹이 교권 등 교사 권익만 추구한다'고 지적한다
"교권 문제를 예로 든다면, 교권이 바로 서서 어떤 학생이 수업 방해를 할 때 교사가 이를 막을 수 있다면 나머지 학생들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학생은 계속해서 수업을 방해하고 선생님은 이 학생을 제지할 수 없으니까 그 시간 동안 수업은 정지된다. 이것은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상황이다. 교권이 바로 서지 못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형편에서 교사들은 소극적 교육활동을 하게 된다. 학생이 부적절한 행동을 해도 못 본 척 외면하는 게 지금 교사들을 보호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교권 등 교사 권익이 바로 서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다. 이것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
- 이와 관련, 더 하고 싶은 말은?
"노동조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가입 대상자인 노동자에 대한 권익을 좀 더 증진시키는 게 노조의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는 공익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사회적, 교육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소외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조합비의 일부를 적립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에 대해서는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란 말도 나온다.
"지난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교육에 어떤 변화가 있었냐'라고 한다면 딱히 없는 것 같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도 그렇고 대입제도에 대해서도, 사교육비에 대해서도 아우성이다. 대통령의 추진력이 교육 부분에서도 발휘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교육은 일부분만 미세하게 바꿔서는 바꿀 수가 없다."
-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교육 수장을 맡은 지 6개월이 흘렀다. 평가를 한다면?
"평가를 좀 하려면 뭔가가 있어야 평가가 가능하지 않은가? 그런데 최 장관이 임기를 시작하고 나서 뭔가를 추진한 것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너무 현상 유지만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최 장관만의 색을 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저는 최 장관이 좀 결단을 내려서 과감한 정책으로 현재의 교육을 수술했으면 좋겠다."
"'현상 유지' 교육부장관, 학대 상황에 결단 내려야"

▲송수연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과도한 입시 경쟁의 문제를 지적하며 교육·입시 구조와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유성호
- 최우선 수술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게 사실 굉장히 멀리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중학생인 저희 아이만 봐도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이들 학교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입시 구조와 노동시장 구조 자체도 바꿔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사교육도 잡고 사람도 살리는 길인데, 결단이 없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학부모님들이 '교사들을 믿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대부분의 민원은 '우리 애가 이런 거에서 좀 피해를 보지 않았을까'라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그런데 선생님들에게는 이 학생이나 저 학생이나 모두 다 우리 반 학생이다. 그러니까 교사가 어떤 행위를 했을 때, 학생이 부모님께 말해도 '선생님이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도 교사라는 직종이 학생들에게 가장 안전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믿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