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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풀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문제적 행태를 생생히 담아냈다.
토끼풀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문제적 행태를 생생히 담아냈다. ⓒ 토끼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속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 작전은 잠시 언론의 관심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그러나 ICE의 단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불과 며칠 전인 3월 25일에도 ICE 구금시설에서 멕시코 이민자 한 명이 사망했다. 최근 3개월간 사망자는 14명으로, 지난해 전체 사망자 33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은 미국에 거주하는 17세 청소년 벤 루먼을 인터뷰해 ICE의 문제적 행태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해외 이슈를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호평 받아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청소년 언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헌법재판소에 신문법·잡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유찬·윤건우 기자, 문성호 편집장을 만나 ICE 문제와 청소년 언론의 헌법소원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DM 한 통에서 시작된 인터뷰

- 이유찬 기자는 윤건우 기자가 보내온 영상 속 벤 루먼에게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락했는데, 인터뷰에 응할 거라 예상했나.

이유찬 기자 : "반반이었다. 벤도 전문가나 기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청소년이니까 답장이 올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벤이 '저녁 시간에 가능하다'고 답해왔고, 그걸 보고 '전화 인터뷰를 하자는 의미구나'라고 느꼈다. 그때부터 긴장되고 설레기도 했고, 무엇보다 인터뷰를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 윤건우 기자는 인터뷰 성사를 예상했나.

윤건우 기자 : "전혀 아니었다. ICE 관련 기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이유찬 기자에게) 영상을 보내줬을 뿐이다. 그런데 이 기자가 '인터뷰했고 정리 중'이라고 하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인터뷰 시도조차 예상하지 못했다.(웃음)"

문성호 편집장 :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면 미리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항상 갑자기 결과물을 들고 온다. 이번에도 이란 언론인을 인터뷰한 기자들이 아무 말도 안 해서 놀랐다.(웃음)"

윤건우 기자 : "덕분에 상도 받은 것 아니겠나.(웃음)"

 이유찬·윤건우 기자, 문성호 편집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유찬·윤건우 기자, 문성호 편집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유찬 : "벤이 백인 공동체가 이민자 공동체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백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니 트럼프 정부의 단속에도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백인인 벤이 이를 지적하는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벤은 '없어져야 할 백인의 특권을 이용해 옳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특권은 사라져야 하지만, 그 특권을 활용해 부당함에 맞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벤이 ICE를 추적하며 '최루탄은 7번 정도 맞았고 후추 스프레이는 셀 수 없이 맞았다'고도 말했다. 나와 같은 10대라는 점에서 큰 충격이었다."

분노에서 문제의식으로, 팩트 너머를 담으려 한 이유

- 이번 보도에 감정을 담은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찬 : "기사 작성 전부터 ICE 단속에 대해 인간적인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기존 한국 언론 보도는 'ICE가 몇 명을 체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다'처럼 사실 전달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느꼈다. 이번 사건은 가족이 추방되고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사실상 납치되듯 체포되는 등 인간적인 비극이 분명하다. 그래서 단순한 팩트 나열이 아니라 맥락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진정한 객관이라고 판단했다."

- 인터뷰 이후 이민자 단속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었나.

이유찬 : "인터뷰 전에는 단속에도 일정한 기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벤은 'ICE가 버스정류장에서 유색인종을 보면 일단 체포한 뒤 신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큰 충격이었다. 기사 작성 과정에서 오바마 정부 시기에는 구금자의 91%가 범죄 전과자였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약 5%에 불과하다는 점도 알게 됐다. 왜 이렇게까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며 단속을 지속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유찬 : "한국도 이민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처럼 이민자에 대한 적개심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라는 인식이 강해 더 보수적인 시각이 형성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이민자 정책과 인식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아니다'라는 제도에 맞서다

- 헌법소원을 청구한 계기는 무엇인가.

문성호 : "최근 토끼풀이 이슈가 되면서 후원자가 늘었고, 신문을 보내야 할 곳도 많아졌다. 후원자, 학교, 교육 관련 공동체, 마을 공동체, 학생 등으로 배포처가 확대되면서 한 달 우편료만 60만 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정기간행물로 등록하면 우편료를 50% 절감할 수 있다. 매달 30만 원씩 절약된다고 보면, 2년이 채 되기 전에 헌법소원 청구에 필요한 소송비용 550만 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겠다는 점이 첫 번째 계기였다. 또 정기간행물법에 따르면 미신고 간행물 발행인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550만 원을 들여 소송을 하는 것이 2천만 원 벌금을 내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징역형은 피하고 싶었다."

