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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07 09:09최종 업데이트 26.04.07 09:09

미정과 닮은 나의 20대를 추억하게 한 영화 <파반느>

자영업을 하다보면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도 퇴근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요즘처럼 전쟁과 주식 이야기로 꽉 찬 뉴스를 듣다보면 머리도 지끈 아파지고, 연달아 요 몇 주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도시락 매출을 떠올리며 살짝 우울해지려 할 때 말이다.

딸 아이가 영화관에 자주 갈 수 없는 내 형편을 알고 넷플릭스를 결재했다기에 무심코 보게 된 영화가 <파반느>이다. 처음엔 여주인공 얼굴이 너무 과장되게 못생기게 표현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영화 전체 분위기도 어둑하고, 전개도 심심하리만큼 느릿해서 그만 볼까하다가 끝까지 보게 되었다.

다 보고 난 뒤엔 여운이 깊게 남아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내가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는 몇 편 안 되는데 일주일 뒤 작정하고 오롯이 혼자 다시 보게 되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파반느 포스터
영화 파반느 포스터 ⓒ 임경화

나의 20대를 이야기 할까 한다. 내가 고3 되던 해 오랜 투병 끝에 친정아버지께서 천국으로 가셨다. 여러 이유로 꿈꿨던 대학은 뒤로 미루고 생계를 위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작은 설계 사무실에서 간단한 사무와 심부름을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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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여주인공 미정을 보면서 마치 그때의 나를 보는 듯하여 마음이 아팠다. 미정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백화점에 취직했다. 누구도 내게 화장하는 법이나 옷 입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남자들만 있는 설계 사무실에서 어정쩡한 화장과 뭔가 어색한 치마를 입은 내 모습이 미정과 닮았다.

느릿느릿. 그때 나의 세상은 느릿느릿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나답게 살 수 있을지 몰라서 한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았고 한치 앞도 알 수 없었다.

'파반느'는 16~17세기 유럽궁정에서 유행한 느리고 우아한 춤곡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미정은 마치 느린 춤을 추듯 천천히 조금씩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사랑도 일도 그녀는 변명하거나 싸우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20대 어설픈 데이트 장소도 클래식이 흐르는 '파반느'였다. 식탁보가 깔린 큼직한 테이블과 엔틱한 가구가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기억한다.

그러나 이제와 돌아보면 나의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간은 단연코 20대이다. 우울하고 어두웠던 20대 초반의 시간도 있었지만 20대에 일하면서 사장님 배려로 야간대학을 다녔고, 미정처럼 순수한 사랑도 했고 20대 후반에 결혼했다.

아버지같은 든든한 사장님을 만났고,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가는 귀한 믿음의 벗들도 만났다. 불안하고 막막한 현실에 빠지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내 삶 자체를 기꺼이 살아갔던 그 시절의 나 자신에게 고맙다.

영화에서는 어둠에서 빛으로, 우울에서 평안으로 옮겨가는 주인공 미정의 삶을 담담하게 그린다. 백화점 지하 컴컴한 공간에서 오로라가 펼쳐지는 아이슬란드까지 그렇게 미정도 나도 조금씩 행복해져갔다.

덧붙이는 글 | 개인 페이스북에도 실립니다


#쓰고뱉다#서꽃#행복한만찬#파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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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노래를 좋아하는 곧60의 아줌마. 부천에서 행복한만찬이라는 도시락가게를 운영중이다.남은 인생의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살았다고 소문날지를 고민하는 중이며 이왕이면 많은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행복한 미소를 글과 밥상으로 보여주고 싶어 쓰는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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