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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번 5월 1일은 병원 문 닫나요?"
환자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달력을 보니 5월 1일 노동절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검은색 숫자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공무원과 교사를 포함한 전 국민이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20여 년 넘게 병원 현장을 지켜온 나에게 '노동절이 쉬는 날'이라는 인지는 그 자체로 생경한 충격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동안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늘 뒷전이었던 휴식... '노동자'를 일깨운 신호
간호사로 살아온 지난 세월, 나에게 달력의 색깔은 큰 의미가 없었다. 3교대 근무를 하던 시절, 나의 인생은 매달 중순쯤 게시판에 붙는 '근무표'에 맞춰졌다. 남들이 다 쉬는 명절이나 성탄절, 심지어 내 생일조차 근무표에 'N(나이트)'이나 'E(이브닝)'가 적혀 있으면 그날은 일하는 날이었다.
빨간 날에 쉬는 친구들의 약속을 거절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가족들의 모임에 뒤늦게 퇴근해 잠든 얼굴을 보는 것이 익숙했다. 법정 공휴일의 개념도, 주말의 여유도 없이 오로지 한 달짜리 종이 한 장에 내 삶을 저당 잡힌 채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보다는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속에 휴식은 늘 뒷전이었다.
병동을 떠나 외래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비로소 세상의 속도와 조금씩 발을 맞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노동절, 전 국민이 함께 쉰다는 소식은 나에게 단순한 하루의 휴가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그동안 '법정 공휴일'이라는 보편적인 권리에서 얼마나 비껴나 있었는지, 그리고 묵묵히 병실을 지키는 수많은 간호사가 여전히 달력의 색깔과 상관없이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아프게 다가왔다. 이번 노동절이 나에게 선사하는 '붉은 휴식'은, 나 역시 정당한 휴식을 누려야 할 '노동자'임을 일깨워준 소중한 신호였다.
물론 내가 쉴 때도 누군가는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노동절이 공휴일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의료 현장이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연히 일해야 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노동절의 휴식은 나에게 묻는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는가. 그리고 우리의 희생이 '당연함'이라는 이름으로 박제 되어 온 것은 아닌가.
올해 5월 1일, 나에게 찾아온 첫 번째 '법정' 노동절 휴식은 그 어떤 휴가보다 뜨겁고 붉다. 이 붉은 휴식이 나를 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근무표 한 장에 자신의 삶을 욱여넣고 있을 모든 간호사에게 언젠가 평등하게 가닿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