윤건우 : "사법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웃음)"

문성호 : "자칫 영화에서만 보던 소년심판을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나.(웃음) 앞날이 창창한 17살 고등학생으로서 경찰 조사나 재판을 겪고 싶지 않다는 점도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유 중 하나다."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은 헌법재판소에 신문법·잡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은 헌법재판소에 신문법·잡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 토끼풀

- 뭐하러 헌법소원까지 청구하느냐는 시선은 없었나.

문성호 : "그런 반응은 없었다. 당장 우편료를 절감하고, 미신고 간행물 발행인으로 처벌받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헌법소원이 인용된다면 청소년 언론의 활동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우편료 절감 효과도 지속된다. 경제적·사회적 의미 모두 크다. 또 청소년 언론이 경제적으로 가장 여유로운 시기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적절한 시점 아닐까."

- 언론으로 인정받지 못해 겪는 어려움은.

문성호 : "학생이라는 이유로 선거 보도를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교육감 선거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 관련 기사를 쓸 수 없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보도와 토론회 개최는 언론만 가능하다. 좌담회나 간담회도 언론이거나 성인이 절반 이상인 단체여야 한다. 민언련 시상식에 참석한 성인 언론인들 중 교육감 선거의 영향을 우리만큼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보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 12·3 내란 당시 포고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김정환 변호사가 법률대리인이다. 반응은 어땠나.

문성호 : "상황을 설명드리자 '이 사건은 승소할 경우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 소송'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미성년자들이 제기한 소송이고, 비법인사단이 제기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법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해 주셨다. 소송비용 550만 원 역시 상당히 낮춰서 책정해주신 금액이다."

*비법인사단 :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 사단법인의 실체(구성원, 목적, 총회 등)는 갖췄으나 설립등기를 하지 않아 법인격이 없는 단체를 말함.

왜 신문이고, 왜 청소년 언론인가

- 최근 토끼풀이 유명세를 타며 '기특하다'는 시선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문성호 : "오히려 그 시선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본다. 언론이 청소년에게 단순히 '기특하다'는 평가만 할 뿐, 실제로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 틈을 이용해서라도 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언론이 왜 청소년을 그런 시선으로만 바라보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윤건우 : "벤 루먼이 백인의 특권을 활용해 문제에 대응한다고 했듯, 청소년도 주어진 시선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특하게 봐준다면 감사할 일이다."

이유찬 : "현실적으로 그 시선을 단번에 깨기는 어렵다. 결국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보도를 통해 '청소년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평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신문은 더 이상 주류언론이 아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문을 발행하는 이유는.

문성호 : "가장 제작하기 쉬운 매체라고 본다. 영상 콘텐츠는 제작에 많은 시간이 들지만, 기사는 비교적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종이신문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읽는다. 좋은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 된다."

윤건우 : "초기 토끼풀은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배포됐다. 인터넷 기사보다 직접 전달되는 신문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학생들이 수업 중이나 쉬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접하기 때문이다."

문성호 : "온라인 매체였다면 아예 접속하지 않았을 학생들도, 신문을 건네면 최소한 제목이라도 읽는다. 제작비용도 낮다. 16면 올 컬러 신문이 한 부당 300원 수준이다. 효율적인 정보 전달 수단이라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성호 : "댓글을 보면 '미성년자는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언론을 만들지 못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다.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토끼풀도 비법인사단으로서 일정한 법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책임능력이 없다고 보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도 청소년의 정기간행물 발행인 등록을 제한하는 현행 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논리는 신문 발행 권리가 일시적으로 유보될 뿐, 만 19세가 지나면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소년일 때만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가 지금 청소년이기 때문에 미국에 있는 또래 청소년을 인터뷰해 ICE의 문제를 기사에 담아낼 수 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보도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한 만큼, '미성년자는 판단 능력이나 결정 능력,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할 능력이 부족할 개연성이 높다'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논리가 이번 기회를 통해 깨지기를 기대한다."

이유찬 : "앞으로도 벤 루먼과 같은 해외 청소년들과의 인터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이를 통해 청소년이 언제나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는 사실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사회도 청소년을 더욱 인정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윤건우 : "미성년자가 신문을 발행할 수 없다는 비합리적인 법 조항이 지금까지 유지돼 온 것은, 청소년이 직접 언론을 만들어 사회적 영향을 끼친 사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토끼풀의 활동은 청소년 언론의 선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그 가치를 증명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의미 있고 보람을 느낀다."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17세 소년, 최루탄 맞아가며 ICE 맞선다’가 2026년 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17세 소년, 최루탄 맞아가며 ICE 맞선다’가 2026년 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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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토끼풀#청소년#헌법소원#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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