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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많은 것이 흔들렸다. 유가가 치솟고, 물가가 들썩이며, '경제 위기'라는 말이 일상이 됐다. 그런데 이 사태가 만든 뜻밖의 효과가 하나 있다. 온 국민이 '나프타'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이다.

원유에서 뽑아내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가 부족해지면서, 종량제 봉투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쓰레기를 버릴 봉투가 부족할 수 있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졌고, 사람들은 그제야 쓰레기 봉투 하나가 석유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정치권은 곧바로 "불편 없도록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이 약속을 듣는 순간 자연스럽게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배달을 시키면 종량제 봉투를 함께 넣어주는 가게들이다. "분리수거 필요 없이 한 번에 버리세요"라는 문장이, 어떤 곳에서는 배려이자 센스로 받아들여진다. 정치권의 약속과 배달 가게의 서비스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버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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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는 본래 합리적인 제도다. 버린 만큼 비용을 내게 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효과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버리는 비용이 여전히 싸기 때문이다.

소비는 점점 더 편해지고, 포장은 과해지는데, 그 처리 비용은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누구라도 고민하지 않고 그냥 버리는 쪽을 택하게 된다. 분리배출을 조금 더 신경 쓰기보다는, 한 번에 버리는 편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러한 방향을 강화한다. 배달업체가 종량제 봉투를 함께 제공하는 것도 같은 논리다. 소비자가 귀찮아하는 지점을 제거하면 경쟁력이 생긴다. 그렇게 '쓰레기를 쉽게 버리게 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고, 좋은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환경을 생각하자는 말과 실제 행동을 만드는 유인이 완전히 어긋나 있다.

핵심은 태도가 아니라 구조

이 문제는 시민의식 부족이 아니다. 덜 번거롭고,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면 누구라도 그냥 버린다. 핵심은 태도가 아니라 가격과 시스템이다. 버리는 비용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이전 단계에서 행동을 바꾸기 시작한다.

배달을 덜 시키거나 한 번에 몰아서 주문하고 과포장 제품을 피하는 식이다. 기업 역시 포장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즉, 도덕적 호소 없이도 시스템 자체가 방향을 바꾸게 된다.

물론 가격 인상은 저항이 크다. 특히 자영업자에게는 생존과 직결된다. 지금 배달·포장 구조는 이미 쓰레기 발생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에 밀어붙이는 방식으로는 실패한다. 단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인상하면서, 자영업자에게는 다회용기 시스템이나 친환경 포장재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또 저소득층이나 영유아 가정처럼 쓰레기 발생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별도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종량제 봉투를 끼워 팔며 혼합 배출을 사실상 권장하는 관행도 손봐야 한다. 지금 정치권이 하는 일은 이 모든 방향과 정확히 반대다. 봉투 부족 민심에 "불편 없도록 공급하겠다"는 달래기에 급급할 뿐, 배출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쓴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서울에서 버리고, 지방에 묻는다

쓰레기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곳은 서울이다. 불편을 없애주겠다는 것은, 결국 서울 소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지자체도 비슷하다. 단기 민심과 당파적 이익을 앞세워 불편 해소만 신경 쓴다. 현재의 편의를 위해 미래 매립 부담, 환경 비용,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질을 담보로 잡는다.

편하게 버리게 해주겠다는 약속이 지켜질수록,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고 이동한다. 서울은 자체 매립 역량이 한계에 달했고, 쓰레기는 갈 곳을 찾아 지방으로 내려온다. 반복되는 폐기물 매립지 갈등은 단순 혐오시설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 문제다.

이 구조는 쓰레기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서울은 지방 청년을 '명문대', '인서울'이라는 이름으로 흡수한다. 월세, 등록금, 기숙사비, 생활비로 지역 경제력을 빨아들이고, 산업 집중은 이들을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인재도, 돈도, 기회도 가져간 뒤 지방에 돌려보내는 것은 매립할 곳을 찾는 폐기물뿐이다.

쓰레기를 어디에 묻을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다. 서울 소비 구조 유지와 지방 부담 전가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묻는다. 우리는 불편을 감수하며 쓰레기를 줄이는 사회로 갈 것인가, 아니면 쓰레기를 더 편하게 버리고, 더 먼 곳에 묻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지방 소멸의 빈자리를 쓰레기로 메우겠다는 발상으로는 답이 될 수 없다.

#쓰레기#지방#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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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와 혐오의 논리를 넘어서 개인의 입장이 모두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직교사로서 교사노조연맹, 부산교사노조, 중등교사노조의 일원으로서 공교육정상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대의원 -중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부산교사노동조합 대변인 겸 부위원장 -부산 기장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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