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과 울산.
지리적으로는 큰 연관을 찾기 어려운 두 도시가 이번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전략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두 지역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등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치열한 지략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두 지역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요약된다.
'민주당은 울산시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회의원 1석이 걸린 평택을을 포기할 수 있을까.'
4파전 양상의 울산... 민주당이 이기려면 단일화는 필수

▲6일 오전 울산광역시 신정동에 위치한 신정시장 일대 ⓒ 전선정
먼저 울산시장 선거 상황을 보면 구도는 4파전 양상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상욱 의원(울산 남구갑)을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했고, 국민의힘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두겸 현 울산시장을 단수 공천했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배제된 박맹우 전 울산시장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진보당에선 김종훈 전 울산 동구청장이 후보로 나섰다.
울산은 역대 선거에서 전반적으로 강한 보수 성향을 보여왔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시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5곳을 모두 민주당 후보가 휩쓸었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선 시장과 기초단체장 4곳을 국민의힘이 탈환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자동차 및 조선 제조업 노동자가 밀집해 진보당 지지세가 강한 울산 동구만 김종훈 전 청장이 살아남는 등 최근 선거에선 양당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울산시장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는 진보당과의 단일화가 필수다. 이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나타난다. 진보당 후보로 나선 김종훈 전 동구청장이 노동계 지지를 바탕으로 두자릿수 이상 지지율을 기록하는 존재감을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1월 16~17일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울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3자 대결에선 김두겸 41.1%, 김상욱 32.4%, 김종훈 12.6%로 집계됐다. 특히 민주당·진보당 단일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 양자 대결에선 단일 후보 47.0%, 국민의힘 후보 40.6%로 나타났다(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1%p).
현재 김상욱·김종훈 후보도 모두 국민의힘 후보인 김두겸 현 시장을 이기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상욱 후보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단일화가 안 되면 국민의힘을 이길 수 없다"라고 말했고, 김종훈 후보는 "내란 청산과 민주 질서 회복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 세력과 함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으로서는 김상욱 후보가 김종훈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고 보수 쪽은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이지만 문제는 단일화 티켓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보당의 단일화 셈법

▲지난 3월 17일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공약 발표 기자회견 ⓒ 김재연선본

▲김종훈 진보당 울산시장 후보가 지난 3월 3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김종훈
현재 진보당은 이번 선거에서 평택을에 출마한 김재연 상임대표의 당선을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두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4석인 국회 의석을 5석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진보당은 김재연 상임대표 출마 선언 전후 단일화 사전 작업 중 하나로 이번 평택을 재선거가 민주당 귀책 사유로 치러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민주당의 무공천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재연 대표는 앞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재보궐선거를 통해 반드시 당선자를 만들어 5석 이상 의석을 갖는 진보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수 정당인 진보당이 거대 여당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쓸 지렛대는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다. 민주당도 국민의힘 지지층 결집에 맞서 승리하려면 후보 단일화가 필수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진보당은 울산시장 단일화를 조건으로 평택을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김종훈 후보가 꾸준히 두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달리 민주당으로서도 울산에서만큼은 진보당의 존재를 무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재연 대표가 평택을 후보 적합도에서 선두권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난 3월 30~31일 평택시민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평택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전화자동응답(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택을 재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9명 가운데 오세호 민주당 전 평택을 지역위원장이 13.1%의 후보 적합도를 보였고,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12.5%로 그 뒤를 이었다(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3.5%p).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당이 김재연 대표 당선을 위해 '평택을 범여권 단일 후보'를 목표로 선거연대에 배수진을 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두 지역을 놓고 전략적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진보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울산만 어떻게 하고, 평택만 어떻게 하고 이런 건 없다"라며 "그런 식의 선거 연대는 안 할 생각"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평택을 후보를 전략공천하면 그 순간 (진보당과의 선거 연대는) 끝"이라며 "그땐 (민주당에서) 협상을 요구해도 응하지 않을 것이고 규탄 입장을 내고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을과 울산의 연계를 통한 선거 연대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민주당의 단일화 셈법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3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민주당은 이러한 '평택을 양보론'에 현재까진 선을 긋고 있다. 아직 당내 정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울산시장 단일화 문제는 울산 내 국회의원 보궐선거 및 기초단체장 선거 후보들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하다.
김상욱 후보가 울산시장 후보 등록을 위해 오는 4월 30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치러질 울산 남구갑 보궐선거 자리나 울산 지역 내 기초단체장 자리를 진보당에 양보하고 울산시장 단일화를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진보당과의 연대·연합 문제가 풀려야 한다"라면서도 그 방법론으로는 "울산의 구청장이나 (김상욱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생길) 국회의원 자리를 갖고 논의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진보당에 평택을을 양보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진보당의) 욕심"이라며 "울산 내에서 조정하면 모르겠는데 거기까지 나가면 민주당이 쉽게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울산에선 진보당이 가장 큰 변수"라고 인정하면서도 "평택을에 김재연 대표가 나간다고 해도 (당선이) 안 된다"라며 울산과 평택을 연계 협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진보당의 방침이 확고한 만큼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중앙당 차원에서 당 대 당 협상으로 선거 연대 방식을 정할지, 지역별로 후보들에게 맡겨 놓을지 전략적 판단을 곧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이 구상하고 있는 협상 전략상, 평택을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울산시장 단일화는 후보들 간의 문제로 남겨져서 사실상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현재까진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울산과 평택을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최근 통화에서 "울산 지형에선 (민주당과 진보당이) 단일화를 안 하고 각기 나가면 국민의힘이 (당선)된다"라면서도 "(울산과 평택의) 연동은 아직 논의한 바가 없고 고려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도 "(울산과 평택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데 (평택을 진보당에 양보하면) 누가 동의하고 승복하겠나"라며 "선거연대는 광역별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데드라인은 4월 중순... 답답함 호소하는 김상욱 "지도부 결정에 달려"

▲김상욱 의원이 지난 3월 7일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당원 초청 출마예정자 비전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상욱 제공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김상욱 후보도 당 차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 후보는 진보당은 울산 지역 안에서 그치는 단일화는 없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중앙당이 나서 상황을 정리해 줄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집결하면 힘이 대단하기 때문에 (민주당과 진보당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는 선거"라며 "단일화의 핵심은 양당 중앙당에서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진보당과 민주당 지도부 결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진보당은 단일화 협상의 마감 시한을 4월 중순으로 보고 있다. 진보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선거 연대가) 정리되기 전에 진보당과 논의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고 이런 여러 사정 때문에 아직 논의가 불붙진 않은 상태"라며 "늦어도 4월 중순까진 (단일화 여부가) 결정돼야 하니 4월 둘째 주가 되면 가닥을 잡아가기 시작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서 언급된 뉴스토마토 여론조사는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사용했다. 응답률은 6.4%다. 2025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권역별 가중값(셀가중)을 부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평택시민신문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한 전화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사용했다. 응답률은 6.1%다. 2026년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셀가중)을 부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